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지 곧 3년이 됩니다. 소송 준비가 아직 안 됐는데 기간이 지나면 정말 못 받게 되나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돈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 채권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의 배짱이 아니라 달력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청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법은 이 시계를 멈추는 방법을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소송을 끝까지 준비하지 못한 상태여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중에는 하루면 끝나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시효를 멈추는 네 가지 수단을 실제로 쓰는 순서대로 정리하고, 각각 어떤 함정이 있는지 짚어 드리겠습니다.
시계를 멈추는 세 가지 방법
중단 사유는 크게 셋입니다. 청구, 압류와 가압류 및 가처분, 그리고 승인입니다. 이름은 딱딱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정식으로 요구하거나, 재산을 묶어 두거나, 상대가 빚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중단의 효과입니다. 시효가 멈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흘러간 기간이 없던 것이 되고 처음부터 다시 계산됩니다. 2년 11개월이 지난 채권도 중단에 성공하면 다시 여유가 생깁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를 제기하는 것
재판상 청구, 즉 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접수한 날을 기준으로 중단의 효력이 생기므로, 기간 마지막 날에 접수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함정이 있습니다. 소가 각하되거나 기각되거나, 스스로 취하하면 중단의 효력이 없어집니다. 급하게 소장만 내고 보정을 하지 않아 각하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과 같아집니다. 이때 구제책이 하나 있습니다. 그 뒤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를 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을 하면, 처음 소를 냈던 시점에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
준비가 부족하다면 소액 부분만 먼저 청구하는 방법도 실무에서 쓰입니다. 전체 채권을 다투기 전에 일부라도 소를 제기해 시계를 멈추고, 본격적인 다툼은 그다음에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청구금액을 나중에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늘린 부분의 중단 시점은 늘린 날이 되므로 처음부터 여유 있게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절차가 간단하고 인지대도 적어 부담이 덜합니다. 다만 상대가 이의를 제기하면 통상의 소송으로 넘어가므로,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소를 제기하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내용증명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많은 분이 내용증명을 보내면 시효가 중단된다고 알고 계십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재판 밖에서 하는 청구, 이른바 최고는 그 자체로는 임시 효력만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낸 뒤 6개월 안에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를 해야 비로소 내용증명을 보낸 시점으로 중단이 확정됩니다. 6개월을 넘기면 내용증명은 없던 일이 됩니다. 그러니 내용증명은 시간을 6개월 벌어 주는 장치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가압류는 준비가 덜 됐을 때의 선택지
상대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 급여 채권을 알고 있다면 가압류가 좋은 선택입니다. 소송보다 절차가 빠르고, 재산을 묶어 두는 실익까지 함께 얻습니다. 상대가 재산을 처분해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담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현금을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하고, 나중에 본안에서 지면 상대가 입은 손해를 물어줄 수도 있습니다. 근거가 분명한 채권일 때 쓰는 수단입니다.
가압류는 결정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집행까지 마쳐야 효력이 유지됩니다. 결정을 받고도 등기나 송달이 늦어져 효력을 잃는 사례가 있으므로, 신청 이후의 일정도 함께 관리하셔야 합니다.
상대가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방법
승인은 가장 간단하면서 놓치기 쉬운 방법입니다. 채무자가 빚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됩니다. 각서를 쓰는 것만 승인이 아닙니다.
- 일부라도 변제한 경우 : 100만원 중 5만원만 갚아도 승인이 됩니다
- 이자를 지급한 경우 : 원금 채무를 인정한 것으로 봅니다
- 기한을 미뤄 달라고 요청한 경우 : 빚의 존재를 전제로 한 요청입니다
- 문자나 메신저로 갚겠다고 답한 경우 : 대화 내용이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대화 기록을 지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짧은 메시지 하나가 시효 다툼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세어 보십시오
기간의 길이는 채권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개인 사이에 빌려준 돈은 10년이지만, 물건값이나 공사대금처럼 거래에서 생긴 채권은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음식값과 숙박료는 1년, 물품 대금과 공사대금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체감보다 빨리 끝납니다.
기산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변제기를 정했다면 그날부터, 정하지 않았다면 빌려준 날부터 진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분할 상환을 약속했다면 각 회차마다 따로 계산되므로, 오래된 회차부터 순서대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나
기간이 한 달 이내로 남았다면 순서를 이렇게 잡으십시오. 먼저 상대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6개월의 여유를 만듭니다. 그 사이에 상대 재산을 확인하고, 재산이 파악되면 가압류를, 그렇지 않으면 소를 제기합니다.
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생각되더라도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중간에 일부 변제나 인정하는 말이 있었다면 그때부터 다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통장 거래내역과 오래된 문자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확정판결을 받아 둔 채권이라면 기간이 판결 확정일부터 10년으로 늘어나 있으므로, 판결문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시효가 완성된 뒤에 채무자가 빚을 인정하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채무자 입장이라면 오래된 빚에 대해 함부로 각서를 쓰거나 일부를 갚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 민법 제170조(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 · 민법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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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내용증명을 보내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나요?
임시로만 중단됩니다. 내용증명을 보낸 뒤 6개월 안에 소 제기나 압류·가압류를 해야 그 시점으로 중단이 확정되고, 6개월을 넘기면 효력이 사라집니다.
소장을 냈다가 취하하면 어떻게 되나요?
취하하면 중단의 효력이 없어집니다. 다만 취하 후 6개월 안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를 하면 처음 소를 낸 시점에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
상대가 5만원만 갚았는데 이것도 의미가 있나요?
있습니다. 일부 변제는 빚을 인정한 것으로 보아 승인에 해당하고, 그 시점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됩니다. 이자만 지급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 재산을 모르는데 가압류를 할 수 있나요?
가압류는 특정 재산을 지정해야 하므로 재산을 모르면 어렵습니다. 이때는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은 뒤 재산명시나 재산조회 절차로 재산을 찾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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