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옆집 어르신이 두 달째 병원에 입원해 계신 사이에 그 집 보일러 배관이 터져 물이 계단으로 흘러내렸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아 제가 업체를 불러 180만원을 들여 수리했습니다. 퇴원하신 뒤 말씀드렸더니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며 돈을 줄 수 없다고 하십니다.
본인 사안은 남의 일을 떠맡아 처리한 행위가 민법이 말하는 사무관리에 들어맞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뜻에 맞는 방식이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탁이 없었어도 들어간 비용을 청구할 길이 열려 있고, 다만 상대의 뜻을 거슬렀다면 돌려받는 범위가 줄어듭니다.
■ 부탁이 없어도 법이 인정하는 관계가 생깁니다
제734조 제1항은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관리하는 자는 그 사무의 성질에 좇아 가장 본인에게 이익되는 방법으로 이를 관리하여야 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계약도 위임장도 없었지만 남의 일에 손을 댄 순간 관리자라는 지위가 붙고, 그 지위에서 권리와 의무가 함께 나온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세 가지가 요건으로 작동합니다. ① 법률상이나 계약상 그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없었을 것 ② 남의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처리했을 것 ③ 그 일이 남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었을 것입니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손을 댄 경우에는 이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본인의 뜻을 거슬렀다면 금액이 줄어듭니다
제734조 제2항은 본인의 의사를 알거나 알 수 있는 때에는 그 의사에 적합하도록 관리하라고 정합니다. 어기면 제3항이 무겁게 받습니다. 과실이 없었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우되, 그 관리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적합한 때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면하게 해 두었습니다. 비용 쪽도 같은 방향으로 깎입니다. 제739조 제3항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관리한 때 본인의 현존이익의 한도에서만 앞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므로,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고 미리 말해 둔 공사를 밀어붙였다면 남아 있는 이익만큼만 돌려받게 됩니다.
■ 알리는 것도 계속하는 것도 의무입니다
손을 댄 뒤 잠자코 있으면 나중에 불리해집니다. 제736조는 관리를 개시한 때에 지체 없이 본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본인이 이미 알고 있는 경우만 예외로 둡니다. 연락이 닿는 순간 문자나 통화로 상황을 알리고 그 기록을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제737조는 반대쪽 의무를 겁니다. 본인이나 그 상속인, 법정대리인이 직접 그 일을 맡을 때까지 관리를 계속해야 하고, 다만 계속하는 것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거나 본인에게 불리함이 명백하면 그만두어도 됩니다. 중간에 손을 놓아 사태가 더 커지면 그 부분의 책임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 무엇을 얼마나 청구할 수 있나
청구의 뿌리는 제739조입니다. 제1항은 본인을 위하여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한 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하므로, 누수를 막은 공사비처럼 꼭 들어가야 했던 돈과 가치를 올린 돈이 대상입니다. 제2항은 돈 대신 채무를 떠안은 경우를 받아, 제688조 제2항을 준용해 본인이 자기를 갈음하여 변제하게 하거나 변제기 전이라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손해를 입은 경우도 제740조가 따로 봅니다. 과실 없이 손해를 받은 때 본인의 현존이익의 한도에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급박한 위해를 면하게 하려고 나선 경우라면 제735조가 책임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로 좁혀 줍니다.
■ 지금 준비하실 다섯 가지
증빙이 곧 청구액입니다. ① 현장 상태를 찍은 사진과 영상을 시간이 드러나게 보관합니다. ② 업체 견적서와 세금계산서, 카드 전표와 이체 내역을 한 묶음으로 만듭니다. ③ 상대에게 알린 문자와 통화 기록, 관리사무소나 이웃의 진술을 확보합니다. ④ 꼭 필요했던 지출과 가치를 올린 지출을 항목별로 나누어 표로 적습니다. ⑤ 정리가 끝나면 금액과 근거를 적은 내용증명을 보내 도달일을 남깁니다. 상대가 끝내 거절하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 절차를 검토하게 되는데, 금액이 크거나 상대가 원하지 않았다고 다투는 상황이라면 어느 조문으로 구성할지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88조, 제734조, 제735조, 제736조, 제737조, 제739조, 제74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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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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