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가 길어졌고, 다음 날 아침 전화를 받고서야 전날 밤 일을 들었습니다. 식당 앞에서 비틀거리다 세워 둔 오토바이를 넘어뜨렸고, 말리던 종업원이 밀려 넘어져 손목을 다쳤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그 장면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없을 만큼 취해 있었다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여기서 나옵니다. 민법은 이 물음에 한 문장으로 답해 두었습니다. 그 문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까지가 면책이고 어디부터가 책임인지, 사고를 낸 쪽과 당한 쪽이 각각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심신상실이면 정말 책임이 없나
민법 제754조의 앞 문장은 그렇게 읽힙니다. 심신상실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자기 행위의 뜻을 가릴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잘못을 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입니다.
뒷문장이 그 문을 다시 닫습니다.
그러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심신상실을 초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신상실 상태 자체는 면책 사유이지만, 그 상태를 스스로 불러온 사람에게는 면책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술은 누가 억지로 붓지 않는 한 본인이 마십니다. 취할 줄 알면서 마셨다면 과실로 심신상실을 초래한 경우에 들어가고, 그 뒤에 벌어진 일의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오히려 얼마나 취했는지를 보여 주는 쪽으로 쓰입니다.
심신상실
정신 기능의 장애로 자기 행위의 결과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능력을 잃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가릴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제754조 단서 때문에 자발적 음주에서는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형사 책임과는 어떻게 다른가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를 벌하지 않고, 능력이 미약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제3항에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사람에게는 앞의 두 항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754조와 짜임새가 닮았습니다.
다만 형법 쪽은 위험 발생을 예견했다는 요건이 붙어 있어 적용 범위가 좁습니다. 민법 쪽은 고의 또는 과실로 심신상실을 초래했다고만 되어 있어, 사고까지 내다보았는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취할 줄 알고 마신 것으로 충분합니다. 형사 재판에서 심신미약 감경을 받았더라도 민사 배상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 사고 당시의 상태 | 근거 | 배상 책임 |
|---|---|---|
| 스스로 마신 술로 만취 | 제754조 단서 | 책임 있음 |
| 남이 몰래 탄 약물로 의식을 잃음 | 제754조 본문 | 본인은 면책, 약물을 탄 사람이 제750조 책임 |
|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 | 제753조 | 본인은 면책 |
| 위 두 경우처럼 본인이 면책될 때 | 제755조 | 감독의무자가 배상,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면책 |
본인이 면책되는 드문 경우에는 누가 물어 주나
제754조 본문이 실제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 음료에 약을 탔거나, 처방약의 부작용으로 의식이 흐려진 경우처럼 심신상실을 스스로 불러오지 않은 때입니다.
그때는 민법 제755조가 이어집니다. 제753조나 제754조로 책임이 없는 사람이 손해를 가하면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배상합니다.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독자가 증명하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성인에게는 법정 감독의무자가 없는 것이 보통이어서, 이 조문은 아이와 피성년후견인에게 주로 쓰입니다.
약을 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제750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직접 책임을 집니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이나 회사도 책임이 있나
같이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사람의 사고를 함께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는 공동의 행위로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하고, 술을 권한 것과 상대가 밖에서 낸 사고 사이에는 보통 그 연결이 없습니다.
회사는 경우가 다릅니다.
제756조는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손해를 가하면 사용자가 배상하도록 합니다. 회식이 업무의 연장으로 평가되고 사고가 그 과정에서 났다면 사용자책임이 거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식당 밖에서 개인적으로 벌어진 일은 사무집행과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가 배상했다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사고를 낸 사람에게 구상합니다.
사고를 낸 쪽은 무엇부터 하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 범위를 정리하는 것이 할 일입니다.
- 피해자의 연락처와 다친 부위, 파손된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진을 받아 둡니다
- 가입한 보험에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특약이 있는지 증권을 확인합니다
- 치료비와 수리비 영수증, 진단서를 피해자에게 요청합니다
- 합의서를 쓸 때는 금액과 함께 그 사고에 관한 청구를 더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습니다
배상 범위는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라 치료비, 수리비 같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까지입니다.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면 제763조가 준용하는 제396조에 따라 과실상계가 됩니다. 종업원이 위험하게 끼어들었다는 사정이 있다면 그 부분을 자료로 남겨 두셔야 합니다.
사고를 당한 쪽은 무엇을 챙겨야 하나
상대가 기억이 없다고 할 때 피해자가 할 일은 기억을 대신해 줄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확인할 것
· 식당이나 주변 건물의 영상에 사고 장면이 남아 있는지, 보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요청했는지
· 현장에 있던 사람의 연락처를 받아 두었는지
· 당일 진료 기록과 진단서에 사고 경위가 적혀 있는지
· 상대의 이름과 연락처, 가능하다면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했는지
· 경찰에 신고했다면 접수 번호를 적어 두었는지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상대가 만취해 있었다는 사정은 이 기간을 늘려 주지 않습니다.
정리
민법 제754조는 심신상실 중의 가해를 면책하면서도, 스스로 그 상태를 불러온 사람에게는 면책을 주지 않는 조문입니다. 술을 마셔 기억을 잃었다는 사정은 책임을 지우지 못하고, 형사 재판의 심신미약 감경과도 별개로 움직입니다.
본인이 면책되는 경우는 약물을 몰래 탄 경우처럼 심신상실을 불러오지 않은 때뿐이며, 그때는 제755조의 감독자나 약을 탄 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함께 마신 사람은 보통 책임이 없고, 회사는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고를 낸 쪽은 보험과 합의서를, 당한 쪽은 영상과 진료 기록과 3년의 기간을 챙기신 뒤, 손해배상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범위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96조, 제750조, 제751조, 제753조, 제754조, 제755조, 제756조, 제760조, 제763조, 제766조 · 형법 제10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부산 해운대 사무소 · 영남권/제주 중심, 서울·경기·충청·호남·강원 의뢰 대응
상담 신청하시면 담당자가 연락드려 상담료를 안내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만취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배상해야 하나요?
해야 합니다. 민법 제754조는 심신상실 중의 가해를 면책하지만, 단서에서 고의나 과실로 심신상실을 초래한 때에는 면책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취할 줄 알면서 마신 술은 과실로 초래한 경우에 들어가므로 책임이 그대로 남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심신미약으로 감경받았으면 민사도 줄어드나요?
별개입니다. 형법 제10조의 감경은 형벌에 관한 것이고, 민법 제754조 단서는 사고를 내다보았는지와 무관하게 심신상실을 스스로 초래했는지만 봅니다. 형이 줄었더라도 배상 범위는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라 그대로 정해집니다.
누가 제 술에 약을 탄 것 같습니다. 이때도 제가 물어야 하나요?
심신상실을 스스로 불러오지 않았다면 제754조 본문에 따라 본인은 면책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약을 탄 사람이 제750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고, 본인은 그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피해자인데 상대가 기억이 없다며 발뺌합니다. 어떻게 하나요?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과 현장 목격자, 당일 진료 기록을 먼저 확보하십시오. 상대의 만취는 책임을 없애 주지 않으며, 청구는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안에 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해운대 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4
대표 변호사 한병철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초안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고, 담당 변호사가 검토·수정한 뒤 게시합니다.
민사 분야 전문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전문변호사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