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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인2026년 9월 24일조회 6

잔치 당일 주문이 늦게 도착했습니다, 독촉 없이 곧바로 해제해도 되나요?

Q. 질문 내용

아이 돌잔치에 맞춰 오전 11시까지 행사장으로 배달해 달라고 음식을 주문했는데, 실제로는 오후 2시가 다 되어 도착했습니다. 잔치는 이미 끝난 뒤였습니다. 업체는 어쨌든 보냈으니 값을 달라고 하는데, 따로 독촉을 하지 않고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그 약속한 시각이 계약의 목적 자체를 좌우하는 것이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각을 놓친 순간 계약의 의미가 사라지는 거래였다면 독촉 절차 없이 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 원칙은 독촉을 거쳐야 합니다

제544조가 일반 규칙을 정합니다. 상대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적당한 기간을 잡아 이행하라고 독촉하고, 그 기간 안에도 이행이 없으면 비로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늦었다고 곧바로 없던 일로 만들지 말고 한 번 더 기회를 주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채무자가 이행할 뜻이 없음을 앞질러 밝힌 경우라면 독촉을 건너뛸 수 있게 해 둡니다. 본인 사안처럼 잔치 당일에 물건이 늦게 온 경우는 이 단서와는 다른 조문에서 답이 나옵니다.

■ 시각이 곧 계약의 목적인 거래가 따로 있습니다

제545조가 그 자리를 맡습니다. 계약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시일이나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맺은 목적 자체를 이룰 수 없게 되는 때, 그 시기에 이행이 없으면 상대방은 앞 조문의 독촉을 거치지 않고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흔히 정기행위라고 부릅니다. 결혼식 당일 아침에 도착해야 할 꽃, 돌잔치 시작 시각에 맞춘 음식, 특정 공연 날짜의 무대 설치처럼 그날 그 시각을 지나면 받아도 쓸 데가 없는 거래가 여기에 듭니다.

■ 두 갈래 중 어느 쪽인지 가려야 합니다

조문은 두 가지 경로를 적어 두었습니다. ① 계약의 성질상 누가 보아도 그 시각이 전부인 경우, ② 계약의 성질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으나 당사자가 의사표시로 그 시각을 못 박은 경우입니다. 둘째 경로가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같은 음식 주문이라도 9월 24일 오전 11시까지 행사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서나 문자로 밝혀 두었다면 정기행위가 되고, 아무 말 없이 24일까지만 적어 두었다면 늦어도 다음 날 받아 쓸 수 있는 거래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본인 사안에서 주문할 때 행사 시각을 알렸는지, 그 기록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해제는 어떻게 하고 돈은 어떻게 돌려받나

제543조 제1항은 해제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도록 정하고, 제2항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지 못한다고 못 박습니다. 문자나 메일로도 되지만 다툼이 예상되면 내용증명이 안전합니다. 해제가 되면 제548조 제1항에 따라 각 당사자가 원상회복 의무를 지고, 제2항은 반환할 금전에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더하도록 정합니다. 선금 300만원을 냈다면 원금과 함께 그 이자까지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미 도착한 물건이 있다면 돌려주어야 하니 임의로 처분하지 마시고 상대에게 수령 시기를 알려 두십시오.

■ 해제와 손해배상은 따로 갑니다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가 손해배상을 구하는 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계약을 없던 일로 돌리는 것과, 늦은 탓에 생긴 손해를 물리는 것은 별개라는 뜻입니다. 근거는 제390조입니다.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때에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문입니다. 급히 다른 곳에 주문하느라 더 든 비용, 행사 진행에 실제로 들어간 추가 지출처럼 금액으로 셀 수 있는 항목을 영수증과 함께 정리해 두시면 청구가 수월해집니다.

■ 지금 순서대로 하실 일

① 주문서, 견적서, 문자 대화에서 행사 일시와 도착 시각을 밝힌 부분을 찾아 캡처합니다. ② 실제 도착 시각을 행사장 사진의 촬영 시간이나 배송 기록으로 남깁니다. ③ 늦은 물건을 받아 쓰셨다면 해제보다 감액이나 손해배상 쪽이 맞을 수 있으니 수령 여부를 분명히 정리합니다. ④ 해제하시려면 계약 내용과 해제 사유, 반환받을 금액을 적은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⑤ 추가로 든 비용의 영수증을 모아 손해배상액을 계산합니다. 정기행위인지 다툼이 예상되거나 금액이 크다면 해제 통지를 보내기 앞서 변호사와 문구를 맞춰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90조, 제543조, 제544조, 제545조, 제548조, 제55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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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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