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업이 어렵다며 집을 나간 지 열네 달째입니다. 휴대전화는 꺼져 있고 경찰에 낸 가출 신고도 진전이 없습니다. 그 사이 남편 명의 오피스텔의 세입자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하고, 남편 이름으로 된 차에는 과태료 고지서가 쌓입니다. 아내가 은행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해 봐도 돌아오는 답은 같습니다.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사라지면 남은 가족은 재산을 지킬 방법이 막힙니다. 이 공백을 메우려고 법이 마련한 장치가 부재자 재산관리인입니다.
가족이라도 떠난 사람 재산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나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부부라도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장보기나 공과금처럼 일상적인 살림의 범위에 그칩니다. 오피스텔 보증금을 정산하거나 차를 처분하는 일은 거기서 벗어납니다. 부모나 자녀, 형제라면 그런 권한조차 없습니다.
그렇다고 법이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살던 곳을 떠난 사람이 재산을 맡길 사람을 정해 두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를 받아 재산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하여야 합니다. 법원이 재량으로 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처분의 대표적인 모습이 관리인을 새로 뽑는 것입니다.
떠난 사람이 미리 누군가에게 관리를 맡겨 두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사람이 관리를 이어 가면 되고, 그 사람의 권한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법원이 나섭니다.
누가, 어느 법원에 신청하나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재산에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과 검사입니다.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이고, 부재자에게 돈을 받을 채권자나 공유 부동산의 다른 공유자도 여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신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건은 가정법원이 맡습니다. 관할은 부재자의 마지막 주소지 또는 재산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입니다. 부산에 살다가 떠났고 재산이 창원에 있다면 두 곳 중 편한 쪽을 고를 수 있습니다.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부재 사실을 보여 줄 자료를 모읍니다. 가출이나 실종 신고 접수 기록, 연락을 시도한 기록, 주민등록초본 등입니다.
- 관리가 필요한 재산의 목록과 등기부, 통장 사본, 임대차계약서를 준비합니다.
- 관리인 후보를 정해 신청서에 적습니다. 가족이 후보가 되는 경우가 많고 변호사가 선임되기도 합니다.
- 가정법원에 신청서를 내고, 법원이 묻는 사항에 보정서로 답합니다.
- 선임 심판을 받으면 관리인이 재산목록을 만들어 법원에 냅니다.
관리인이 되면 무엇을 할 수 있나
관리인의 기본 권한은 지키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재산을 보존하는 행위와, 재산의 성질을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하거나 개량하는 행위까지는 따로 허락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넘어서는 일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판단 기준을 표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관리인이 하려는 일 | 법원 허가 | 이유 |
|---|---|---|
| 밀린 관리비·재산세 납부, 누수 수리 | 필요 없음 | 재산을 지키는 보존행위 |
| 세입자에게서 월세를 받아 보관 | 필요 없음 | 재산의 성질을 바꾸지 않는 이용 |
| 예금 만기 때 같은 은행에 재예치 | 대체로 필요 없음 | 형태만 이어 가는 관리 |
| 아파트나 차량을 파는 일 | 필요 | 재산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처분 |
| 집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돈을 빌리는 일 | 필요 | 부재자에게 새 부담이 생김 |
| 부재자 명의로 소송을 내거나 합의하는 일 | 사안에 따라 필요 | 권리를 포기하거나 줄일 수 있음 |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은 이미 있던 빚을 정리하는 것이라 부담이 덜한 편입니다. 그래도 처리하기 전에 허가가 필요한지 법원에 물어 두면 뒤탈이 없습니다. 문제는 돌려줄 돈이 모자랄 때입니다. 오피스텔을 팔아 마련하려면 매각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합니다.
관리인이 지켜야 할 의무와 비용은 누가 대나
법원이 뽑은 관리인은 먼저 관리할 재산목록을 만들어야 합니다. 법원은 재산을 보존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면 관리인에게 구체적인 처분을 명할 수 있고, 재산의 관리와 반환을 담보하기 위해 상당한 담보를 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관리하면서 드는 비용은 부재자의 재산에서 나갑니다. 법원은 관리인에게 부재자의 재산으로 상당한 보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 관리인이 되었다고 자기 돈으로 세금과 수리비를 메울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관리인은 남의 재산을 맡은 사람입니다. 부재자의 통장에서 생활비를 꺼내 쓰거나, 월세를 자기 통장으로 받아 섞어 두면 나중에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
관리인은 부재자 명의의 별도 계좌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영수증과 거래 내역을 모두 보관하십시오. 부재자가 돌아오거나 관리가 끝나면 그동안의 관리 내역을 설명해야 합니다.
떠난 사람이 미리 맡긴 사람이 있다면
집을 나가기 전에 친척에게 도장과 통장을 맡기며 부탁했다면, 그 친척이 부재자가 정한 관리인입니다. 이때는 원칙적으로 그 사람이 계속 관리합니다.
그런데 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않게 되면 법원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인이나 검사가 청구하면 법원은 그 관리인을 바꿀 수 있고, 재산목록 작성이나 보존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관리인이 맡은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부재자가 돌아와 스스로 관리인을 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본인, 관리인, 이해관계인 등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앞서 내린 명령을 취소해야 합니다. 관리인 제도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없는 동안의 임시 장치입니다.
소식이 끊긴 채 몇 년이 지나면 어떻게 되나
재산관리인은 재산을 지키는 데서 멈춥니다. 상속이나 재산 분할처럼 사람의 생사를 전제로 한 문제는 풀지 못합니다.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실종선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박 침몰이나 항공기 추락처럼 목숨을 잃을 만한 위난을 당한 경우라면 위난이 끝난 뒤 1년이 기준입니다. 실종선고를 받으면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보므로, 그때부터 상속 절차가 시작됩니다.
다만 선고 뒤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선고는 취소될 수 있고, 선고로 재산을 받은 사람은 반환 문제를 안게 됩니다.
정리
가족이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기면 남은 사람이 그 재산을 대신 처분할 권한은 없습니다.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이 재산관리인을 선임하고, 관리인은 재산을 지키고 유지하는 일은 스스로, 팔거나 담보를 잡히는 일은 허가를 받아 합니다.
보증금 반환이나 세금 체납처럼 시한이 있는 일이 걸려 있다면 신청을 서두르십시오. 부재 기간이 길어져 상속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실종선고로 이어지는 절차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재산 구성과 가족 사정에 따라 다르니 변호사와 상의해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2조, 제23조, 제24조, 제25조, 제26조, 제27조, 제28조, 제118조, 제827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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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남편이 집을 나간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도 신청할 수 있나요?
법은 부재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종래의 주소를 떠나 재산을 관리할 사람이 없는 상태를 봅니다. 다만 곧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면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어려우니 연락 시도 기록과 급한 관리 사정을 함께 준비하십시오.
관리인이 되면 남편 명의 예금을 생활비로 써도 되나요?
관리인의 권한은 재산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가족 생활비로 쓰려면 그 필요성을 소명해 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이 안전하며, 임의로 꺼내 쓰면 나중에 반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 빚이 있는데 채권자가 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나요?
채권자도 부재자 재산에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청구해 선임된 관리인이 있다면 그 관리인을 상대로 소송이나 변제 협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실종선고는 재산관리인 선임과 함께 신청해야 하나요?
두 절차는 목적과 요건이 다릅니다. 생사불명 기간이 5년에 이르지 않았다면 먼저 재산관리인으로 재산을 지키고, 기간이 찬 뒤 실종선고를 따로 청구하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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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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