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쪽이 이런 제안을 내놓는 일이 있습니다. 조건은 간단해 보입니다. 제날짜에 갚지 못하면 그 집을 대신 받겠다는 조건입니다. 서로 합의했으니 문제없어 보이지만 민법은 이 약속에 선을 그어 두었습니다. 넘기기로 한 재산의 값이 빌린 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왜 이런 제한이 들어갔고 선을 넘은 약정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조문의 문언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떤 약속이 문제가 되는가
현금 대신 재산을 넘겨 갚기로 앞질러 약속해 두는 형태입니다.
빌릴 때는 갚지 못할 상황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조건을 깊이 따지지 않습니다. 빌려주는 쪽은 회수를 확실히 하려 하고 빌리는 쪽은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두 사정이 만나면 담보로 잡는 것을 넘어 아예 소유권을 넘기는 약속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문제는 값의 차이입니다. 3천만원을 빌리면서 시세가 훨씬 높은 부동산을 대신 넘기기로 했다면, 갚지 못한 순간 그 차액이 통째로 빌려준 쪽에게 갑니다.
이 지점에서 조문이 개입합니다.
조문이 그은 선은 어디인가
민법 제607조가 그 자리입니다. 빌린 것을 돌려주는 일과 관련해 차주가 그것을 갈음할 다른 재산권을 넘기기로 예약했다면, 그 재산의 예약당시의 가액은 차용액과 거기 붙은 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세 가지가 한 문장에 들어 있습니다. 적용 대상은 돈이나 물건을 빌린 뒤 그 반환에 관하여 다른 재산권을 넘기기로 예약한 경우입니다. 비교 대상은 그 재산의 가액과 차용액에 이자를 더한 금액입니다. 그리고 기준 시점이 예약당시로 못 박혀 있습니다.
시점이 왜 중요한지는 바로 드러납니다. 약속한 뒤 부동산 값이 올랐다고 해서 그 오른 값으로 다시 재지 않고, 반대로 떨어졌다고 해서 유리해지지도 않습니다. 저울에 올리는 숫자는 약속하던 날의 것입니다.
무엇과 무엇을 견주는가
한쪽에는 넘기기로 한 재산의 값이 올라갑니다. 부동산이라면 그 시점의 시세이고, 지분이라면 지분만큼의 값입니다.
다른 쪽에는 차용액과 이자를 더한 금액이 올라갑니다. 조문이 이자를 따로 적어 둔 이유가 있습니다. 원금만 기준으로 삼으면 갚을 날까지 쌓이는 이자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어 빌려주는 쪽에 지나치게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자에는 다른 법의 제한이 함께 걸립니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 관련 법률이 정한 상한을 넘는 부분은 애초에 이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초과분을 합산액에 얹어 선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계산의 뼈대는 단순합니다.
대물반환의 예약
빌린 것을 그대로 갚는 대신 다른 재산권을 넘기기로 앞질러 약속해 두는 것입니다. 갚지 못하는 상황을 조건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담보의 기능을 하면서 담보 절차는 거치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대물대차와는 어떻게 다른가
시점이 다릅니다. 하나는 받을 때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갚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606조는 돈을 빌리는 거래에서 차주가 현금이 아닌 유가증권이나 물건을 건네받았다면, 그것을 건넨 시점의 값을 차용액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어음이나 물품을 받았다면 그 시점의 값이 빌린 금액이 된다는 뜻입니다. 장부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손에 들어온 값이 기준이 됩니다.
액면가로 적는 관행을 막으려는 장치입니다. 액면 1천만원짜리 어음을 건네고 1천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처리하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그보다 적은데 갚을 금액만 커집니다.
두 조문은 한 쌍으로 읽힙니다. 앞의 것은 들어오는 쪽의 값을 실질로 재고 뒤의 것은 나가는 쪽의 값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제608조도 두 조문을 묶어 다룹니다.
선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가
효력이 부정됩니다.
제608조는 앞의 두 조문에 어긋나는 약정 가운데 차주에 불리한 것은, 환매라는 이름을 붙이든 어떤 명목을 내세우든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명목을 가리지 않는다는 문언입니다. 대물반환예약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환매특약이나 매매예약으로 적어 두어도, 실질이 같으면 같은 판단을 받습니다. 형식을 바꾸어도 실질로 되돌아옵니다. 계약서의 제목을 바꾸는 방법으로 이 조문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무효가 되는 범위입니다. 조문은 차주에 불리한 것이라고 한정했습니다. 빌린 쪽을 보호하려는 규정이므로 그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걸립니다.
빌려준 쪽이 돈을 돌려받을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담보로 넘긴 등기라면 어떻게 다루어지나
별도의 법률이 이 영역을 따로 규율합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돈을 빌려주면서 부동산에 가등기를 걸어 두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미리 넘겨 두는 방식이 널리 쓰이자, 그 실행 절차를 정해 차액을 정산하도록 만든 법입니다. 청산금을 계산해 알리고 일정 기간을 기다린 뒤에야 소유권을 확정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법이 적용되는 사건인지에 따라 밟아야 할 절차가 달라집니다. 적용 범위와 요건은 그 법률 자체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등기가 이미 넘어간 사건이라면 어느 법이 작동하는지부터 가리는 일이 먼저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무엇을 확인하나
서류의 제목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봅니다.
- 실제로 손에 들어온 금액이 얼마인지, 선이자를 떼었다면 그 액수는 얼마인지
- 넘기기로 한 재산의 약속 당시 시세를 보여 줄 자료가 있는지
- 약정한 이자율이 법이 정한 상한 안에 있는지
- 계약서가 매매나 환매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는 않은지
- 등기가 이미 넘어갔는지, 가등기 상태인지
차액이 크게 벌어진 사건일수록 다툼의 실익이 큽니다. 반대로 값 차이가 미미하면 다른 쟁점으로 눈을 돌리는 편이 낫습니다.
확인할 것
· 차용증과 별도로 작성된 매매계약서나 예약서가 있는지
· 송금 내역에 찍힌 실제 입금액과 차용증의 금액이 같은지
· 예약 당시의 공시가격이나 감정 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 인감증명서와 등기권리증을 언제 건넸는지
· 상대가 등기를 넘기기 전에 정산을 제안한 적이 있는지
정리
빌린 돈을 재산으로 갚기로 한 예약은 약속하던 날의 재산 값이 원금과 이자의 합계를 넘지 못한다는 제한을 받습니다.
이 선을 넘은 약정 가운데 빌린 쪽에 불리한 부분은 이름을 무엇으로 붙였든 효력을 잃습니다. 받을 때의 값을 실질로 재는 조문과 갚을 때의 값을 제한하는 조문이 한 쌍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등기가 이미 넘어간 사건이라면 가등기담보에 관한 법률이 함께 작동하므로 판단이 복잡해집니다. 차용증과 함께 작성한 서류가 있다면 그것부터 들고 변호사와 함께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06조, 제607조, 제608조 ·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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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돈을 빌리면서 갚지 못하면 아파트를 넘기겠다고 각서를 썼습니다.
각서라는 이름이어도 실질이 대물반환의 예약이면 민법 제607조의 제한을 받습니다. 약속하던 시점의 시세와 빌린 금액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견주어 보셔야 합니다.
계약서를 매매계약으로 써 두면 이 조문을 피할 수 있나요?
제608조는 어떤 명목을 붙이든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습니다. 서류의 제목보다 실제 돈이 오간 경위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예약한 뒤 부동산 값이 올랐습니다. 지금 시세로 다시 계산하나요?
조문이 예약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적고 있으므로 이후의 시세 변동은 그 비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사건에 따라 다른 법이 적용되면 정산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넘어간 상태입니다.
가등기담보에 관한 법률의 적용 여부에 따라 청산 절차가 달라집니다. 등기부등본과 차용 당시의 서류를 함께 준비해 어느 법이 작동하는 사건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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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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