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함께 진 빚에서 채권자가 한 사람에게만 더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이 있습니다. 사정이 딱하거나, 그 사람에게서는 받아 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입니다. 그러면 남은 두 사람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민법은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면제는 면제받은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이 지고 있던 몫만큼 다른 사람들의 짐도 줄입니다. 어디까지 줄어드는지, 갚을 힘이 없는 사람이 섞여 있으면 계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왜 한 사람에게 전부를 물을 수 있나
출발점은 제413조입니다. 여러 채무자가 채무 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고 한 사람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의무를 면하게 되는 때에 그 채무를 연대채무라고 정합니다.
제414조는 그 결과를 적었습니다. 채권자는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하여 또는 동시나 순차로 모든 연대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의 전부나 일부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고르든 채권자의 자유이고, 고른 사람에게 전액을 물어도 됩니다.
그래서 연대채무는 담보처럼 쓰입니다. 세 사람 중 한 사람만 재산이 있어도 채권자는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외적으로 전부를 지는 것과 내부적으로 얼마를 부담하는지는 다른 문제이고, 이 구별이 면제의 효과를 가릅니다.
한 사람을 면제하면 채권은 얼마나 줄어드나
제419조가 답을 한 문장에 담았습니다.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채무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습니다.
면제의 효력이 면제받은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세 사람이 3,000만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부담부분이 각 1,000만원인 상황에서 채권자가 한 사람을 면제했다고 하겠습니다. 면제받은 사람은 채권자에게 아무것도 내지 않습니다. 남은 두 사람은 3,000만원이 아니라 2,000만원에 대하여 연대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면제가 그 사람에게만 미친다면 남은 두 사람이 3,000만원을 다 갚은 뒤 면제받은 사람에게 1,000만원을 구상하게 되고, 결국 면제가 빈말이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부담부분을 채권 자체에서 덜어 냈습니다.
부담부분은 무엇으로 정해지나
제424조는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을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셋이면 3분의 1씩입니다.
추정이므로 뒤집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약정이 있거나 빌린 돈을 누가 얼마나 썼는지가 분명하면 그 비율이 부담부분이 됩니다. 셋이 함께 대출을 받아 한 사람이 8할을 썼다면 부담부분도 그렇게 잡힙니다. 면제의 효과가 이 크기에 걸려 있으므로, 다툼은 결국 비율을 무엇으로 증명하느냐로 옮겨 갑니다.
부담부분
연대채무자들 사이의 내부 관계에서 각자가 최종적으로 져야 할 몫입니다. 채권자에 대한 책임 범위와는 별개이며, 구상과 면제의 계산이 모두 이 몫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면제받은 사람은 구상에서도 빠지나
그렇습니다. 제425조 제1항은 어느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이 된 때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면제된 사람의 부담부분은 이미 채권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남은 사람이 2,000만원을 갚았다면 그것은 자기들 몫을 갚은 것이므로, 면제받은 사람에게 청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문제는 남은 사람이 사정을 모르고 3,000만원 전부를 갚아 버린 경우입니다. 면제로 소멸한 부분은 갚을 이유가 없던 돈이므로 채권자를 상대로 반환을 구하게 되고, 채권자가 면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그 책임도 따집니다. 면제 합의가 있었다면 남은 채무자들에게도 그 사실을 통지해 두는 편이 뒤탈이 없습니다.
제426조도 함께 보십시오. 통지 없이 변제한 경우의 불이익을 정한 조문이라, 여럿이 얽힌 채무에서는 갚기 전과 갚은 뒤 모두 알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면제가 아닌 다른 사유는 어떻게 다른가
민법은 연대채무자 한 사람에게 생긴 사정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미치는 경우를 제416조부터 제422조까지 늘어놓고, 제423조에서 그 밖의 사항은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범위가 사유마다 다릅니다.
| 사유 | 다른 채무자에게 미치는 범위 | 조문 |
|---|---|---|
| 이행청구 | 전부에 효력 | 제416조 |
| 경개 | 채권 전부가 소멸 | 제417조 |
| 상계 | 상계한 액만큼 전원의 이익 | 제418조 |
| 면제 | 그 사람의 부담부분만큼 | 제419조 |
| 혼동 | 그 사람의 부담부분만큼 | 제420조 |
| 소멸시효 완성 | 그 사람의 부담부분만큼 | 제421조 |
면제와 혼동, 시효가 같은 줄에 서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 사람의 채무가 어떤 이유로든 통째로 없어지면 그 사람의 부담부분만큼 나머지도 가벼워지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한 사람이 채무를 승인했다거나 판결을 받았다는 사정은 제423조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번지지 않습니다.
갚을 힘이 없는 사람이 섞여 있으면
제427조 제1항이 이 상황을 받습니다. 연대채무자 중에 상환할 자력이 없는 자가 있는 때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을 구상권자와 다른 자력 있는 채무자가 부담부분에 비례하여 분담합니다. 다만 구상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분담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받아 낼 수 있었는데 방치했다면 그 손실은 스스로 지라는 말입니다.
제2항이 면제와 이어집니다. 무자력자의 부담부분을 분담할 다른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연대의 면제를 받은 때에는 그 채무자가 분담할 부분을 채권자가 부담합니다. 봐주겠다고 한 쪽이 그 결과도 떠안는 구조입니다.
주의
제427조 제2항의 연대의 면제는 채무 자체를 없애 주는 제419조의 채무면제와 다릅니다. 연대의 면제는 전액을 물리지 않고 자기 부담부분만 지게 해 주는 것이어서 채무가 남아 있습니다. 합의서에 어느 쪽인지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해석을 두고 다투게 됩니다.
면제 합의서에 무엇을 적어야 하나
말로 끝내면 반드시 다툼이 생깁니다.
- 면제하는 대상이 채무 전부인지 자기 부담부분에 한한 것인지
- 면제받는 사람의 부담부분을 얼마로 보는지
- 남은 채무자들에게 청구할 금액이 얼마가 되는지
- 이미 지급된 금액이 있다면 그 처리
- 남은 채무자들에게 통지할 방법과 시기
채권자는 부담부분을 작게 적고 싶을 것이고, 남은 채무자들은 크게 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 숫자가 곧 줄어드는 채권액이기 때문입니다. 비율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함께 남겨 두십시오.
정리
연대채무에서 면제는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닙니다. 제419조에 따라 면제받은 사람의 부담부분만큼 채권이 줄고, 남은 사람들은 그만큼 가벼워진 금액에 대하여 연대합니다.
계산의 기준은 부담부분이며, 제424조의 균등 추정은 실제 비율을 보이는 쪽이 뒤집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자력자가 끼면 제427조가 다시 판을 바꿉니다. 면제 이야기가 오가는 사안이라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각자의 부담부분부터 정리해 보시고, 금액이 크다면 변호사와 함께 문구를 다듬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13조, 제414조, 제416조, 제417조, 제418조, 제419조, 제420조, 제421조, 제423조, 제424조, 제425조, 제426조, 제427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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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채권자가 저만 빼 주겠다고 합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그대로 전액을 지나요?
제419조에 따라 면제받은 사람의 부담부분만큼은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효력이 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채권자에게 지는 금액은 그 부담부분을 뺀 액수로 줄어듭니다.
부담부분을 정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계산하나요?
제424조가 부담부분을 균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세 사람이면 3분의 1씩으로 보되, 실제 사용 비율이나 약정이 다르다면 그것을 증명해 추정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면제 사실을 모르고 전액을 갚았습니다. 누구에게 돌려받나요?
면제로 소멸한 부분은 갚을 의무가 없던 금액이므로 이를 받은 채권자를 상대로 반환을 구하게 됩니다. 면제 합의서와 지급 내역을 함께 갖추어 두시기 바랍니다.
연대의 면제와 채무면제가 어떻게 다른가요?
채무면제는 그 사람의 채무를 없애는 것이고, 연대의 면제는 전액 책임을 벗겨 자기 부담부분만 지게 하는 것입니다. 제427조 제2항은 연대의 면제를 받은 사람이 분담할 부분을 채권자가 부담한다고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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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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