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차림은 아니었고 키도 컸습니다. 매장에서 최신 노트북을 현금으로 사 간 손님이 알고 보니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열흘 뒤 어머니가 영수증을 들고 찾아와 아이가 혼자 산 것이니 전액 돌려달라고 합니다. 박스는 이미 버렸고 화면에는 긁힌 자국도 보입니다. 업주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취소를 말하기 전과 뒤에 쓸 수 있는 수단이 다르므로 순서를 알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계약은 지금 살아 있는 것인가
살아 있습니다. 다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태입니다.
만 19세가 되지 않은 사람이 부모 동의 없이 맺은 계약은 무효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는 계약입니다. 누군가 취소하기 전까지는 효력이 그대로 있고, 취소하면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됩니다. 취소할 수 있는 사람은 미성년자 본인과 부모 같은 법정대리인입니다. 업주 쪽에는 취소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업주가 가장 곤란한 것은 이 불안정한 상태가 길어지는 것입니다. 물건을 다시 팔 수도 없고 매출로 잡아 두기도 애매합니다. 민법은 이런 상대방을 위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몇 가지 마련해 두었습니다.
부모에게 인정할지 말지 답을 달라고 할 수 있나
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가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다면 그 법정대리인에게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이 계약을 추인할지 확답해 달라고 촉구할 수 있습니다.
이 수단의 힘은 침묵에 있습니다. 부모가 정해진 기간 안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그 계약을 추인한 것으로 봅니다. 추인이 되면 더는 취소할 수 없으니 계약이 확정됩니다. 부모가 영수증을 들고 찾아오기 전, 학생이라는 사실을 업주가 먼저 알게 된 경우라면 이 촉구부터 보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손님이 그 사이 19세가 되었다면 촉구의 상대가 바뀝니다. 이제는 본인에게 같은 방식으로 묻습니다.
확답 촉구서에 담을 것
· 거래 날짜, 품목, 금액과 결제 방법
· 미성년자와의 거래라 추인 여부를 묻는다는 취지
· 1개월 이상의 회신 기한과 회신 방법
· 기한 안에 답이 없으면 추인한 것으로 본다는 안내
·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사본과 발송 기록 보관
업주가 먼저 계약을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나
조건이 맞으면 가능합니다. 미성년자가 맺은 계약은 추인이 있기 전까지 상대방이 자기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돌려받고 돈을 돌려주는 쪽으로 업주가 먼저 정리하는 길입니다.
문제는 단서입니다. 계약할 때 손님이 미성년자인 줄 알았다면 철회할 수 없습니다. 교복을 입고 왔거나 학생증을 보여 주었거나 대화 중에 학년을 말했다면, 업주는 알고도 판 것이 되어 이 길이 막힙니다. 그럴 때는 부모의 판단을 기다리거나 확답 촉구로 결론을 앞당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철회 통지는 미성년자 본인에게 해도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나중의 다툼을 생각하면 부모에게도 같은 내용을 보내 두는 편이 깔끔합니다.
손님이 나이를 속였다면 어떻게 되나
미성년자가 속임수를 써서 자기를 성인으로 믿게 했다면 그 계약은 취소할 수 없습니다. 부모 동의가 있는 것처럼 꾸민 경우도 같습니다. 남의 신분증을 내밀었거나 부모 동의서를 직접 써 온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업주들이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손님이 말로 스무 살이라고 한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적극적으로 믿게 만드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업주가 증명해야 하므로 CCTV 영상, 제시받은 신분증 사본, 서명한 서류를 지우지 말고 보관하십시오. 이런 기록이 없으면 속임수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부모가 취소하면 무엇을 돌려받나
취소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므로 업주는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 방향은 다릅니다. 미성년자는 그 거래로 얻은 이익이 지금 남아 있는 한도에서만 돌려주면 됩니다.
| 판 물건의 지금 상태 | 업주가 돌려받는 것 |
|---|---|
| 포장도 뜯지 않고 그대로 있다 | 물건 그 자체 |
| 쓰고 있어서 흠집이 생겼다 | 남아 있는 물건, 줄어든 가치는 원칙적으로 청구가 어렵다 |
| 되팔아서 돈으로 갖고 있다 | 남아 있는 판매 대금 |
| 잃어버렸거나 게임 아이템 등에 이미 다 썼다 | 남은 이익이 없으면 돌려받을 것도 없다 |
표에서 보듯 물건이 멀쩡할수록 업주에게 유리합니다. 부모가 찾아왔다면 돈을 먼저 내주기 전에 물건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사진으로 남기십시오. 반환과 환불은 같은 자리에서 맞바꾸는 것이 원칙입니다.
취소가 막히는 경우는 없나
있습니다. 업주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들입니다.
- 부모가 미리 동의했거나, 부모가 쓰라고 범위를 정해 준 돈(용돈 등)으로 산 경우
- 부모가 허락한 특정 영업과 관련된 거래인 경우
- 부모가 이미 계약을 인정했거나, 성년이 된 뒤 본인이 남은 대금을 치르는 등 인정한 것으로 볼 행동을 한 경우
- 취소할 수 있게 된 날부터 3년, 계약한 날부터 10년이 지난 경우
노트북 한 대 값을 두고 용돈 범위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소액 거래라면 1번이 자주 문제가 됩니다. 부모가 평소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돈을 쓰게 했는지가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정리
어린 손님과의 계약은 부모가 취소하기 전까지는 유효하지만 불안정합니다. 업주는 확답 촉구로 결론을 앞당기거나, 계약 당시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면 철회로 먼저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적극적으로 속였다면 취소 자체가 막힙니다.
취소가 되더라도 돌려받는 범위는 남은 이익에 한정되니 물건 상태를 빨리 확보하십시오. 앞으로는 일정 금액이 넘는 거래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절차를 매장 규칙으로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거래 금액이 크거나 부모와 주장이 엇갈린다면 변호사와 함께 대응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조, 제5조, 제6조, 제8조, 제15조, 제16조, 제17조, 제141조, 제142조, 제145조, 제146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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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부모가 전화로 취소한다고만 했습니다. 이것도 취소인가요?
취소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면 되므로 전화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통화 날짜와 내용을 메모하고, 반환과 환불 절차는 문자나 서면으로 확인해 두십시오.
확답 촉구 기간을 1주로 정해도 되나요?
1개월 이상으로 정해야 합니다. 그보다 짧게 정하면 무응답을 추인으로 보는 효과를 주장하기 어려우니 넉넉하게 기한을 적으십시오.
카드 할부로 샀는데 할부 계약도 취소되나요?
카드사와의 할부 계약은 별도의 문제이며 관련 법률에 따로 정한 내용이 있습니다. 매장과의 매매계약이 취소되면 매출 취소 절차를 함께 밟아야 하므로 카드사에 사정을 알리고 처리 방법을 확인하십시오.
물건을 돌려받기 전에 환불부터 요구합니다.
서로 돌려줄 의무는 맞바꾸는 것이 원칙이므로 물건 반환과 동시에 환불하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건의 현재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긴 뒤 처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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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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