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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9월 23일조회 6

갚을 날짜 없는 빚은 청구받은 때부터 지체

언제까지 갚겠다는 말 없이 오간 돈이 있습니다. 나중에 정산하기로 한 물건값, 급할 때 융통해 준 돈, 날짜 칸을 비워 둔 차용증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채무에서 늦었다는 책임이 언제부터 생기는지를 두고 다툼이 잦습니다. 준 날부터라는 쪽과 재판을 걸어야 비로소라는 쪽이 갈리는데, 민법은 그 중간에 선을 그어 두었습니다. 제387조가 정한 세 가지 기준과 소비대차에만 붙는 제603조의 한 단계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지체책임이 붙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이자가 아니라 배상이 시작됩니다.

이행기를 넘겨 갚지 않는 상태가 이행지체이고, 제390조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금전채무에는 제397조가 특칙을 두어 손해배상액을 법정이율로 계산하게 하고, 법령의 제한 안에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을 씁니다. 제379조의 법정이율은 연 5푼입니다.

이 배상은 성격이 독특합니다. 제397조 제2항이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않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얼마를 잃었는지 보일 필요가 없고 사정이 어려웠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으므로, 지체가 어느 날부터 시작되었는지가 곧 금액이 됩니다.

제392조는 한 겹을 더 얹습니다. 지체 중에 생긴 손해는 채무자에게 과실이 없어도 배상해야 합니다.

기한이 있는 빚과 없는 빚은 어디서 갈리나

제387조가 세 갈래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약정의 모양근거지체가 시작되는 때
확정한 기한 (예: 10월 31일까지)제1항 전단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불확정한 기한 (예: 집이 팔리면)제1항 후단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부터
기한이 없음제2항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첫째 칸은 달력에 적힌 날이 지나면 그날부터이므로 다툴 것이 없습니다.

둘째 칸은 사건이 언제 벌어졌는지가 아니라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안 때가 기준입니다. 집이 팔리면 갚기로 했는데 매매 사실을 채무자가 몰랐다면 그가 안 날까지는 지체가 아니므로, 알렸다는 기록이 중요해집니다.

셋째 칸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날짜가 없는 채무는 청구가 도달한 때가 출발선입니다.

기한 없는 빚에서 청구는 어떤 무게를 갖나

제387조 제2항의 문장은 짧습니다.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습니다.

두 방향에서 읽어야 합니다. 채권자 쪽에서 보면 기한이 없다고 해서 영원히 지체가 없는 것이 아니고, 갚으라고 말한 순간부터 책임이 붙습니다. 소송을 제기해야만 시작되는 것도 아닙니다.

채무자 쪽에서 보면 청구가 도달하기 전까지는 늦었다는 평가 자체가 없습니다. 돈을 받은 날부터 지연이자를 붙여 청구서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기한 약정이 없었다면 그 계산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도달이 기준입니다. 청구서를 보낸 날이 아니라 상대에게 닿은 날부터 세게 되므로, 문자나 전화로 한 청구는 언제 닿았는지 보이기 어렵습니다. 내용증명이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행청구
채무의 내용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의사의 표시입니다. 형식의 제한은 없지만, 기한 없는 채무에서는 그 도달 시점이 지체의 출발선이 되므로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빌려준 돈에는 왜 한 단계가 더 있나

소비대차는 다릅니다.

제603조 제2항이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는 때 대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하여야 한다고 따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채무는 청구가 닿는 순간 지체가 시작되지만, 돈을 빌려준 관계에서는 갚을 시간을 주면서 알려야 합니다. 빌린 사람이 그 돈을 이미 써 버렸을 것을 전제로 하는 계약이어서 오늘 달라고 해서 오늘 내놓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이고, 그래서 지체는 최고서에 적은 기간이 지난 다음 날부터 붙는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기간을 적지 않고 보냈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고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도달 뒤 객관적으로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지체가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이지만, 그 기간이 며칠인지를 두고 다투게 되므로 처음부터 날짜를 박아 보내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항 단서에 따라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습니다.

지체가 시작된 뒤 금액은 어떻게 불어나나

세 층으로 쌓입니다.

  1. 원금에 대하여 지체 시작일부터 제379조의 연 5푼,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상행위로 생긴 채무라면 상법이 정한 이율이 적용됩니다.
  2. 소를 제기해 소장이 상대에게 송달되면 그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높은 이율로 바뀝니다. 다투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는 예외입니다.
  3. 제392조에 따라 지체 중에 생긴 다른 손해가 있다면, 제393조의 범위 안에서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첫 층이 언제 시작되느냐가 표에서 본 세 갈래로 정해집니다. 둘째 층은 소송 절차가 만듭니다. 청구를 오래 미루면 첫 층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주의
기한 없는 채무라도 소멸시효는 청구와 무관하게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합니다. 청구를 미루는 사이에 제162조나 제163조의 기간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청구는 어떻게 남겨 두나

기한 없는 채무에서 채권자가 준비할 것은 도달을 증명할 수 있는 청구 한 번뿐입니다.

내용증명 우편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 배달증명을 함께 붙이면 도달일까지 확정됩니다. 채무의 발생 원인, 금액, 갚을 계좌를 적고, 소비대차라면 반환 기한을 날짜로 명시합니다. 반송되면 도달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소를 미리 확인합니다.

반대로 채무자라면 청구서가 온 날짜를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그날 이전의 지연이자를 요구받았다면 제387조 제2항을 들어 기산일을 바로잡을 수 있고, 소비대차라면 제603조 제2항의 상당한 기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
· 계약서나 문자에 갚을 날짜에 관한 언급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 불확정 기한이라면 그 사실을 채무자가 언제 알았는지 보일 자료
· 청구서가 상대에게 도달한 날짜의 증명
· 돈을 빌려준 관계라면 최고서에 반환 기간을 적었는지
· 채권 성립일부터 계산한 소멸시효의 남은 기간

정리

제387조는 확정기한이면 그 날, 불확정기한이면 안 날, 기한이 없으면 이행청구를 받은 날을 지체의 출발선으로 삼습니다. 청구가 닿는 순간부터 제397조의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빌려준 돈만은 제603조 제2항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알린 뒤 그 기간이 지나야 늦은 것이 됩니다.

청구를 미루면 그만큼의 지연손해금이 사라지고, 시효는 따로 흘러갑니다. 날짜가 비어 있는 채권을 갖고 계시다면 도달이 남는 방법으로 청구부터 하시고, 상대가 다툴 조짐이 보이면 변호사와 함께 기산일을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62조, 제163조, 제166조, 제379조, 제387조, 제390조, 제392조, 제393조, 제397조, 제603조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 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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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날짜 없이 빌려준 돈인데 준 날부터 이자를 청구할 수 있나요?

지연손해금은 제603조 제2항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한 뒤 그 기간이 지난 때부터 붙습니다. 빌려준 날부터 붙이려면 그날부터 이자를 주기로 한 약정이 있어야 합니다.

카톡으로 갚으라고 했는데 청구로 인정되나요?

형식의 제한은 없으므로 청구가 됩니다. 다만 도달한 때가 출발선이므로 읽은 시점을 보일 수 있어야 하고, 소비대차라면 반환 기간을 정해 알려야 하므로 내용증명으로 한 번 더 보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집이 팔리면 갚기로 했는데 팔린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불확정 기한이므로 제387조 제1항 후단에 따라 채무자가 매매 사실을 안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직접 판 경우라면 그날 알았다고 보게 되고, 제3자가 판 경우라면 채무자에게 알린 기록이 필요합니다.

지체책임이 없으면 소멸시효도 안 흐르나요?

별개의 문제입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므로 기한 없는 채무는 성립한 때부터 흐르기 시작합니다. 청구를 하지 않아 지체가 없더라도 시효는 그대로 지나가므로 기간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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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3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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