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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일조회 2

추인을 못 받은 대리행위의 뒷감당

권한 없는 사람이 남의 이름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그 계약이 곧바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뒤늦게 받아들이면 살아나고 거절하면 무너지는, 잠시 떠 있는 상태에 놓입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계약을 믿고 준비에 들어간 쪽이 가장 곤란해집니다. 민법은 그래서 상대방 손에 두 개의 손잡이를 쥐여 주고, 끝내 추인을 받지 못했을 때 누가 무엇을 무는지를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그 뒷감당의 구조를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추인이 없으면 계약은 어디에 놓이나

무효도 유효도 아닌 자리입니다.

제130조의 문장은 짧습니다. 권한 없이 남의 이름으로 맺은 계약은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그 본인에게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만들지 않고, 추인이라는 조건을 붙여 결론을 미뤄 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유동적 무효라고 부릅니다.

본인은 선택권을 쥐고 상대방은 기약 없이 기다립니다. 이 불균형이 뒤따르는 조문들의 출발점입니다.

유동적 무효
지금 당장은 효력이 없지만 나중에 특정한 사건이 생기면 효력이 생길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무권대리행위는 본인의 추인이 그 사건에 해당하고, 추인이 거절되는 순간 확정적으로 효력을 잃습니다.

상대방이 쥔 두 개의 손잡이

기다리기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조문이 먼저 움직일 방법을 두 가지 마련했습니다.

하나는 최고권입니다. 제131조는 상대방이 넉넉한 기한을 찍어 본인에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물을 수 있게 하고, 그 기한 안에 답이 나가지 않으면 거절한 쪽으로 결론을 붙입니다. 침묵을 거절로 읽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답을 받지 못해도 관계가 정리되므로 상대방은 다음 수를 둘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철회권입니다. 제134조는 추인이 나오기 전까지 상대방이 본인이나 대리인 어느 쪽에든 계약을 거둔다는 뜻을 밝힐 수 있게 합니다. 다만 도장을 찍던 그 시점에 권한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면 이 권리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둘의 성격이 다릅니다. 최고는 답을 재촉해 결론을 앞당기는 장치이고, 철회는 계약 자체에서 빠져나가는 장치입니다.

구분최고권철회권
근거제131조제134조
상대가 악의일 때쓸 수 있음쓸 수 없음
행사 상대본인본인 또는 대리인
효과무응답이면 거절로 간주계약에서 빠져나감

본인은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대상을 잘못 고르면 말한 보람이 없습니다.

제132조는 추인 또는 거절의 의사표시를 상대방에 대하여 하지 아니하면 그 상대방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무권대리인에게만 알린 경우가 여기 걸립니다. 본인은 정리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가 됩니다.

단서가 숨통을 틔워 둡니다.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나, 알았다는 점을 나중에 증명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직접 서면으로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추인이 되면 시점은 어디로 돌아가나

계약을 맺던 그날입니다.

제133조는 추인이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계약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적었습니다. 추인한 날부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처럼 다루어집니다. 이행기나 지연손해금 기산일이 계약일 기준으로 잡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뒤에 제동장치가 붙습니다. 소급효가 이미 자리를 잡은 제삼자의 권리까지 뒤흔들 수는 없다는 단서입니다. 추인 전에 그 목적물을 두고 정당하게 권리를 얻은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는 그대로 남습니다.

거절로 끝났을 때 누가 무는가

대리인 행세를 한 사람입니다.

제135조 제1항은 남의 대리인 자격으로 계약을 맺어 놓고 권한을 입증하지도, 본인의 추인을 끌어내지도 못한 사람에게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물어 주는 책임을 지웁니다. 둘 중 무엇을 물릴지는 상대방이 정합니다.

두 가지를 눈여겨보십시오. 첫째, 고의나 과실을 묻지 않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귀책사유라는 말이 없고, 권한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추인이 없었다는 사실만 요건입니다. 둘째, 고르는 쪽은 피해를 본 상대방입니다. 부동산 매매라면 대리인 행세를 한 사람이 그 부동산을 스스로 조달해 넘겨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무거운 책임입니다.

그 책임이 비켜 가는 자리

제2항이 예외를 적었습니다. 세 가지입니다.

  •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을 때
  •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 수 있었을 때
  •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사람이 제한능력자일 때

앞의 둘은 상대방을 보호할 이유가 옅어지는 경우입니다. 위임장을 요구하지 않았거나 명백히 이상한 정황을 넘겼다면 알 수 있었던 쪽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결이 다릅니다. 제한능력자 보호라는 다른 원리가 앞으로 나온 결과여서, 미성년자가 남의 대리인 행세를 했다면 상대방은 제135조로 그를 붙잡지 못합니다.

주의
대리인이라는 사람과 계약할 때 위임장만 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임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종이입니다. 본인의 인감증명서를 함께 확인하고, 금액이 큰 거래라면 본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 내용을 확인한 기록을 남겨 두십시오.

표현대리를 먼저 보는 이유

제135조는 무권대리인에게 책임을 묻는 조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재산이 없으면 판결을 받아도 받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본인을 붙잡을 길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제125조는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한 자에게 그 범위 내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제126조는 권한 밖의 행위라도 제삼자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본인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제129조는 대리권의 소멸을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합니다.

세 조문 모두 본인에게 화살이 갑니다. 본인 쪽에 신뢰를 만든 사정이 있었느냐가 갈림길입니다. 위임장을 준 적이 있는지, 인감을 맡긴 적이 있는지를 먼저 뒤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확인할 것
· 계약 당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실제로 보았는지, 사본이 남아 있는지
· 본인에게 확답을 요구한 서면의 도달 일자와 정한 기한
· 계약을 믿고 지출한 비용과 그 증빙이 정리되어 있는지
· 본인 쪽에 과거 위임이나 인감 교부 같은 사정이 있었는지

정리

무권대리는 결론을 미뤄 둔 상태입니다. 그 상태를 끝내는 열쇠는 본인의 추인 또는 거절입니다. 상대방은 제131조로 답을 재촉하거나 제134조로 먼저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거절로 끝나면 제135조가 작동합니다. 무권대리인은 과실이 없어도 이행이나 배상 가운데 상대방이 고른 쪽을 져야 하고,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와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에만 그 책임이 비켜 갑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위임장을 어떻게 받았고 본인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가 결론을 가르므로, 그 기록부터 모아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25조, 제126조, 제129조, 제130조, 제131조, 제132조, 제133조, 제134조, 제13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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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본인에게 확답을 요구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했는데 그 안에 확답이 오지 않았다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기간이 상당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으니 내용증명으로 보내 도달 일자를 남겨 두십시오.

대리권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고서 도장을 찍었다면 철회권이 주어지지 않고, 제135조의 책임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언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가 결정적이므로 시점을 정리해 보셔야 합니다.

본인이 무권대리인에게만 추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데요.

거절의 의사표시를 상대방에게 하지 않으면 그 상대방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예외이므로, 본인 쪽에서는 알고 있었음을 보여 줄 자료가 필요하고 상대방 쪽에서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 쟁점이 됩니다.

계약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까?

제135조 제1항은 이행책임과 손해배상책임 가운데 상대방이 고르도록 했습니다. 다만 목적물이 특정 부동산처럼 조달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실제로 받아 낼 수 있는지를 따져 배상을 택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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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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