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봉투를 열었더니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라는 낯선 이름의 서류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결문은 아닌데 금액과 지급 방법이 또렷하게 적혀 있어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 종이의 무게는 받아 든 순간이 아니라 그 뒤 열나흘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로 정해집니다. 손을 대지 않으면 그대로 굳어 버리고, 움직이면 사건이 법정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민사조정법이 이 갈림길을 어떻게 설계해 두었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이 서류는 판결인가 합의인가
둘 다 아닙니다. 자리를 만들어 둔 조문은 제30조입니다.
조정담당판사는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건이나 성립된 합의의 내용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사건에 관하여,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과 그 밖의 사정을 살펴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조문에 직권이라는 단어가 박혀 있다는 점이 성격을 말해 줍니다.
양쪽이 도장을 찍어 만든 문서가 아닙니다.
한계선은 같은 문장 안에 있습니다. 결정의 내용은 신청인의 신청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 머물러야 하므로, 2,000만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주문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구한 액수 그대로가 담기는 일은 흔합니다.
합의로 끝난 조정과의 차이
제28조의 조정은 당사자가 합의한 사항을 조서에 적음으로써 성립하고, 제29조에 따라 곧바로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제30조의 결정은 합의가 없는 자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당사자가 다투기를 포기해야 비로소 같은 효력에 닿습니다.
어떤 자리에서 이 결정이 나오나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양쪽이 마주 앉았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때 판사에게는 선택지가 둘 있습니다. 제27조는 제30조의 결정을 하지 아니할 경우에 한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도록 정합니다. 결정을 내놓는 쪽과 불성립으로 닫는 쪽이 서로 배타적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가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경우입니다. 제32조는 피신청인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 조정담당판사가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제30조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어느 경로로 나왔든 뒤에 이어지는 절차는 같습니다.
2주는 언제부터 세는가
기점은 송달입니다. 제33조 제1항 제3호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있을 때 그 사유를 조서에 적도록 하고, 제2항은 그 조서의 정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게 합니다.
제34조 제1항이 여기에 기간을 얹습니다. 당사자는 그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놓치기 쉬운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정본이 송달되기 전에도 이의를 낼 수 있습니다.
제5항은 이 기간을 불변기간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사정이 딱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늘려 주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봉투에 찍힌 송달일을 달력에 옮겨 적어 두십시오.
주의
기산의 기준은 결정이 내려진 날도, 내용을 전해 들은 날도 아닙니다. 조서 정본이 도달한 날입니다. 가족이 대신 받았거나 회사 우편함에 놓였더라도 그날 도달한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이의신청서에는 무엇을 적어 내나
민사조정법은 이 서면의 모양을 따로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특정하고 결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이 드러나면 됩니다.
- 봉투에 찍힌 송달일을 확인하고 2주가 끝나는 날짜를 표시합니다.
- 결정문에 적힌 법원과 사건번호, 당사자 표시를 그대로 옮깁니다.
- 해당 결정에 이의를 신청한다는 문장을 본문에 적습니다.
- 결정을 한 그 법원에 접수하고 접수 내역을 남깁니다.
이의가 접수되면 절차가 한쪽에서만 돌지 않습니다. 제34조 제2항은 조정담당판사가 이의신청의 상대방에게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의를 내면 사건은 어디로 가나
법정으로 갑니다. 제36조 제1항 제3호가 통로입니다. 제30조나 제32조에 따른 결정에 대하여 기간 안에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봅니다.
이 의제가 갖는 실익이 작지 않습니다. 소를 낸 시점이 조정을 낸 날로 당겨지므로, 그 사이에 시효 기간이 차 버리는 사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대신 돈을 채워야 합니다. 제2항은 신청인이 소장에 붙일 인지액에서 조정신청서에 이미 붙여 둔 인지액을 공제한 금액만큼 인지를 보정하도록 합니다.
이의를 낸 사람이 누구든 사건 전체가 옮겨 갑니다.
그냥 두면 결정은 어떤 힘을 갖나
확정판결에 준하는 힘을 갖습니다. 제34조 제4항이 세 가지 경우를 나란히 적어 두었습니다.
| 2주 동안 한 일 | 근거 | 사건의 행방 |
|---|---|---|
|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제34조 제4항 제1호 |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붙습니다. |
| 이의를 냈다 | 제36조 제1항 제3호 | 조정 신청일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 심리합니다. |
| 냈다가 거두어들였다 | 제34조 제4항 제2호 | 결정이 되살아나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
| 냈으나 각하되었다 | 제34조 제4항 제3호 | 각하결정이 확정되면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라는 말은 같은 다툼을 다시 꺼내기 어려워진다는 뜻인 동시에 집행권원이 된다는 뜻입니다.
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것에 기초해서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대가 이행하지 않아도 새로 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집행문을 받아 곧바로 압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의를 냈다가 거두어들일 수 있나
가능하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제34조 제3항은 이의신청을 한 당사자가 해당 심급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이의신청을 취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같은 항은 민사소송법 제266조 제3항부터 제6항까지를 준용하도록 지시합니다.
협상 자리에서 이 조항이 쓰입니다. 소송으로 넘어간 뒤 결정 내용대로 정리하기로 뜻이 모이는 경우입니다. 새 합의서를 만드는 대신 이의를 거두어들이면 됩니다.
시한은 해당 심급의 선고 전까지입니다.
확인할 것
· 조서 정본이 도달한 날짜와 수령인이 누구인지
· 결정 주문의 금액과 지급 기일이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인지
· 이의를 냈을 때 추가로 들어갈 인지액과 송달료
· 상대가 먼저 이의를 냈는지, 그 통지를 받았는지
정리
제30조의 결정은 합의가 아니라 판사가 직권으로 만든 해결안이고, 신청인이 구한 범위를 넘지 못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조서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이며 늘려 주지 않는 기간입니다. 그 안에 이의를 내면 사건이 법정으로 옮겨 가고, 내지 않으면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붙어 집행까지 이어집니다.
결정 내용이 감당할 만하다면 침묵이 답일 수 있습니다. 남은 날이 얼마 없다면 결정문을 들고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사조정법 제27조, 제28조, 제29조, 제30조, 제32조, 제33조, 제34조, 제36조 · 민사집행법 제56조 · 민사소송법 제266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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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결정문을 받았는데 내용이 사실과 다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서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안에 이의를 신청하시면 됩니다. 이유를 자세히 적지 않아도 되며, 주장과 증거는 법정으로 넘어간 뒤에 펼치시면 됩니다.
2주가 지나 버렸습니다.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요?
제34조 제5항이 이 기간을 불변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법원이 임의로 늘려 주지 않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결정에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붙으므로, 남은 다툼은 이행 방법을 조정하는 쪽으로 옮겨 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상대가 조정기일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결정이 나왔습니다.
제32조는 피신청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조정담당판사가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고, 그 결정에도 같은 이의 기간이 주어집니다.
결정대로 돈을 주지 않으면 바로 압류할 수 있나요?
이의 없이 기간이 지나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겼다면 별도의 소송 없이 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가 근거이므로 집행문을 부여받아 절차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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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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