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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인2026년 9월 18일조회 6

값을 받지 않고 맡아준 짐이 파손됐습니다, 제가 배상하나요?

Q. 질문 내용

지방으로 이사 가는 친구가 짐 몇 상자를 두 달만 맡아 달라고 해서 따로 돈은 받지 않고 제 창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비가 새면서 상자 아래쪽이 젖어 안에 있던 물건 일부가 못 쓰게 됐습니다. 친구는 수리비를 물어내라고 하는데, 제 짐도 같은 창고에 있다가 함께 젖었습니다. 제가 배상할 의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보관의 대가를 받았는지, 그리고 맡아 둔 물건을 자기 물건만큼은 챙겼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값을 받지 않고 맡았다면 책임의 기준이 한 단계 낮아지므로, 평소 자기 물건을 두던 만큼만 두었다면 배상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보수를 받았는지가 왜 갈림길이 됩니까

민법은 물건을 맡기고 맡는 관계를 임치라고 부릅니다. 제693조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의 보관을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성립한다는 뜻이며, 문자 한 줄이나 구두 부탁으로도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다음 갈림길이 보수입니다. 값을 받고 맡은 사람에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라는 높은 기준이 요구되지만, 제695조는 보수 없이 임치를 받은 자에게 임치물을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로 보관하라고만 합니다. 같은 파손이라도 어느 쪽이냐에 따라 결론이 갈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는 어느 정도를 말합니까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본인 자신을 잣대로 삼는 기준입니다. 따라서 다툼이 붙으면 ① 본인이 같은 종류의 물건을 평소 어디에 어떻게 두었는지 ② 맡은 물건만 따로 험한 곳에 두지는 않았는지 ③ 창고나 방의 상태가 본인 물건에도 똑같이 적용되던 조건인지를 봅니다. 본인 살림도 같은 선반에 함께 올려 두었고 그 선반이 무너져 전부 상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본인 물건은 실내에 두고 맡은 짐만 베란다에 내놓았다면, 같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보기 어려워집니다. 비를 맞을 자리인 줄 알면서 그대로 둔 사정도 마찬가지로 불리하게 읽힙니다.

■ 맡아 둔 물건을 써 본 적이 있으면 달라집니까

크게 달라집니다. 제694조는 수치인이 임치인의 동의 없이 임치물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잠깐 탔다거나 공구를 한 번 썼다가 그 과정에서 상했다면, 주의의무의 정도를 따지기 전에 사용금지 위반이 먼저 문제가 됩니다. 며칠만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차량을 몰아 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동의를 받았다면 사정이 다르므로, 잠깐이라도 쓸 일이 생기면 문자로 허락을 받아 기록을 남겨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물건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누가 물어냅니까

이 경우에는 방향이 반대로 뒤집힙니다. 제697조는 임치인이 임치물의 성질 또는 하자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수치인에게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새는 통에 든 약품이 흘러 보관하던 사람의 바닥을 상하게 했다면 맡긴 쪽이 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단서가 있습니다. 수치인이 그 성질이나 하자를 알고 있었던 때에는 청구하지 못합니다. 제삼자가 그 물건에 권리를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한 때에는 제696조에 따라 지체 없이 맡긴 사람에게 알려야 하니, 이 통지를 미루지 마십시오.

■ 언제 돌려주고 비용은 어떻게 정산합니까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제699조에 따라 양쪽 모두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기간을 정한 경우에도 제698조는 맡긴 사람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게 하고, 맡은 사람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 기간 만료 전에 해지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돌려주는 자리는 제700조가 정합니다. 보관하던 장소에서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당한 사유로 옮겨 두었다면 현재 있는 장소에서 돌려주면 됩니다. 보관하느라 쓴 돈은 제701조가 준용하는 제688조 제1항에 따라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지금 무엇을 준비해 두어야 합니까

자료를 남기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① 맡기고 맡을 때 오간 문자, 통화 목록, 메신저 대화를 캡처해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② 보관 장소의 현재 상태와 본인 물건이 함께 놓여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둡니다. ③ 파손 부위를 근접 촬영하고 원인으로 보이는 사정도 함께 담습니다. ④ 수리비 견적서를 받아 두되 금액을 먼저 인정하는 말은 피하십시오. ⑤ 보관하며 들인 비용의 영수증을 모아 둡니다. 상대가 소액 사건으로 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보관 경위와 보수 약정의 유무부터 확인하므로, 이 다섯 가지를 갖춘 뒤 변호사와 답변서를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93조, 제694조, 제695조, 제696조, 제697조, 제698조, 제699조, 제700조, 제70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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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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