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를 넘긴 이유가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는 해명은 거래처 앞에서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직원이 발주 수량을 잘못 입력했든, 외주 공장이 일정을 어겼든,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것은 회사이고 손해배상을 청구받는 것도 회사입니다. 민법 제391조가 그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 그 피용자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본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문이 왜 존재하고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물게 되는지를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조문은 누구의 잘못을 누구의 것으로 만드나
제391조의 문장은 짧습니다.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채무자를 위하여 이행하거나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 또는 피용자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본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술어에 있습니다.
본다고 적혀 있으므로 그 직원을 뽑을 때 얼마나 신중했는지, 평소 감독을 얼마나 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직원에게 과실이 있었다면 그 순간 회사에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확정됩니다. 몰랐다고 말할 자리가 조문 안에 없습니다.
이행보조자
채무자가 자기 채무를 이행하는 데 쓰는 사람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조문은 법정대리인과 피용자를 적었지만 실무에서는 채무자의 뜻에 따라 이행에 관여하는 사람 전부를 여기에 넣어 읽습니다.
왜 이런 규정이 필요했나
제390조 때문입니다.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단서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합니다. 채무불이행 책임에 과실이라는 문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문턱이 있으면 빠져나갈 길이 생깁니다. 일을 전부 직원과 외주에 맡겨 두고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제391조는 이 길을 막습니다. 남을 써서 이행하기로 한 것은 채무자의 선택이므로, 그 선택으로 넓어진 활동 범위에서 생긴 위험도 채무자가 진다는 논리입니다.
계약을 맺은 상대는 회사이지 그 직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가 이행보조자인가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 관여한 사람 | 회사와의 관계 | 제391조 적용 |
|---|---|---|
| 발주를 잘못 넣은 사무직원 | 근로계약 | 적용 |
| 일정을 어긴 외주 가공업체 | 도급계약 | 회사가 이행에 쓴 이상 적용 |
| 물건을 늦게 배송한 운송회사 | 운송계약 | 회사가 선택해 맡긴 이상 적용 |
| 거래처가 지정한 검수업체 | 회사와 계약 없음 | 채권자 쪽 사정으로 봄 |
가르는 기준은 누구의 뜻으로 그 사람이 이행에 들어왔는가입니다. 회사가 골라서 맡겼다면 하청이든 운송이든 회사 쪽 사람으로 다루어집니다. 반대로 거래처가 지정해 붙인 사람의 잘못은 채권자 쪽 사정이 되어 제396조의 과실상계로 넘어갑니다.
고용관계가 없어도 됩니다. 피용자라는 단어를 근로자로 좁혀 읽지 않는다는 점이 자주 놓치는 대목입니다.
제756조와는 무엇이 다른가
사장이 직원의 잘못을 지는 조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756조 제1항의 사용자책임으로,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사용자가 배상하는 규정입니다.
둘은 쓰이는 자리가 다릅니다.
| 구분 | 제391조 | 제756조 |
|---|---|---|
| 책임의 뿌리 | 계약을 지키지 못한 것 | 계약 밖의 사람에게 입힌 손해 |
| 상대방 | 계약 상대인 채권자 | 제3자 |
| 선임·감독 주의로 면책 | 없음 | 제1항 단서로 가능 |
| 직원에 대한 구상 | 별도 규정 없음 | 제3항이 명시 |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곳이 면책입니다. 제756조에는 선임과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제391조에는 그런 문장이 없습니다. 직원 교육을 충분히 했다는 자료는 책임 자체를 없애지 못하고, 배상액을 정하는 사정으로 참작될 여지가 있을 뿐입니다.
지연이 확정되면 회사는 무엇을 물게 되나
제387조가 출발점입니다. 확정한 기한이 있으면 그 기한이 지난 때부터, 기한이 없으면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생깁니다.
그때부터 회사가 지는 것은 셋으로 나뉩니다.
- 지연으로 생긴 손해의 배상입니다. 제393조 제1항은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물립니다. 거래처의 다음 납품 일정을 회사가 알고 있었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 제392조에 따른 가중입니다. 지체 중에는 회사에 과실이 없는 사유로 생긴 손해도 배상해야 합니다. 다만 제때 이행했어도 피할 수 없었던 손해는 제외됩니다.
- 계약 해제입니다. 제544조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한 뒤에도 이행이 없으면 해제할 수 있게 하고, 제545조는 정해진 시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목적을 이룰 수 없는 정기행위에서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게 합니다. 행사 당일에 쓸 물품이라면 후자입니다.
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있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므로 거래처는 손해를 증명하지 않고 그 금액을 청구할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만 법원이 감액합니다.
주의
제395조는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늦게라도 물건을 보내면 된다는 계산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신 물어 준 돈, 어떻게 되찾고 어떻게 막나
제391조에는 제756조 제3항 같은 구상 조항이 없습니다. 되물을 길이 막혔다는 뜻은 아닙니다. 외주업체에는 도급계약에 따라 지연 손해를 그대로 청구할 수 있는 반면, 직원에게는 근로관계의 특성상 손해 전부를 돌리기 어려운 것이 실무의 흐름입니다. 결국 계약서를 어떻게 써 두었느냐가 갈림길입니다.
거래처 계약과 외주 계약을 한 쌍으로 맞추는 것이 요령입니다.
- 거래처 계약의 납기와 지체상금 조항을 외주 계약에 같은 조건으로 옮겨 적습니다. 위에서 물게 되는 금액을 아래에서 받기 위해서입니다.
- 납기를 넘길 우려가 생기면 며칠 전까지 서면으로 알리게 하는 조항을 둡니다. 특별한 사정을 회사가 미리 알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 거래처가 원자재나 도면을 제때 주지 않아 늦어진 경우 납기가 그만큼 연장된다는 문장을 넣습니다.
- 발주와 검수 단계에 이중 확인 절차를 두고 기록을 남깁니다. 배상액 산정과 내부 정산에서 회사의 근거가 됩니다.
정리
제391조는 직원이나 외주업체의 과실을 회사의 과실로 본다는 조문이며, 선임과 감독을 잘했다는 해명으로는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행보조자의 범위는 고용관계에 매이지 않고 회사가 골라 맡긴 사람 전부에 미치므로, 납품이 늦어지면 회사는 제387조에 따른 지체책임과 제393조의 손해배상, 경우에 따라 해제까지 감당하게 됩니다. 지연 통지가 왔다면 손해의 범위를 좁힐 자료부터 모으시고, 청구액이 크다면 변호사와 함께 특별손해와 지체상금의 적정성을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87조, 제390조, 제391조, 제392조, 제393조, 제395조, 제396조, 제398조, 제544조, 제545조, 제756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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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외주 공장이 늦어서 납품이 밀렸는데 왜 제가 물어야 하나요?
거래처와 계약한 당사자는 회사이고, 외주 공장은 회사가 이행에 쓴 이행보조자입니다. 제391조에 따라 그 과실은 회사의 과실로 다루어지며, 외주 공장에는 도급계약에 따라 따로 청구합니다.
직원 교육을 철저히 했다는 자료가 있으면 책임이 줄어드나요?
제391조에는 제756조와 달리 선임·감독의 주의로 면책되는 단서가 없어 책임 자체는 남습니다. 배상액을 정할 때 참작될 수는 있으므로 자료는 보관해 두십시오.
거래처가 도면을 늦게 줘서 늦어졌습니다. 이것도 제 책임인가요?
채권자 쪽 사정으로 생긴 지연은 회사의 과실로 보지 않습니다. 도면 수령일이 기록으로 남아 있으면 제396조의 과실상계나 지체책임 자체의 부정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하루당 지체상금이 적혀 있는데 실제 손해보다 큽니다.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 거래처는 손해를 증명하지 않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당히 과다하다면 제2항에 따라 법원에 감액을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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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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