교통사고로 다친 분들이 합의 단계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치료비는 다 받았는데 그동안 겪은 고통은 왜 계산에 없느냐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지출한 돈과 잃은 수입처럼 숫자로 환산되는 부분이 하나이고,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정신적 고통이 다른 하나입니다. 뒤쪽을 우리 법은 위자료라고 부르며, 앞쪽과는 별개로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재산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왜 나누어 계산하나
재산상 손해는 영수증과 급여명세서로 확인됩니다. 병원비 얼마, 휴업으로 못 받은 급여 얼마, 이렇게 항목마다 근거가 붙습니다. 반면 사고를 겪고 난 뒤의 불안, 흉터를 볼 때마다 드는 위축감, 가족이 받은 충격에는 영수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피해를 없는 것으로 취급하면 배상은 절반짜리가 됩니다.
그래서 법은 재산 이외의 손해도 배상 대상이라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신체를 다치게 한 경우뿐 아니라 자유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밖에 정신적 고통을 준 경우까지 포함됩니다. 실무에서 위자료 청구가 폭넓게 인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청구하는 쪽이 드러내야 합니다. 상해처럼 고통이 당연히 따라오는 경우에는 별도 입증 없이 인정되지만, 그 밖의 사안에서는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수록 금액이 달라집니다.
어떤 상황에서 위자료가 붙나
가장 익숙한 것은 교통사고와 산업재해입니다. 상해 정도와 치료 기간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그다음이 폭행이나 상해 같은 고의 범죄의 피해로, 이때는 가해자의 태도가 금액에 크게 반영됩니다.
덜 알려졌지만 자주 문제 되는 것이 명예훼손과 모욕입니다. 재산이 줄어든 것은 없어도 사회적 평가가 훼손됐다면 정신적 손해가 인정됩니다. 온라인 게시물로 인한 분쟁이 늘면서 이 유형의 청구가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감금이나 부당한 체포처럼 자유를 빼앗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 위반에서도 위자료가 인정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돈으로 배상받으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어서, 계약 불이행에서 위자료가 따로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적입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처럼 대체가 불가능한 일이 어그러진 사안이 대표적입니다.
금액은 무엇을 보고 정해지나
법에는 얼마라고 적혀 있지 않습니다.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 사정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는 판결문에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 피해의 정도 : 상해의 경중, 치료 기간, 후유장해가 남았는지
- 가해 행위의 성질 : 고의인지 과실인지, 과실이라면 얼마나 중대한지
- 사후 태도 : 사과와 피해 회복 노력이 있었는지, 반대로 피해자를 비난했는지
- 양쪽의 관계 : 직장 상하 관계처럼 힘의 차이가 있었는지
- 피해자의 사정 : 나이와 직업에 따라 같은 흉터라도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큰 변수는 가해자가 사고 이후에 어떻게 행동했는가입니다. 같은 상해라도 곧바로 사과하고 치료비를 부담한 경우와, 연락을 끊고 책임을 부인한 경우의 금액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사과 없이 버티는 태도 자체가 금액을 올리는 사정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유족이 청구하는 위자료
사망 사고에서는 구조가 한 겹 더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 본인의 위자료는 상속인에게 상속되고, 그와 별개로 배우자와 직계존속, 직계비속은 자기 몫의 위자료를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상 손해를 전혀 입지 않았더라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부모를 잃은 자녀, 자녀를 잃은 부모가 각자 원고가 되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유족이 여러 명이면 청구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달라지므로, 소장을 내기 전에 정리가 필요합니다. 형제자매는 조문에 열거되어 있지 않지만, 함께 살며 각별한 관계였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청구가 받아들여진 사례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첫째, 보험사가 제시하는 합의금에 위자료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서명하는 경우입니다. 합의서에 이 사고와 관련해 더 이상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나중에 후유증이 나타나도 추가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서명 전에 이 한 줄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둘째, 정신적 고통을 주장만 하고 자료를 남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통증과 불면으로 병원을 찾았다면 그 기록이 곧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아무 기록 없이 힘들었다고만 하면 법원이 사정을 반영할 근거가 없습니다.
셋째, 형사 합의금과 민사 위자료를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경우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받은 돈이 있으면 민사에서 그만큼 참작되지만 두 절차의 성격은 다릅니다. 합의서에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포함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청구를 준비할 때 챙길 것
진단서와 진료기록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사고 직후의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 치료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 가해자의 사과나 회피가 드러나는 대화 내용을 모아 두시면 좋습니다. 직장을 쉬었다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도 함께 준비하십시오.
시효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사고가 난 날부터 10년이라는 두 기간이 따로 진행됩니다. 치료가 길어지는 사이에 기간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으므로, 치료 종결만 기다리지 말고 미리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청구액을 어떻게 적을지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뭉뚱그려 적으면 어느 쪽이 얼마나 인정됐는지 알기 어렵고, 항소를 고민할 때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항목을 나누어 적는 것만으로도 다툼의 초점이 분명해집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 민법 제752조(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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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치료비를 다 받았는데 위자료를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치료비와 휴업손해는 재산상 손해이고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별개의 배상입니다. 다만 합의서에 더 이상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으면 막힐 수 있으므로 서명 전에 문구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위자료 금액은 대략 어느 정도로 정해지나요?
법에 정해진 금액표는 없고 법원이 피해 정도, 가해 행위의 성질, 사후 태도 등을 종합해 정합니다. 같은 상해라도 가해자가 사과하고 피해 회복에 나섰는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재산상 손해가 전혀 없어도 위자료만 청구할 수 있나요?
있습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처럼 금전적 손실이 없는 경우에도 정신적 손해가 인정되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망 사고에서 유족이 청구하는 위자료도 재산상 손해와 무관하게 인정됩니다.
형사 합의를 이미 했는데 민사로 위자료를 더 받을 수 있나요?
합의서 문구에 달려 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포함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으면 추가 청구가 어렵고, 형사 처벌에 관한 처벌불원 의사만 밝혔다면 민사 청구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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