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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9월 29일조회 6

돈은 어느 곳에서 갚고 송금료는 누가 무나

빌린 돈을 갚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물건을 넘겨주려는데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 적어 둔 것이 없습니다. 이럴 때 아무 데나 두고 갚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민법은 갚을 장소를 정해 두었고, 그 자리까지 가는 데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장소를 어기면 이행이 되지 않고, 비용을 잘못 떠안으면 갚고도 손해가 남습니다. 두 조문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약정이 먼저인가 법이 먼저인가

약정이 먼저입니다.

제467조 제1항은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변제장소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 비로소 법이 나선다고 적었습니다. 계약서에 어디서 주고받는다고 써 두었다면 그 자리가 이행지가 됩니다. 성질상 장소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물을 고치기로 한 공사라면 그 건물이 있는 곳 말고 다른 장소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다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법전을 펴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서와 주문서, 견적서를 다시 읽고 인도 장소나 지급 방법에 관한 문구가 있는지를 찾으셔야 합니다. 그런 문구가 아무 데도 없을 때 아래의 두 가지 기준이 작동합니다.

특정물은 어디로 가져가나

물건이 있던 자리입니다.

제467조 제1항 후단은 특정물의 인도를 채권성립 당시에 그 물건이 있던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그림이라고 지목해 사고판 미술품, 창고에 놓여 있던 중고 기계처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물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준 시점이 계약을 맺은 때라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계약 뒤에 파는 쪽이 물건을 다른 창고로 옮겼더라도, 인도 장소는 원칙적으로 처음 그 물건이 놓여 있던 곳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물건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지참채무
채무자가 채권자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 이행해야 하는 채무를 말합니다. 우리 민법은 특정물 인도를 뺀 나머지를 원칙적으로 이 모습으로 설계했습니다. 반대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와서 받아 가야 하는 채무를 추심채무라고 부릅니다.

돈은 결국 누가 움직여야 하나

갚는 쪽이 움직입니다.

제467조 제2항 본문은 특정물 인도 이외의 채무변제를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돈을 갚는 일이 여기에 듭니다. 현주소라고 적어 둔 이유가 있습니다. 계약을 맺을 당시가 아니라 이행할 시점의 주소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영업에 관한 채무의 변제는 채권자의 현영업소에서 하도록 했습니다. 거래처에 물품대금을 보내는 사안이라면 사장 개인의 집이 아니라 그 회사의 영업소가 기준이 됩니다.

계좌이체가 일반화된 지금은 이 조문이 입금 의무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상대가 지정한 계좌에 돈이 들어가야 이행이 끝납니다.

무엇을 갚나어디서기준 시점근거
약정이 있는 모든 채무약정한 곳약정한 대로제467조 제1항 앞부분
특정물의 인도그 물건이 있던 장소채권성립 당시제467조 제1항 뒷부분
금전 등 그 밖의 채무채권자의 현주소변제할 때제467조 제2항 본문
영업에 관한 채무채권자의 현영업소변제할 때제467조 제2항 단서

장소를 지키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이행으로 쳐 주지 않습니다.

제460조 본문은 변제를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하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정해진 자리가 아닌 곳에 물건을 가져다 놓거나 엉뚱한 계좌에 돈을 넣는 것은 채무의 내용대로 한 제공이 아닙니다.

반대로 제대로 제공하면 그 순간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제461조는 변제의 제공이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고 정합니다. 상대가 받지 않아도 지연이자가 더 불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상대가 끝내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면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487조는 변제자가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게 하고, 제488조 제1항은 그 공탁을 채무이행지의 공탁소에 하도록 합니다.

송금 수수료와 운반비는 누가 무나

원칙은 갚는 쪽입니다.

제473조 본문은 변제비용을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채무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계좌이체 수수료, 물건을 실어 보내는 운임, 등기 이전에 드는 비용처럼 이행을 완성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여기에 듭니다. 백만 원을 갚기로 했다면 수수료를 뺀 금액이 아니라 백만 원이 상대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뒤집을 수 있습니다. 본문 스스로 다른 의사표시를 앞세워 두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에 비용 부담을 적어 두면 그대로 적용되며, 거래가 반복되는 사이라면 이 한 줄이 쌓여 적지 않은 금액이 됩니다.

상대가 이사했다면 늘어난 비용은

여기서 예외가 등장합니다.

제473조 단서는 채권자의 주소이전 기타의 행위로 인하여 변제비용이 증가된 때 그 증가액을 채권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적었습니다. 전체 비용이 아니라 늘어난 부분만 넘어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기타의 행위라는 표현이 넓습니다. 영업소를 옮긴 경우, 받을 계좌를 바꾸라고 통보한 경우, 물건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경우가 모두 이 자리에서 검토됩니다.

실무에서는 증명이 관건입니다.

  1. 변경 전의 주소나 계좌, 인도 장소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2. 변경을 알린 문자나 공문을 날짜와 함께 갈무리합니다.
  3. 변경 전후의 수수료나 운임을 각각 영수증으로 받아 둡니다.
  4. 차액을 계산해 정산 요구서에 항목별로 적습니다.
확인할 것
· 계약서에 이행 장소나 비용 부담 조항이 있는지
· 갚을 상대의 현재 주소와 영업소가 어디인지
· 특정물이라면 계약 당시 그 물건이 어디에 있었는지
· 상대가 주소나 계좌를 바꾼 사실을 언제 알려 왔는지
· 수수료와 운임 영수증을 변경 전후로 나누어 두었는지
· 갚은 뒤 영수증과 채권증서를 돌려받았는지

갚은 뒤에 받아 두어야 할 것

장소와 비용을 지켜 갚았다면 마지막 절차가 남습니다.

제474조는 변제자가 변제를 받는 자에게 영수증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구두로 확인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뒤에 같은 돈을 다시 요구받았을 때 내밀 수 있는 종이가 있어야 합니다.

차용증이나 약속어음처럼 채권증서가 있는 거래라면 하나 더 챙기십시오. 제475조는 채무 전부를 변제한 때 채권증서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일부만 갚은 경우에는 반환을 구할 수 없으므로, 증서 뒷면에 받은 금액과 날짜를 적고 서명을 받아 두십시오.

정리

갚을 자리는 약정이 있으면 약정대로, 없으면 특정물은 그 물건이 있던 곳, 나머지는 채권자의 현주소이며 영업에 관한 것이라면 현영업소입니다.

비용은 갚는 쪽이 부담하되 상대가 주소를 옮기거나 다른 요구를 해서 늘어난 몫은 상대에게 돌아갑니다. 늘어난 부분만 넘어가므로 전후 비교 자료를 남겨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받기를 거부해 공탁까지 가야 하는 사안이라면 이행지 판단이 곧 관할 판단이 됩니다. 금액이 크거나 물건의 성격이 애매하다면 변호사와 이행지를 먼저 확정하고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60조, 제461조, 제467조, 제473조, 제474조, 제475조, 제487조, 제48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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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이사를 갔는데 예전 주소로 보내면 되나요?

제467조 제2항은 채권자의 현주소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전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새 주소가 이행지가 되며, 옮긴 탓에 늘어난 비용은 제473조 단서에 따라 상대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계좌이체 수수료를 빼고 보내도 되는지요?

제473조 본문이 변제비용을 채무자 부담으로 정하므로 약정한 금액이 그대로 도달해야 합니다. 공제하고 보내면 덜 갚은 것이 되어 나머지 책임이 남습니다.

상대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제460조에 따라 제공을 마치면 제461조에 의해 그때부터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합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제487조의 변제공탁을 검토하시되, 제488조 제1항에 따라 채무이행지의 공탁소를 찾으셔야 합니다.

다 갚았는데 차용증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제475조가 채무 전부를 변제한 경우 채권증서의 반환청구권을 인정합니다. 반환을 미룬다면 제474조의 영수증만이라도 먼저 확보하시고,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요구한 기록을 남겨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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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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