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이던 조카에게 급히 1만 달러를 보내 주고 1년 뒤에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조카가 원화로 갚겠다며 금액을 제시했는데, 보낼 때의 환율로 계산한 숫자라 지금 시세로 바꾸면 수십만 원이 모자랍니다. 조카는 빌린 날 기준이 맞다고 하고 빌려준 쪽은 갚는 날 기준이 맞다고 합니다. 가족끼리라 더 말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다툼은 차용증에 무엇을 빌렸는지가 어떻게 적혀 있느냐에서 대부분 갈립니다. 판단 순서와 미리 막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달러로 빌렸으면 달러로만 갚아야 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빚의 금액이 다른 나라 통화로 정해져 있을 때, 빌린 사람은 달러를 구해 건네도 되고 우리 돈으로 바꿔 갚아도 됩니다. 민법이 채무자에게 이 선택을 열어 두었습니다. 달러로 건넬 때도 지폐든 주화든 미국에서 통용되는 종류라면 어느 것으로 줄지는 빌린 사람이 고릅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지급할 때의 이행지 환금시가입니다. 조문에 들어 있는 시점은 빌린 날이 아니라 지급하는 날입니다. 앞의 사례로 보면 조카의 주장은 법이 정한 기준과 어긋납니다. 1달러가 1,300원일 때 빌렸고 갚는 날 1,380원이 되었다면, 원화로 갚으려면 1,38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차용증 문구에 따라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나
모든 달러 거래가 외화채권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원화 금액을 먼저 적고 괄호 안에 달러 환산액을 참고로 붙였다면, 처음부터 원화를 빌려준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적힌 원화 금액만 갚으면 됩니다.
| 차용증에 적힌 모습 | 어떤 빚으로 보나 | 원화로 갚을 때 환율 |
|---|---|---|
| 10,000달러를 빌리고 같은 금액을 갚는다 | 달러가 목적인 외화채권 | 실제로 지급하는 때의 이행지 시세 |
| 1,300만 원(10,000달러 상당)을 빌린다 | 원화채권, 달러는 참고 표기 | 환율과 무관하게 적힌 원화 금액 |
| 10,000달러를 빌리되 1달러 1,300원으로 계산해 갚는다 | 외화채권이지만 환산율을 약정 | 약정한 환산율 |
세 번째 줄처럼 환산율을 미리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당사자끼리 정한 내용이 없을 때 법이 기준을 보충해 주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분쟁이 생기면 가장 먼저 꺼내 볼 것은 법조문이 아니라 차용증 원본과 송금 기록입니다. 송금 영수증에 외화로 보냈는지 원화로 보냈는지가 남아 있으면 당시 무엇을 빌려주려 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환금시가는 정확히 어느 환율인가
여기서 두 번째 다툼이 생깁니다. 은행마다 고시하는 환율이 여러 개이고, 같은 은행 안에서도 현찰을 살 때와 송금할 때의 값이 다릅니다.
법은 이행지의 시세라고만 했을 뿐 어느 고시를 쓰라고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행지를 확정해야 합니다. 갚을 장소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금전 채무는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갚는 것이 원칙이고, 영업에 관한 채무라면 채권자의 현영업소가 이행지가 됩니다. 빌려준 사람이 부산에 산다면 부산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의 시세를 보는 셈입니다.
그래도 매매기준율로 할지, 전신환 시세로 할지는 남습니다. 액수가 크면 이 차이만으로도 수십만 원이 오갑니다. 차용증에 어느 은행의 어떤 환율을 쓸지 한 줄 적어 두면 이 다툼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행지 환금시가
빚을 갚기로 한 장소에서, 실제로 갚는 날, 그 외국 돈을 우리 돈으로 바꿀 때 적용되는 시세를 말합니다. 빌린 날의 환율이나 당사자가 편한 대로 고른 환율이 아닙니다.
빌려준 쪽이 먼저 원화로 달라고 할 수 있나
법원은 채권자도 외화 대신 원화로 환산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채무자에게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조문이지만, 채권자가 원화로 받겠다고 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소송까지 갔을 때의 환산 시점입니다. 재판에서 원화로 청구하면 판결 직전, 즉 사실심 변론을 마칠 때의 환율로 환산하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소장을 낸 날이나 갚기로 한 날이 아닙니다. 재판이 길어지는 동안 환율이 크게 움직이면 청구액을 고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달러 그대로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환율 변동을 빌려준 쪽이 떠안지 않으려면 외화로 판결을 받는 편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환율 흐름과 상대방 재산 상태를 함께 보고 정합니다.
늦게 갚는 동안의 이자는 어떻게 붙나
갚기로 한 날을 넘기면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금전 채무를 제때 갚지 않은 경우 손해를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이율은 약정이 있으면 약정이율, 없으면 민사 법정이율 연 5%입니다.
외화채권이라면 이자도 외화 원금을 기준으로 셈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원화로 받을 때는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합친 달러 금액을 지급일 시세로 바꾸면 됩니다. 늦게 갚는다고 환율 위험이 빌린 사람 쪽에 유리하게 굳어지지는 않습니다. 갚는 날이 뒤로 밀리면 기준 시점도 함께 밀립니다.
다툼을 줄이려면 차용증에 무엇을 적어야 하나
가족이나 지인 사이 외화 거래는 말로만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항목만 적어 두어도 대부분의 다툼을 피할 수 있습니다.
- 빌려주는 것이 달러인지 원화인지, 금액과 통화를 함께 적는다.
- 원화로 갚을 수 있는지, 그때 어느 은행의 어떤 고시 환율을 쓸지 적는다.
- 환산 기준일을 지급일로 할지 약정일로 할지 정한다.
- 갚을 장소나 받을 계좌를 적는다.
- 이자와 지연 시 이율을 적는다.
이미 빌려준 뒤라면 지금이라도 메시지로 조건을 확인해 두십시오. 상대방이 동의한 답장이 남으면 사후에 맺은 약정의 증거가 됩니다.
주의
원화로 일부를 받으면서 영수증에 받은 원화 금액만 적으면, 달러 기준으로 얼마가 갚아졌는지 나중에 다툼이 생깁니다. 받은 날 적용한 환율과 그에 해당하는 달러 금액을 함께 적어 두십시오.
정리
달러로 빌린 돈은 원화로 갚을 수 있고, 기준은 빌린 날이 아니라 실제로 지급하는 날의 시세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원화를 빌려준 것으로 읽히는 계약이거나 환산율을 따로 정했다면 그 약정을 따릅니다.
차용증과 송금 기록을 먼저 확인하시고, 금액이 크거나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면 외화로 청구할지 원화로 청구할지를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77조, 제378조, 제379조, 제397조, 제467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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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빌릴 때 원화로 받았는데 차용증에는 달러로 적었습니다.
송금 기록과 대화 내용을 함께 봐서 당사자가 무엇을 빌려주려 했는지를 판단합니다. 달러를 기준으로 갚기로 한 뜻이 분명하면 외화채권으로, 달러가 단순 참고였다면 원화채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은행 환율이 여러 개인데 아무 것이나 써도 되나요?
법은 이행지 시세라고만 정했기 때문에 어느 고시를 쓸지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미리 정하지 않았다면 상대방과 합의해 적용 환율을 서면으로 남기고, 액수가 크다면 전문가 검토를 받으십시오.
일부는 달러로, 나머지는 원화로 갚아도 되나요?
채권자가 받아들이면 문제없습니다. 다만 원화로 갚은 부분에 적용한 환율과 그만큼 줄어든 달러 금액을 영수증에 함께 남겨 두어야 나중에 잔액 계산이 어긋나지 않습니다.
소송을 하면 언제 환율로 계산되나요?
원화로 환산해 청구하면 사실심 변론을 마칠 때의 환율이 기준이 됩니다. 소를 제기한 날이나 약정 변제일 환율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청구 방식을 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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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2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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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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