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아버지가 몇 해 전부터 저에게 시골 땅을 주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고 형제들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말을 믿고 농기계까지 들여 농사를 지어 왔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다른 형제에게 넘기겠다고 하십니다. 계약서는 따로 쓴 적이 없습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주겠다는 뜻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중 일부라도 실제로 건너갔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말로만 오간 증여는 상대가 언제든 물릴 수 있지만, 이미 넘어간 부분과 문서에 뜻이 드러난 부분은 그 대상에서 빠집니다.
■ 말로 한 약속도 계약으로는 성립합니다
먼저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구두 약속이라 계약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제554조는 한쪽이 무상으로 재산을 주겠다는 뜻을 표시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서류도, 도장도, 증인도 요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통장을 물려주겠다고 하고 자녀가 고맙다고 답한 순간 증여계약은 이미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그 계약이 얼마나 단단한가에 있습니다.
■ 그런데 서면이 없으면 각자 풀어 버릴 수 있습니다
제555조가 이 사안의 중심입니다. 증여의 뜻이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당사자 어느 쪽이든 해제할 수 있습니다. 준다고 한 쪽이 마음을 바꾸어도 되고, 받기로 한 쪽이 사양해도 됩니다. 기간 제한도 없고 이유를 댈 필요도 없습니다. 값을 치르는 매매와 달리 대가 없이 재산이 옮겨 가는 약속이라, 가볍게 나온 말에 사람을 묶어 두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니 상대가 번복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손해배상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 어떤 문서까지 서면으로 볼 수 있습니까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계약서라는 형식이 아니라 증여의 뜻이 문서에 드러났는지입니다. 그래서 다음을 먼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① 각서, 확인서, 편지처럼 주겠다는 문장이 적힌 종이 ② 증여를 전제로 작성된 등기신청 서류나 위임장 ③ 세무서에 낸 증여세 신고서와 부속서류 ④ 가족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대화 ⑤ 통장 이체란에 적어 둔 메모. 형식이 허술해도 주겠다는 의사가 읽히면 다툴 여지가 생기고, 반대로 아무것도 없으면 제555조가 그대로 작동합니다.
■ 이미 받은 부분은 돌려주어야 합니까
돌려주지 않습니다. 제558조가 앞선 세 조문에 따른 해제의 힘을 이미 끝난 이행에는 미치지 못하게 막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행이 끝났다는 것은 부동산이라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상태, 금전이라면 계좌로 들어온 상태, 물건이라면 손에 넘어온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다섯 달에 걸쳐 나누어 주기로 한 돈 가운데 두 번을 받았다면 그 두 번분은 그대로 남고, 나머지 세 번분만 해제로 사라집니다.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가 가장 불리합니다.
■ 지금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움직입니까
순서를 정해 두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① 약속 전후 3개월 정도의 문자와 통화 목록을 내려받아 주겠다는 표현이 나오는 부분을 표시합니다. ② 그 무렵 증여세 신고나 등기 상담을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서류를 발급받습니다. ③ 일부라도 받은 것이 있으면 이체 내역과 인수 시점을 특정합니다. ④ 부동산이라면 등기사항증명서로 현재 명의와 처분 여부를 봅니다. ⑤ 부양이나 병간호처럼 대가에 가까운 약속이 얹혀 있었다면 그 이행 자료를 따로 모읍니다. 다섯 번째가 확인되면 단순 증여가 아닌 다른 구성이 가능해지므로, 자료를 갖춘 뒤 변호사와 함께 청구의 형태를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54조, 제555조, 제558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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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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