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을 법정까지 끌고 가기가 부담스러울 때 먼저 떠올리게 되는 창구가 조정입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려고 보면 접수처부터 막힙니다. 상대가 사는 곳으로 가야 하는지, 물건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지, 서류를 갖추지 못했는데도 받아 주는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가 한꺼번에 궁금해집니다. 민사조정법은 이 네 가지를 앞부분 조문에 몰아서 정해 두었습니다. 접수에서 어긋나기 쉬운 지점을 순서대로 짚었습니다.
어떤 다툼이어야 받아 주나
입구를 여는 조문은 제2조입니다. 민사에 관한 분쟁의 당사자는 법원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한 문장이 전부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건의 종류를 열거해 두면 그 목록에 없는 다툼이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사에 관한 분쟁이라는 넓은 표현을 골랐습니다. 대여금, 물품대금, 공사비, 손해배상, 임대차, 경계 다툼처럼 소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면 대체로 들어옵니다.
빠지는 쪽도 있습니다. 가사사건이나 행정사건처럼 별도의 법이 자기 절차를 마련해 둔 영역은 그쪽 규정을 따릅니다. 형사 문제도 이 창구의 대상이 아닙니다.
신청인과 피신청인
조정을 낸 쪽을 신청인, 상대를 피신청인이라고 부릅니다. 소송의 원고와 피고에 대응하지만 아직 소가 제기된 상태는 아니므로, 서류의 이름과 호칭이 소장과 다르게 적힙니다.
신청서를 받아 주는 법원은 어디인가
관할은 제3조가 정합니다. 제1항이 다섯 갈래를 열어 두었고, 그중 하나만 맞으면 됩니다.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상대 주소지가 멀더라도 물건이 있는 곳이나 손해가 난 곳에 관할이 생기면 가까운 법원을 택할 수 있습니다. 지방법원 본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과 시법원, 군법원도 관할 법원으로 적혀 있어 선택지가 넓습니다.
| 고를 수 있는 기준 | 실제로 어디가 되나 |
|---|---|
| 피신청인의 보통재판적 | 상대가 사는 곳을 맡는 법원입니다. |
| 피신청인의 사무소나 영업소 | 상대가 회사라면 그 사업장 소재지가 됩니다. |
| 피신청인의 근무지 | 상대가 일하러 다니는 곳입니다. |
| 분쟁 목적물의 소재지 | 건물이나 기계처럼 다투는 물건이 놓인 곳입니다. |
| 손해가 발생한 곳 | 사고나 누수가 실제로 일어난 자리입니다. |
제2항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얹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소송사건의 전속관할법원, 그리고 당사자가 합의로 정한 법원입니다. 계약서에 관할 조항이 있다면 그 문구부터 확인하십시오.
엉뚱한 곳에 냈다면 사건이 날아가나
날아가지 않습니다. 제4조 제1항은 조정담당판사가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인정하면 결정으로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에 예외가 둘 있습니다. 피신청인이 관할위반을 다투지 않고 조정절차에서 그대로 진술한 경우, 그리고 사건을 푸는 데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상대가 문제 삼지 않고 기일에 나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법원에서 계속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제2항은 반대 방향도 허용합니다. 관할이 맞는 사건이라도 다른 법원으로 옮기는 편이 낫다고 보이면 직권으로든 신청에 따라서든 이송할 수 있습니다.
제3항에 따라 이 결정들에는 불복하지 못합니다.
서면이 없으면 접수가 안 되나
제5조 제1항이 이 부분에서 소송과 확실히 갈립니다. 조정의 신청은 서면으로 해도 되고 구술로 해도 됩니다.
소장이라는 서면이 반드시 필요한 소 제기와 대비됩니다. 서류를 꾸리기 어려운 사람도 창구에서 말로 사건을 열게 한 장치입니다.
말로 할 때의 절차는 제2항과 제3항에 적혀 있습니다. 법원서기관이나 법원사무관, 법원주사, 법원주사보 앞에서 진술해야 하고, 그 담당자가 조정신청조서를 만들어 기명날인합니다. 이 조서가 신청서를 대신합니다.
확인할 것
· 상대의 주소, 사업자등록상 소재지, 근무처 가운데 확인되는 것이 있는지
· 계약서에 관할을 정해 둔 조항이 있는지
· 청구하는 금액과 그 근거를 숫자로 정리해 두었는지
· 다투는 물건의 등기사항증명서나 사진을 갖추었는지
· 상대가 절차에 응할 뜻이 있는지 짐작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수수료는 어떤 구조로 정해지나
제5조 제4항은 조정신청을 할 때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만 적어 두었습니다. 금액을 법률 본문에 쓰지 않고 규칙에 맡긴 구조입니다.
그래도 법률만 읽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제36조 제2항이 힌트입니다. 조정신청이 소송으로 넘어가면 신청인은 소장에 붙여야 할 인지액에서 조정신청서에 붙인 인지액을 뺀 금액만큼 보정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차액을 보태라는 말은 조정 쪽이 더 적게 든다는 뜻입니다. 같은 금액을 다투어도 입구 비용이 가볍게 설계된 셈입니다. 실제 액수는 사건 금액에 따라 달라지므로 접수 전에 법원 민원실이나 전자소송 시스템에서 확인하십시오.
송달료도 따로 냅니다. 당사자 수에 맞추어 산정됩니다.
지급명령이 막힌 뒤에도 갈아탈 수 있나
있습니다. 제5조의2가 그 통로입니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적법하게 이의를 신청해 법원이 인지 보정을 명한 경우, 채권자는 인지를 채우는 대신 그 기간 안에 조정으로의 이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시점이 앞당겨집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적법한 이행신청이 있으면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조정이 신청된 것으로 보도록 합니다. 이의로 다투어진 청구 부분이 그 대상입니다.
그 뒤의 처리는 제5조의3이 순서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 법원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조정 수수료에서 지급명령 신청 때 붙인 인지액을 뺀 만큼을 보정하라고 명합니다.
- 그 기간에 내지 않으면 지급명령신청서가 결정으로 각하되고, 즉시항고가 열립니다.
- 보정이 끝나면 법원사무관등이 기록을 제3조의 관할법원으로 보냅니다.
- 독촉절차에서 쓴 비용은 조정절차 비용의 일부로 봅니다.
끝난 뒤 비용은 누가 떠안나
제37조 제1항이 결과에 따라 갈라 놓았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당사자들이 각자 부담하고, 성립하지 않으면 신청인이 집니다.
소송의 패소자 부담 원칙과 다릅니다. 이겼다고 상대에게 비용을 물리는 구조가 아님을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합의로 달리 정할 수도 있습니다. 조정 자리에서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 함께 적어 두면 그 합의가 우선합니다. 조서에 한 줄이면 됩니다.
제2항은 소송으로 넘어간 경우를 다룹니다. 조정절차에서 든 비용은 소송비용의 일부로 보게 되므로, 본안 판결에서 비용 부담이 정해질 때 함께 계산됩니다.
정리
조정은 민사에 관한 분쟁이면 대체로 받아 주고, 낼 곳도 다섯 갈래 가운데 편한 곳을 고를 수 있습니다. 서면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법원 창구에서 말로 시작할 수 있고, 잘못 낸 법원은 이송으로 정리됩니다.
비용은 두 층으로 보셔야 합니다. 입구에서 내는 수수료는 소장보다 가볍고, 끝난 뒤의 부담은 성립 여부로 갈립니다.
상대가 응할 뜻이 없어 보이거나 금액이 커서 한 번에 매듭지어야 하는 사안이라면, 조정과 소송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둘지부터 변호사와 함께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사조정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5조, 제5조의2, 제5조의3, 제36조, 제37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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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서울에 사는데 부산에서 신청할 수 있나요?
제3조 제1항이 다섯 갈래의 관할을 열어 두었으므로 다투는 물건이 부산에 있거나 손해가 부산에서 났다면 그곳 법원에 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관할을 정한 조항이 있으면 제2항에 따라 그 법원도 선택지가 됩니다.
서류를 못 만들겠는데 접수할 방법이 있습니까?
제5조 제1항이 구술 신청을 허용합니다. 법원사무관등 앞에서 진술하면 담당자가 조정신청조서를 작성해 기명날인하고 그 조서가 신청서 역할을 합니다. 청구 금액과 상대의 인적사항을 정리해 가시면 진행이 빨라집니다.
관할이 아닌 법원에 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4조 제1항에 따라 결정으로 관할법원에 이송되므로 처음부터 다시 낼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관할위반을 다투지 않고 조정절차에서 진술하면 그대로 그 법원에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조정이 깨지면 낸 수수료는 돌려받나요?
제37조 제1항은 성립하지 않은 경우의 절차비용을 신청인 부담으로 정합니다. 다만 사건이 소송으로 이행되면 제2항에 따라 그 비용이 소송비용의 일부가 되어 본안에서 부담자가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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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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