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을 받아 쓰는 공장 사장에게 법원 우편이 왔습니다. 납품업체에 줄 물품대금 4천만원을 납품업체의 채권자가 압류했으니 지급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그 뒤 납품업체가 급하다며 사장에게 2천만원을 빌려 갔고, 사장은 어차피 줄 돈에서 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달 뒤 압류채권자가 추심을 요구하자 사장은 2천만원은 상계했으니 나머지만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답이 왜 통하지 않는지를 민법 제498조의 문장 하나하나에서 풀어 보았습니다. 반대채권을 언제 얻었는지가 모든 것을 가릅니다.
조문이 막는 것은 상계 자체가 아니다
민법 제498조는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삼채무자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로 그 명령을 신청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한 문장이지만 네 조각으로 나뉩니다.
-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삼채무자
- 그 후에 취득한 채권
- 그 채권에 의한 상계
- 명령을 신청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마지막 조각이 뜻을 정합니다. 상계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된다고 적지 않고 압류채권자에게 주장하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압류채권자 앞에서는 4천만원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결론입니다.
제목의 무효는 압류채권자를 기준으로 한 표현입니다.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이란 무엇을 가리키나
압류명령이 대표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1항은 금전채권을 압류할 때 제3채무자에게 지급을, 채무자에게 처분과 영수를 금지하도록 정합니다. 사장이 받은 우편이 이것입니다.
가압류도 같은 성격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96조 제3항은 채권 가압류를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게 지급하지 말라는 명령만으로 하도록 정합니다. 지급금지라는 내용이 같으므로 가압류 결정문을 받은 뒤 얻은 반대채권도 제498조에 걸립니다.
효력이 생기는 시점은 제227조 제3항에 따라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입니다. 신청한 날도 결정한 날도 아닙니다. 사장 손에 우편이 닿은 날이 기준선입니다.
제3채무자
압류의 대상이 된 채권의 채무자, 즉 채무자에게 돈을 줄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공장 사장이 여기에 해당하고, 납품업체가 채무자, 그 채권자가 압류채권자입니다.
기준선 뒤에 생긴 채권이면 왜 안 되나
상계는 민법 제492조에 따라 같은 종류의 채무가 서로 이행기에 이르렀을 때 할 수 있고, 제493조에 따라 의사표시로 하며 상계할 수 있었던 때로 돌아가 소멸합니다. 이 소급효 때문에 상계는 돈을 받아 내는 방법으로 강력합니다.
그 힘을 압류 뒤에 쓰게 두면 압류는 무너집니다.
압류 뒤에 빌려준 돈으로 상계한다면 압류된 4천만원이 압류채권자 몰래 2천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채무자 역시 압류를 피해 돈을 꺼내 쓰는 셈이 됩니다. 조문은 이 길을 닫은 것입니다.
반대로 압류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채권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제498조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만 적었으므로, 그 전부터 있던 반대채권으로 하는 상계까지 막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압류 전 채권이라도 두 채권의 변제기 선후를 함께 따져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변제기 자료까지 갖추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반대채권의 모습 | 근거 | 압류채권자에게 상계 주장 |
|---|---|---|
| 압류명령 송달 뒤에 빌려준 돈 | 제498조 | 불가 |
| 송달 뒤 다른 사람에게서 양수한 채권 | 제498조 | 불가, 취득 시점이 뒤이면 같음 |
| 송달 전부터 있던 채권 | 제498조의 반대해석 | 가능, 변제기 자료를 갖출 것 |
| 압류된 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로 생긴 것 | 제496조 | 시점과 무관하게 불가 |
| 압류된 채권이 압류금지채권 | 제497조 | 시점과 무관하게 불가 |
취득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넓게 읽히나
빌려준 돈만이 아닙니다. 압류 뒤에 물건을 팔아 생긴 대금채권, 채무자가 낸 손해의 배상채권, 다른 사람에게서 사들인 채권이 모두 그 후에 취득한 채권입니다.
원인이 압류 전에 있었다면 어떨까요.
압류 전에 맺은 계약에서 압류 뒤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생긴 경우처럼, 뿌리는 앞에 있고 채권은 뒤에 생긴 사정이 있습니다. 조문은 취득 시점만 적어 이 경계를 가르지 않습니다. 압류 전의 계약서와 그 계약에서 채권이 나왔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있어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압류 뒤 제3채무자는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나
납품업체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할 때 사장이 할 일은 빌려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압류명령을 받은 뒤의 순서는 이렇습니다.
- 민사집행법 제237조에 따라 압류채권자가 신청하면 송달받은 날부터 1주 안에 채권을 인정하는지,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 다른 압류가 있는지를 서면으로 진술합니다
- 압류 전부터 있던 반대채권이 있다면 이 진술서에 그 존재와 금액, 발생 시점을 적습니다
- 채무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지급하면 압류채권자에게 다시 물어야 합니다
- 여러 압류가 겹치거나 다툼이 있으면 제248조에 따라 채무액을 공탁하고 사유를 신고합니다
압류채권자는 민사집행법 제229조의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으로 받아 갑니다. 사장이 응하지 않으면 제249조의 추심의 소가 오고, 그 소송에서 압류 뒤 반대채권으로 하는 상계 항변은 제498조에 막힙니다.
주의
압류 뒤에 채무자와 상계 합의서를 쓰는 방법도 통하지 않습니다. 제498조가 막는 것은 의사표시로 하는 상계만이 아니라 압류채권자를 해치는 결과 자체이므로, 합의의 형식을 빌려도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압류 뒤에 생긴 채권은 채무자에게 따로 청구하는 길만 남습니다.
빌려준 2천만원은 그러면 날리는 것인가
압류채권자에게 상계로 맞설 수 없을 뿐, 대여금 채권 자체는 남습니다. 압류채권자에게 4천만원을 전부 지급한 뒤 납품업체에 2천만원을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돈을 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압류를 당할 정도의 채무자라면 변제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제498조는 압류 뒤에 돈을 빌려준 제3채무자가 그 위험을 스스로 지게 만듭니다. 압류 통지 이후 채무자와 새로 생기는 거래는 모두 그 위에 놓입니다.
정리
민법 제498조는 지급금지 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그 뒤에 얻은 채권으로 상계하더라도 압류채권자에게는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조문입니다. 기준선은 압류명령이나 가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이며, 빌려준 돈뿐 아니라 물품대금, 손해배상, 양수한 채권이 모두 걸립니다.
압류 전부터 있던 반대채권은 막히지 않지만 변제기 자료를 갖추어야 하고, 합의의 형식을 빌려도 결과는 같습니다. 압류 뒤에 생긴 채권은 채무자에게 따로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압류명령을 받으셨다면 1주 안의 진술서에 압류 전 반대채권을 정확히 적는 일부터 집행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함께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92조, 제493조, 제496조, 제497조, 제498조 ·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29조, 제237조, 제248조, 제249조, 제296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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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압류 통지를 받은 뒤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 돈을 빼고 줄 수 있나요?
없습니다. 민법 제498조는 지급금지 명령을 받은 뒤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합니다. 압류된 금액은 전부 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고, 빌려준 돈은 채무자에게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가압류만 된 상태인데도 같은가요?
같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96조 제3항에 따라 채권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게 지급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이루어지므로 제498조의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에 해당합니다. 가압류 결정문을 받은 뒤 얻은 반대채권으로는 상계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압류 전부터 받을 돈이 있었습니다. 이것으로는 상계가 되나요?
제498조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만 적고 있어 압류 전 채권으로 하는 상계까지 막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두 채권의 변제기 선후를 함께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채권의 발생 시점과 변제기를 보여 주는 계약서와 거래 자료를 갖추어 진술서에 적으십시오.
압류 뒤 채무자와 상계하기로 합의서를 썼습니다. 효력이 있나요?
압류채권자에게는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제498조는 압류채권자를 해치는 결과를 막는 조문이어서 합의의 형식을 빌려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추심의 소에서 그 합의를 항변으로 내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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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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