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신청서에 이름을 적는 순간 절차의 틀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가 열리고 보면 실제로 돈을 쥔 사람은 서류에 없고, 이름이 오른 쪽은 따로인 일이 생깁니다. 민사조정법은 이런 어긋남을 절차 안에서 손보라고 세 개의 조문을 나란히 두었습니다. 제16조는 밖에 있는 사람을 안으로 들이고, 제17조는 잘못 적은 상대를 바꾸며, 제18조는 여럿이 한 창구로 말하게 합니다. 신청서를 새로 쓰지 않고도 쓸 수 있는 장치들이므로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도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나
앉을 수 있습니다.
제16조 제1항은 조정의 결과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조정담당판사의 허가를 받아 조정에 참가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스스로 손을 들어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허가라는 관문이 붙어 있으므로 참가하겠다는 뜻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과가 자기 권리에 어떻게 미치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길은 하나 더 있습니다. 제2항은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해관계가 있는 자를 참가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절차 안으로 부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정은 판결과 달리 당사자가 스스로 조건을 짜는 자리입니다. 보증을 선 사람이나 담보를 제공한 사람이 빠진 채 합의가 서면 그 합의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인의 참가
신청인도 피신청인도 아니지만 조정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자기 권리나 의무가 움직이는 사람을 절차에 끌어들이는 제도입니다. 스스로 신청해 허가를 받는 길과 판사가 불러들이는 길이 함께 열려 있습니다.
상대를 잘못 적어 냈다면 처음부터 다시인가
다시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제17조 제1항은 신청인이 피신청인을 잘못 지정한 것이 명백한 경우 조정담당판사가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 결정으로 경정을 허가할 수 있게 합니다. 세 가지가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잘못이 명백할 것, 신청인이 스스로 구할 것, 판사가 결정의 형식으로 허가할 것입니다.
명백하다는 말이 관문입니다. 법인 이름을 한 글자 틀리게 적었거나 대표자 개인과 회사를 뒤바꾼 경우처럼 서류만 보아도 드러나는 어긋남이 여기에 들고, 누가 진짜 책임자인지를 두고 다툼이 붙어 있는 사안은 이 통로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경정을 구할 때는 등기사항증명서나 사업자등록증처럼 착오를 한눈에 보여 주는 서면을 함께 내십시오.
| 조문 | 무엇을 하나 | 누가 움직이나 | 판사의 행위 |
|---|---|---|---|
| 제16조 제1항 | 이해관계인이 들어옴 | 이해관계인 본인 | 허가 |
| 제16조 제2항 | 이해관계인을 불러들임 | 판사의 판단 | 참가하게 함 |
| 제17조 제1항 | 상대를 바꿈 | 신청인 | 결정으로 허가 |
| 제18조 제1항 | 대표를 세움 | 여러 당사자 | 선임을 명할 수 있음 |
바꾸고 나면 날짜는 어디로 가나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제2항은 허가결정이 있으면 새로운 피신청인에 대한 조정신청을 경정신청이 있은 때에 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처음 접수한 날이 아니라 상대를 바꿔 달라고 구한 날이 기준이 됩니다. 제3항은 반대쪽을 정리합니다. 종전 피신청인에 대한 조정신청은 같은 시점에 취하된 것으로 봅니다.
날짜가 이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요. 남은 기간이 얼마 없는 채권을 들고 조정을 신청했다면, 상대를 바꾸는 사이에 그 며칠이 그대로 손실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착오를 알아차린 즉시 움직이십시오. 기일에 가서 말로 언급하는 것과 경정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은 다릅니다.
주의
경정으로 새 상대에 대한 신청 시점이 뒤로 밀린다는 점을 놓치면, 조정은 이어졌는데 정작 청구할 힘이 사라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기간이 빠듯한 사안이라면 경정에 기대지 말고 상대를 확정한 뒤 신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송에서 넘어온 사건이라면 어떻게 되나
조정사건이 모두 처음부터 조정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6조는 수소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항소심 판결 선고 전까지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을 결정으로 조정에 회부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넘어온 사건에서 상대를 바꾸면 효력이 한쪽에 머물지 않습니다. 제17조 제4항이 그 점을 밝혀 두었습니다. 제1심 수소법원이 조정에 회부한 사건에서 민사소송법에 따른 피고의 경정을 한 경우, 그 경정은 소송절차에서도 효력을 가집니다.
조정이 깨져 다시 법정으로 돌아가더라도 바뀐 상대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절차를 두 번 손보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이 여럿이면 창구를 하나로
제18조가 다루는 상황입니다. 같은 공사대금을 나누어 받을 하수급인이 열 명이거나, 한 건물의 구분소유자 여럿이 같은 하자를 문제 삼는 경우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제1항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의 당사자가 그중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을 대표당사자로 선임할 수 있게 합니다. 제2항은 그 선임을 서면으로 증명하도록 요구합니다. 구두 합의만으로는 절차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판사가 나섭니다. 제3항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에게 대표당사자를 선임할 것을 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효과는 기일 운영에서 바로 나타납니다. 제5항에 따라 대표당사자 외의 나머지 당사자에게는 조정기일을 통지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연락은 대표를 거쳐 흐르게 됩니다.
대표가 혼자 결정하지 못하는 것
권한이 무제한은 아닙니다.
제4항은 대표당사자가 자신을 선임한 다른 당사자를 위하여 조정절차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네 가지를 빼 놓았습니다.
- 조정조항안의 수락
- 조정신청의 취하
- 제30조 및 제32조에 따른 결정에 관계되는 행위
- 대리인의 선임
공통점이 보이실 것입니다. 절차를 끝내거나 권리를 처분하는 행위는 남겨 두었습니다. 기일에 나가 사실을 설명하고 자료를 내는 일은 대표가 맡고, 합의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각자가 정한다는 구조입니다.
그러므로 대표를 세웠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조정안이 나왔을 때 수락 여부를 각자 밝혀야 하므로, 연락 체계를 미리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확인할 것
· 조정 결과에 걸려 있는 사람이 신청서 밖에 있는지
· 피신청인의 이름과 법인격이 등기 기재와 일치하는지
· 경정을 구해야 한다면 남은 기간이 며칠인지
· 소송에서 회부된 사건인지, 그렇다면 어느 심급인지
· 대표당사자 선임서를 서면으로 갖추었는지
· 조정안 수락 여부를 각자에게 물을 연락 방법이 있는지
정리
세 조문은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한 번 열린 절차 안에서 사람 구성을 바로잡아 다시 시작하는 낭비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참가에는 허가가 필요하고, 경정에는 착오가 명백해야 하며, 상대를 바꾸면 신청 시점이 뒤로 밀립니다. 대표당사자를 세워도 합의를 받아들이는 결정은 각자에게 남습니다.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될 수 있고 법원 밖 장소에서 열리기도 합니다. 누구를 어느 자리에 세울지가 조정의 승패를 가르는 사안이라면, 신청서를 넣기 전에 변호사와 구성을 먼저 짜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사조정법 제6조, 제16조, 제17조, 제18조, 제19조, 제20조 · 민사소송법 제26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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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보증을 선 사람을 조정에 함께 부르고 싶습니다.
제16조 제1항에 따라 본인이 참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는 방법과, 제2항에 따라 판사가 불러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정 결과가 그 사람의 의무에 어떻게 미치는지를 서면으로 설명하시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회사와 대표이사를 헷갈려 신청서를 냈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로 착오가 드러난다면 제17조 제1항의 명백한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경정신청서와 함께 증명서를 내시되, 새 상대에 대한 신청 시점이 경정을 구한 날로 잡힌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십시오.
경정 허가를 받으면 원래 상대는 어떻게 되나요?
제17조 제3항이 종전 피신청인에 대한 조정신청을 경정신청이 있은 때에 취하된 것으로 봅니다. 별도의 취하서를 낼 필요는 없으나, 그 상대에 대해 다시 다투려면 새로 신청하셔야 합니다.
대표당사자를 뽑았는데 조정안을 그 사람이 받아도 되나요?
제18조 제4항 제1호가 조정조항안의 수락을 대표의 권한에서 빼 놓았습니다. 수락 여부는 선임한 사람들이 각자 정해야 하므로, 안이 나오면 전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절차를 마련해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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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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