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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인2026년 10월 1일조회 6

견적서에 조건을 달아 회신하면 새 청약인가요?

Q. 질문 내용

인테리어 업체에서 공사 견적서를 받았습니다. 금액은 괜찮은데 공사 기간이 너무 길어 보여서 착공일을 2주 앞당기고 잔금 비율을 조금 줄인 내용으로 회신 메일을 보냈습니다. 업체는 아직 아무 답이 없는데 어제 자재를 주문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 회신만으로 계약이 된 것인지, 지금 그만두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오간 서면 가운데 어느 것이 청약이고 어느 것이 승낙인지를 갈라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받은 조건을 손봐서 회신한 문서는 승낙이 아니라 거절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청약이므로, 지금은 상대가 답을 줄 때까지 계약이 서지 않은 상태로 보셔야 합니다.

■ 조건을 붙인 회신의 정체

민법 제534조가 정면으로 답합니다. 승낙자가 청약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그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 행위에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부여한 조문입니다. 단가를 깎았거나 납기를 늦췄거나 결제 조건을 바꿨다면 전부 여기에 들어갑니다. 금액은 그대로 두고 하자보수 기간만 손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다고 적혀 있으므로 우리는 승낙할 생각이었다는 내심의 의사를 나중에 주장해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 처음 받은 견적의 운명

거절로 취급되는 순간 원래 청약은 힘을 잃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새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 이제 와서 처음 견적대로 하겠다고 말해도 그것만으로 계약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발언은 다시 새로운 청약이 되고, 상대가 응해 주어야 비로소 성립합니다. 유리한 조건이 담긴 견적을 받으셨다면 토를 달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문구만 보내는 편이 안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꾸고 싶은 항목이 있다면 별도 협의 요청과 승낙을 구분해 두 통으로 보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 기간을 적어 보낸 청약의 무게

제528조 제1항은 승낙의 기간을 정한 청약이라면, 청약자가 그 기간 내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 효력을 잃는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기준은 보낸 날이 아니라 받은 날입니다. 견적 유효기간을 열흘로 적어 보내셨다면 열흘째 되는 날까지 회신이 도착해야 합니다. 앞서 제527조가 청약은 철회하지 못한다고 못 박아 두었으므로, 기간을 길게 적어 놓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거두어들이기도 어렵습니다. 자재값이 흔들리는 품목이라면 유효기간을 짧게 잡고 가격 변동 시 재견적이라는 단서를 넣어 두십시오.

■ 늦게 도착한 회신을 어떻게 처리하나

기간이 지나 도착했더라도 그냥 무시하시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528조 제2항은 보통이라면 기간 안에 닿았을 시점에 발송된 것으로 보이는 때, 청약자가 지체 없이 상대방에게 연착의 통지를 하도록 요구합니다. 그 통지를 하지 않으면 제3항에 따라 승낙이 연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계약이 성립해 버립니다. 도달 전에 지연의 통지를 발송해 두었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발송 자체가 늦었던 경우라면 제530조가 연착된 승낙을 청약자가 새 청약으로 볼 수 있게 열어 두었으니, 받아들일지 말지를 고르시면 됩니다. 봉투와 메일의 발송 시각을 남겨 두는 습관이 여기서 쓰입니다.

■ 계약은 정확히 언제 성립하나

일반 원칙은 제111조 제1항의 도달주의입니다.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도달한 때 효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제531조는 격지자 사이의 계약이 승낙의 통지를 발송한 때에 성립한다고 하여 예외를 두었습니다. 승낙만큼은 보낸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두 조문이 함께 작동하면 이런 그림이 됩니다. 승낙 통지를 기간 안에 발송했고 그 통지가 기간 안에 도달하면 계약은 발송한 날짜에 성립한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성립 시점은 이행기와 지연손해금의 기산에 영향을 주니 날짜를 기록해 두십시오.

■ 지금 하실 일

① 주고받은 문서를 날짜순으로 늘어놓고 각각에 청약, 거절 겸 새 청약, 승낙 가운데 무엇인지 표시합니다. ② 유효기간이 적힌 문서가 있는지, 있다면 그 기간이 지났는지 확인합니다. ③ 메일 발송 시각과 수신 시각을 화면 그대로 갈무리해 둡니다. ④ 조건을 바꿔 보낸 문서가 있다면 상대의 회신이 왔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계약이 아직 서지 않았다는 전제로 움직입니다. ⑤ 이미 작업을 시작했거나 자재를 발주하셨다면 손실 범위를 정리해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11조, 제527조, 제528조, 제529조, 제530조, 제531조, 제534조

관련 안내: 부산 민사변호사 · 민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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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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