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교체를 업체에 맡겼는데 작업 중 떨어진 자재가 행인을 다치게 했다고 해 봅시다. 다친 쪽에서는 일을 시킨 가게 주인에게 먼저 찾아옵니다. 돈이 있어 보이고 연락도 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법이 이 상황을 어떻게 짜 두었는지를 보면 방향이 다릅니다. 직원이 저지른 사고와 업체가 저지른 사고는 조문이 나뉘어 있고, 출발선이 정반대입니다.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그 예외는 어떤 모습인지, 이름만 도급인 계약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보겠습니다.
직원의 사고와 업체의 사고는 어떻게 갈리나
두 조문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먼저 제756조 제1항입니다.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책임이 있다는 쪽이 출발점이고, 선임과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는 증명이 있어야 벗어납니다.
바로 다음 조문이 방향을 뒤집습니다.
제757조 본문은 도급인이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 이렇습니다. 일을 맡긴 사람이 당연히 물어내는 구조로 오해하기 쉬우나, 조문의 문장은 그 반대에서 시작합니다.
차이의 뿌리는 지배력입니다. 고용된 사람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공사를 맡은 업체는 자기 판단과 기술로 일의 완성을 책임집니다.
| 조문 | 누구의 행위 | 출발점과 뒤집는 사유 |
|---|---|---|
| 제756조 | 피용자 | 책임 있음. 선임·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음을 사용자가 증명하면 면합니다. |
| 제757조 | 수급인 | 책임 없음. 도급 또는 지시에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책임이 붙습니다. |
| 제758조 | 공작물의 하자 | 점유자가 먼저 지고,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소유자가 집니다. |
예외가 열리는 문은 얼마나 좁은가
제757조 단서가 문을 하나 내 두었습니다.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읽어야 합니다. 첫째, 잘못이 놓인 자리가 도급 자체 또는 지시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업체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사정은 이 자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둘째, 가벼운 과실로는 부족하고 정도가 무거워야 합니다.
보통의 부주의만으로 책임이 넘어오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도급에 관한 과실과 지시에 관한 과실
앞의 것은 그 일을 맡길 상대를 고르는 단계의 잘못입니다. 면허도 장비도 없는 사람에게 철거를 맡기는 경우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뒤의 것은 일이 시작된 뒤의 잘못으로, 위험한 공법을 쓰라고 못 박거나 무너질 것이 보이는 순서를 지정한 경우입니다. 둘 다 맡긴 사람의 결정에서 비롯된 잘못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름만 도급이면 그대로 인정되나
계약서 제목에 도급이라고 적혀 있어도 다툼은 남습니다. 실제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따로 보기 때문입니다.
맡긴 쪽이 작업 시간과 인원을 직접 배치하고, 현장 지시를 매일 내리며, 장비와 자재까지 전부 대 주었다면 실질은 고용에 가깝습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상대방이 제756조를 들고 나오고, 맡긴 쪽은 제757조를 들고 맞섭니다. 판가름의 재료는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일이 굴러간 방식입니다.
공사일지, 작업지시 문자, 자재 구입 영수증, 안전교육 기록이 그 재료가 됩니다. 평소에 남겨 두지 않으면 사고 후에 만들 수 없습니다.
결국 그날그날 쌓아 둔 서류가 말합니다.
건물이나 시설이 문제였다면 어디로 가나
사고의 원인이 사람의 동작이 아니라 구조물 자체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제758조가 따로 작동합니다.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나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공작물점유자가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때에는 소유자가 지도록 합니다. 소유자 쪽 책임에는 면할 길이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물주가 수리를 맡긴 경우에는 두 갈래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업체 직원의 작업 동작이 원인이면 제757조의 영역이고, 애초에 난간이나 배관이 삭아 있었다면 제758조의 영역입니다. 같은 사고에서 두 주장이 함께 제기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제3항은 점유자나 소유자가 손해의 원인에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맡긴 쪽이 직접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나
제757조는 수급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룰 뿐입니다. 맡긴 사람 자신의 행위는 별개입니다.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통행로를 막아 놓지 않았거나, 위험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거나, 인접 건물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면 이 조문으로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가 증명할 대상은 맡긴 사람 자신의 부주의입니다.
두 조문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수급인의 사고에서 벗어나더라도 자기 몫의 잘못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의
사고 직후에 맡긴 쪽이 치료비를 대신 내 주는 일이 흔합니다. 도의적으로는 자연스러우나, 나중에 책임의 소재를 다툴 때 불리하게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부득이 지급한다면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과 정산 방법을 서면에 남기고, 업체의 보험 처리 절차를 함께 진행하십시오.
계약 단계에서 무엇을 정해 두어야 하나
다툼의 절반은 계약서를 쓰던 날에 이미 결정됩니다. 최소한 다음은 문서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상대의 면허, 등록, 시공 경력을 확인하고 사본을 받아 보관합니다.
- 영업배상책임보험이나 근로자재해보장보험의 가입 증서를 받습니다.
- 작업 방법과 안전조치는 수급인이 스스로 정한다는 취지를 적습니다.
- 현장 지시는 서면이나 메신저로만 주고받아 기록이 남게 합니다.
- 제삼자 피해가 생겼을 때의 처리 주체와 구상 방법을 정합니다.
- 공사 전 인접 건물과 통행로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 둡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이 두 줄이 실질을 도급으로 유지해 주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정리
제757조의 문장은 책임이 없다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일을 맡겼다는 사실 하나로 남의 사고를 떠안지는 않으며, 도급이나 지시에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예외가 열립니다. 직원의 사고를 다루는 제756조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계약의 이름과 달리 지휘와 감독을 실제로 했다면 제756조로 끌려갈 수 있고, 구조물의 하자가 원인이면 제758조가, 맡긴 사람 자신의 부주의가 있으면 제750조가 따로 작동합니다. 사고가 났다면 어느 조문의 문제인지부터 가리는 것이 먼저이니, 통지서를 받은 시점에 변호사와 함께 자료를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50조, 제756조, 제757조, 제758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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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업체가 낸 사고인데 왜 저에게 청구서가 옵니까?
피해를 입은 쪽에서는 자력이 있어 보이는 상대부터 찾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제757조 본문은 도급인이 수급인의 가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청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지급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중대한 과실은 어느 정도를 말하나요?
조문은 잘못이 도급 또는 지시에 있어야 하고 그 정도가 무거워야 한다고 두 겹으로 제한합니다. 자격이 없는 상대에게 위험한 작업을 맡기거나 무너질 것이 예상되는 방식을 지정한 경우가 이에 가깝고, 보통의 부주의로는 부족합니다.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써 두면 안전한가요?
문구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작업 시간과 인원을 직접 배치하고 매일 현장 지시를 내렸다면 실질이 고용으로 판단되어 제756조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지시를 서면으로만 주고받아 기록을 남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건물 난간이 삭아 사고가 났다면 어느 조문입니까?
구조물 자체의 하자가 원인이라면 제758조의 문제가 됩니다. 점유자가 먼저 책임을 지고 점유자가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소유자가 지며, 소유자 쪽에는 면책 규정이 없다는 점을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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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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