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이 땅을 사겠다는 약속을 해 두는 일이 있습니다. 값과 물건은 정해 놓았는데 지금 당장은 사지 않고 결정할 권리만 한쪽이 쥐는 형태입니다. 민법은 이것을 매매의 일방예약이라 부르고 제564조에 세 개의 항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핵심은 첫 항에 있습니다. 완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그 순간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동의도, 다시 쓰는 계약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짧은 조문이 실무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디서 사고가 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본계약과 무엇이 다른가
출발점은 제563조입니다. 매매는 한쪽이 재산권을 넘기기로 하고 다른 쪽이 대금을 주기로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되어 있습니다. 양쪽의 약정이 맞물려야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예약은 그 앞자리에 놓입니다. 아직 매매를 하지는 않되 장차 매매를 성립시킬 수 있는 지위를 만들어 두는 약정입니다. 한쪽만 그 지위를 가지면 일방예약, 양쪽이 모두 가지면 쌍방예약이라 부릅니다.
제564조가 규율하는 것은 앞의 것입니다.
차이는 이행 청구의 모양에서 드러납니다. 보통의 예약이라면 본계약을 맺자고 요구하고 상대가 응하지 않을 때 그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일방예약은 그 단계를 건너뜁니다. 권리자가 완결의 뜻을 통지하는 것만으로 매매가 서기 때문입니다.
예약완결권
일방예약에서 한쪽 당사자가 갖는, 자기 의사표시만으로 매매를 성립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상대의 승낙이 필요 없고 상대가 거절해도 효력이 생기므로 형성권으로 다루어집니다. 조문의 술어가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로 되어 있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완결의 의사는 어떻게 표시하나
형식은 없습니다. 사겠다는 뜻이 상대에게 도달하면 됩니다.
그래도 실무에서는 내용증명우편을 씁니다. 언제 보냈고 무엇을 적었으며 언제 도달했는지가 나중에 전부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화로 말했다는 주장은 뒤에 가서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내용에는 어느 예약에 근거해 어느 목적물을 완결하는지가 드러나야 합니다. 예약 당시 정한 대금과 지급 방법도 함께 적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도달한 순간 법률관계가 바뀝니다. 그때부터는 예약이 아니라 매매계약의 이행 문제가 되고, 등기와 대금이 맞물리는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상대는 손 놓고 기다려야 하나
아닙니다. 제2항이 상대에게 쥐여 준 도구가 있습니다.
완결 의사표시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예약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매매를 완결할 것인지 확답을 달라고 최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약자란 완결권을 가진 쪽이 아니라 그 권리 행사를 받게 되는 쪽을 가리킵니다.
결과는 제3항에 있습니다. 예약자가 그 기간 안에 확답을 받지 못하면 예약은 효력을 잃습니다. 침묵이 포기로 다루어지는 구조입니다.
이 한 쌍의 조항이 실무에서 하는 일은 분명합니다. 언제 행사될지 모르는 권리에 매여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당사자 스스로 끝낼 수 있게 해 줍니다.
| 상황 | 근거 | 결과 |
|---|---|---|
| 권리자가 완결의 뜻을 통지 | 제564조 제1항 | 도달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깁니다. |
| 행사 기간을 정해 둔 경우 | 약정 | 그 기간이 지나면 더 행사하지 못합니다. |
| 기간을 정하지 않아 예약자가 최고 | 제564조 제2항 | 상당한 기간 안에 확답할 부담이 생깁니다. |
| 최고를 받고도 확답하지 않음 | 제564조 제3항 | 예약 자체가 효력을 잃습니다. |
상당한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사안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조문은 숫자를 적지 않았습니다.
판단의 재료는 목적물의 성격과 값, 권리자가 자금을 마련하는 데 통상 걸리는 시간, 예약을 맺은 뒤 흐른 기간입니다. 대출을 끼고 살 수밖에 없는 고액 부동산과 소액 동산에 같은 잣대를 대기는 어렵습니다.
너무 촉박하면 최고 자체의 효력이 다투어집니다. 넉넉히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최고서에는 기간의 마지막 날을 날짜로 특정해 적으십시오. 며칠 안에라는 표현보다 다툼이 줄어듭니다.
담보로 쓰이는 예약
이 제도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곳은 돈을 빌려주는 자리입니다.
빌려준 사람이 채무자의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의 일방예약을 맺고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 두는 방식이 널리 쓰여 왔습니다. 갚지 않으면 완결권을 행사해 본등기로 넘어가겠다는 구조입니다.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보다 간편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별도의 규율이 겹칩니다. 빌린 돈에 비해 넘어가는 재산의 값이 훨씬 크면 채무자가 크게 잃기 때문입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이런 담보 목적의 계약을 따로 다루면서 청산 절차를 요구합니다. 담보 목적이 섞여 있다면 제564조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순수한 매매 예약인지 담보인지는 서류 제목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돈이 오간 경위와 당사자의 의도가 기준이 됩니다.
계약금을 걸어 둔 경우와 헷갈리지 않으려면
제565조의 해약금과는 작동 방향이 반대입니다.
해약금은 이미 성립한 매매계약을 깨는 장치입니다. 계약 당시 계약금이나 보증금 명목으로 금전을 건넸다면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일방예약은 반대로 아직 없는 계약을 세우는 장치입니다.
둘이 한 서류에 섞이는 일도 있습니다. 예약을 맺으면서 일부 금액을 미리 건네고 그것을 계약금이라 부르는 경우입니다. 그 돈이 대금에 충당되는 선급금인지 해약금인지를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자체가 분쟁이 됩니다.
예약서에 무엇을 적어 두어야 하나
다툼의 대부분은 적지 않은 것에서 나옵니다.
- 목적물을 등기부 표시 그대로 특정합니다.
- 매매대금과 산정 방법, 지급 시기와 방법을 정합니다.
- 완결권을 누가 갖는지, 언제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를 날짜로 적습니다.
- 완결의 의사표시를 어떤 방법으로 할지와 도달의 기준을 정합니다.
- 완결 뒤 등기 서류를 넘기는 기한과 대금 지급의 선후를 정합니다.
- 주고받은 금전이 선급금인지 해약금인지 명시합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행사 기간을 날짜로 정해 두면 제2항의 최고 절차를 밟을 일이 생기지 않고, 권리가 언제까지 살아 있는지를 두고 다투지 않아도 됩니다.
확인할 것
· 예약서에 완결권 행사 기간이 날짜로 적혀 있는지
· 완결의 의사표시를 보낸 방법과 도달 증명 자료가 있는지
· 가등기를 해 두었는지, 그 목적이 담보인지
· 미리 건넨 돈의 성격이 문서에 적혀 있는지
· 최고서를 받았다면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정리
제564조 제1항은 예약완결권을 형성권으로 설계했습니다. 권리자의 의사표시가 도달하면 상대의 승낙 없이 매매가 성립합니다. 그때부터는 이행의 문제입니다.
대신 권리가 무한정 떠 있지는 않습니다.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상대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확답을 요구할 수 있고, 답이 없으면 예약 자체가 힘을 잃습니다.
담보 목적이 섞여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등기가 걸린 사안이라면 예약서와 금전 거래 내역을 챙겨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63조, 제564조, 제565조 ·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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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예약을 맺을 때 완결권 행사 기간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제564조 제2항에 따라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확답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확답이 없으면 제3항에 따라 예약이 효력을 잃습니다. 최고서를 받으셨다면 마지막 날 안에 완결 여부를 통지하십시오.
완결한다고 통지했는데 상대가 응하지 않습니다.
제1항에 따라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 이미 매매의 효력이 생겼으므로 남은 문제는 이행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게 되며, 도달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관건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가등기를 해 두었는데 그대로 본등기를 해도 되나요?
담보 목적이라면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청산 절차가 함께 문제 됩니다. 채권액과 목적물 가액의 차이가 클수록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우므로, 대여 경위와 금액을 정리해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예약할 때 건넨 돈을 계약금이라고 불렀습니다.
명칭보다 당사자가 그 돈에 어떤 성격을 주었는지가 기준입니다. 대금에 충당되는 선급금인지 제565조의 해약금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서류와 송금 당시의 연락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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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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