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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24일조회 6

시효로 사라진 채권도 상계에는 쓸 수 있다

거래처에 받을 돈이 있고 그 거래처에 갚을 돈도 있는 상태가 몇 해씩 이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어차피 정산하면 된다고 여겨 굳이 청구하지 않다가, 뒤늦게 계산을 하려 보면 내 채권 쪽이 이미 기간을 넘겨 버린 경우가 생깁니다. 상대는 시효가 끝났으니 자기 몫만 달라고 합니다. 민법은 여기에 한 줄짜리 예외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제495조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그 예외가 열리고 어디서 닫히는지를 따져 보겠습니다.

끝난 채권이 왜 되살아나나

제495조는 짧습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완성되기 전에 상계가 가능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정산의 재료로 쓰는 것만 허용됩니다. 소를 제기해 지급을 구하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입법의 이유는 사람의 행동 방식에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맞물려 있으면 누구나 언젠가 한 번에 정리하리라 생각하고 굳이 독촉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믿고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한쪽만 손해를 보게 된다면 결과가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그 믿음을 보호하려고 둔 장치입니다.

맞물려 있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제492조 제1항이 상계의 기본 틀을 정합니다. 쌍방이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하고 그 쌍방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의 성질이 이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는 제외됩니다.

이 네 가지가 갖추어진 상태를 실무에서는 상계적상이라고 부릅니다.

제495조가 요구하는 것은 그 상태가 시효가 차기 전 어느 시점에 실제로 있었을 것입니다. 두 채권이 나란히 존재했고, 둘 다 변제기가 지나 있었고, 성질상 상계가 가능했던 날이 하루라도 있었다면 조건이 채워집니다. 반대로 내 채권의 시효가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상대에게 갚을 채무가 생겼다면 그런 날이 없었으므로 이 조문을 쓸 수 없습니다.

상계적상
서로 상대에게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있고 양쪽 변제기가 모두 지나 상계가 가능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제493조 제2항은 상계의 의사표시가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므로, 이 시점이 정산의 기준일이 됩니다.

어느 쪽 채권이 늙었느냐가 갈림길이다

상계에서는 내가 내세우는 채권과 지워지는 상대의 채권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합니다.

제495조가 구제하는 것은 내가 내세우는 쪽입니다. 내 채권의 시효가 끝났더라도 그것으로 상대의 채권을 지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문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고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 방향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워지는 쪽 채권의 시효가 끝났다면 상대는 애초에 청구할 힘을 잃었으므로 굳이 상계를 꺼낼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다툼은 거의 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오래된 내 채권을 들고 나가면 상대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고, 그에 대해 제495조를 드는 흐름입니다. 이때 언제 두 채권이 나란히 놓였는지를 보이는 쪽이 이깁니다.

상황제495조를 쓸 수 있나
두 채권의 변제기가 모두 지난 뒤 한쪽 시효가 완성쓸 수 있습니다
내 채권 시효가 완성된 뒤에 상대에 대한 채무가 발생쓸 수 없습니다
내 채권의 변제기가 시효 완성 무렵까지 오지 않은 경우맞물린 날이 없어 어렵습니다
상대 채권에 압류가 걸린 뒤 내가 채권을 취득제498조에 막힙니다

기간 계산은 어디서 시작되나

기준은 제166조 제1항입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합니다.

기간의 길이는 채권의 성질을 따릅니다. 제162조 제1항이 일반 채권을 10년으로 정하고, 제163조는 3년으로 줄어드는 채권을 열거합니다. 이자와 급료처럼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지급, 의료인의 치료에 관한 채권,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생산자와 상인이 판매한 물건의 대가가 여기에 듭니다.

거래 관계에서 맞물린 채권이 자주 3년짜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사대금과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물품대금과 반품 정산금이 대표적인 짝이고, 그래서 제495조가 실제로 등장하는 자리도 대부분 여기입니다.

제167조는 소멸시효가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완성되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다루어지므로, 그 상태에서 정산의 재료로 남겨 두는 제495조의 취지가 더 분명해집니다.

이 조문이 통하지 않는 자리

세 곳에서 막힙니다.

  1. 고의로 저지른 불법행위에서 생긴 채무를 진 사람은 상계를 들어 피해자에게 맞서지 못합니다. 제496조가 그렇게 막아 두었고, 손해를 입혀 놓고 받을 돈이 있다며 셈을 맞추자고 나서는 일을 차단합니다.
  2. 압류가 금지된 채권을 지우는 데에도 상계를 쓸 수 없습니다. 제497조가 그렇게 정했으며, 생계에 직결되는 돈이 정산으로 사라지는 결과를 피하려는 규정입니다.
  3. 제498조에 따르면 지급금지 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는 그 뒤에 얻은 채권으로 명령을 신청한 쪽에 맞설 수 없습니다. 압류가 들어온 다음 급히 채권을 사들여 상계하는 길을 닫아 둔 조문입니다.

제495조는 시효라는 장벽만 걷어 줄 뿐, 이 금지 규정들까지 넘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주의
상계는 제493조 제1항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합니다. 언제 어떤 채권으로 얼마를 지우는지 특정하지 않은 통지는 뒤에 다투어질 소지가 큽니다.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나

다툼의 승패가 서류에서 갈립니다.

  • 두 채권의 발생일과 변제기가 적힌 계약서, 발주서, 세금계산서
  • 변제기가 언제 지났는지 보이는 청구서와 이체 내역
  • 정산하자는 대화가 오간 문자와 메일
  • 상대가 채무를 인정한 흔적이 있는 문서
  • 상계의 의사표시를 보낸 내용증명과 그 도달 기록

결론은 날짜 하나에서 갈립니다. 두 채권이 함께 놓여 있던 날을 특정하지 못하면 제495조를 들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정리

시효가 지난 채권이라고 해서 쓸모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제495조는 그 채권이 기간을 넘기기 전 어느 시점에 상대 채무와 맞물려 있었다면 정산의 재료로 남겨 둡니다.

다만 청구는 여전히 막혀 있고, 고의의 불법행위나 압류가 얽힌 자리에서는 이 조문도 힘을 잃습니다.

오래 묵은 채권과 채무가 함께 있는 거래라면, 먼저 두 채권의 변제기를 나란히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맞물린 날이 있었다면 아직 길이 남아 있으므로, 상계 통지를 보내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문구를 다듬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62조, 제163조, 제166조, 제167조, 제492조, 제493조, 제495조, 제496조, 제497조, 제498조

관련 안내: 부산 민사변호사 · 민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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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시효가 끝난 채권으로 소를 제기해 돈을 받을 수도 있나요?

아닙니다. 제495조는 상계에 쓸 수 있게 해 줄 뿐이고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그대로 막혀 있습니다. 상대의 채권을 지우는 방어 수단으로만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 채권의 시효가 끝난 뒤에 상대에게 갚을 돈이 생겼습니다. 상계되나요?

어렵습니다. 제495조는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두 채권이 맞물려 있었을 것을 요구하므로, 그런 시점이 없었다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두 채권의 발생일과 변제기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가 제 채권을 압류해 둔 상태입니다. 그래도 상계할 수 있나요?

압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채권이라면 다툴 여지가 있으나, 제498조는 지급금지 명령을 받은 뒤에 취득한 채권으로는 대항하지 못하게 합니다. 채권을 언제 취득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상계 통지는 어떤 형식으로 보내야 하나요?

제493조 제1항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습니다. 어떤 채권으로 어느 채무를 얼마만큼 지우는지 특정해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도달 기록을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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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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