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을 조카에게 넘기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받기로 약속한 어르신이 있습니다. 처음 두 해는 꼬박꼬박 들어오더니 올해 들어 석 달째 소식이 없고, 전화를 하면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 돌아옵니다. 집은 이미 조카 명의로 등기까지 끝났습니다. 이런 약속을 민법은 종신정기금계약이라고 부르고, 지급이 끊겼을 때 넘긴 재산을 돌려받을 길을 따로 열어 두었습니다. 다만 돌려받을 때 그동안 받은 돈을 어떻게 정산하는지,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는 조문을 따라가야 보입니다.
이 약속은 법에서 어떤 계약인가
민법 제725조는 당사자 일방이 자기나 상대방 또는 제삼자가 죽을 때까지 정기로 금전이나 그 밖의 물건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면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집을 넘기는 대신 평생 매달 돈을 받기로 한 약속이 바로 이것입니다. 매매도 증여도 아닌 별도의 계약 유형입니다.
이름이 낯설어도 구조는 단순합니다.
한쪽은 집이라는 원본을 넘기고, 다른 쪽은 그 대가로 상대가 살아 있는 동안 정기금을 보냅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보통의 분할 지급과 다릅니다. 제726조는 종신정기금을 일수로 계산한다고 정하므로, 중간에 사망하면 그달치는 살아 있던 날수만큼만 계산됩니다.
종신정기금계약
어느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정해진 주기로 돈이나 물건을 주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기준이 되는 사람은 받는 쪽 본인일 수도, 주는 쪽일 수도, 제삼자일 수도 있습니다. 집이나 돈을 먼저 넘기고 그 대가로 받는 경우가 흔하지만, 원본 없이 무상으로 약속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원본이 있었는지가 뒤에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가릅니다.
지급이 끊기면 집을 돌려받을 수 있나
원본을 넘긴 경우라면 받을 수 있습니다. 제727조 제1항은 정기금채무자가 원본을 받은 경우에 정기금 지급을 게을리하거나 그 밖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기금채권자가 원본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넘긴 집이 원본이므로 반환의 대상이 됩니다.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원본이 실제로 건너갔어야 합니다. 집을 넘기지 않고 매달 돈만 받기로 한 약속에는 돌려받을 원본이 없습니다. 둘째, 상대가 지급을 해태했거나 다른 의무를 어겼어야 합니다. 몇 달 밀렸으면 해태인지에 대해 조문은 숫자를 두지 않았습니다. 한두 달 늦은 것과 석 달째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어, 독촉한 기록을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돌려받을 때 그동안 받은 돈은 어떻게 하나
제727조 제1항 단서가 정산 방식을 적어 두었습니다. 원본을 돌려받는 채권자는 이미 지급받은 채무액에서 그 원본의 이자를 공제한 잔액을 채무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받은 돈을 전부 토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집을 상대가 쓰는 동안 그 집의 가치에 해당하는 이자만큼은 본인 몫으로 남기고, 그것을 넘는 부분만 반환합니다.
이 정산이 분쟁의 중심이 됩니다.
원본의 이자를 어떤 비율로 계산할지, 집값을 언제 기준으로 볼지가 다툼의 대상이어서 양쪽의 계산이 크게 벌어지기 쉽습니다. 계약서에 집의 평가액이나 이자율을 적어 두었다면 그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적어 두지 않았다면 등기 당시의 시가를 보여 줄 자료가 필요합니다.
손해배상은 별도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원본 반환 청구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므로, 밀린 정기금과 그로 인한 손해는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근거 |
|---|---|---|
| 반환 청구 요건 | 원본을 넘겼고, 상대가 지급을 해태하거나 의무를 어김 | 제727조 제1항 본문 |
| 채권자가 돌려줄 것 | 받은 정기금 합계에서 원본의 이자를 뺀 잔액 | 제727조 제1항 단서 |
| 손해배상 | 반환 청구와 별도로 가능 | 제727조 제2항 |
| 이행 순서 | 집 반환과 잔액 반환은 동시이행 | 제728조, 제536조 |
집과 돈,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이나
제728조는 제536조의 동시이행 항변권을 원본 반환에 준용합니다. 상대는 잔액을 돌려받을 때까지 집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고, 본인도 집이 돌아올 때까지 잔액 지급을 미룰 수 있습니다. 서로 맞물려 있어서 한쪽만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송에서는 상환으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액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라는 식입니다. 돌려줄 잔액이 얼마인지 계산이 끝나야 등기도 움직이므로, 받은 돈의 입금 내역을 날짜별로 정리한 표가 소송의 첫 자료가 됩니다. 통장에 찍힌 금액을 모두 모아 두십시오.
주의
집이 상대 명의로 되어 있는 동안 상대가 그 집을 팔거나 담보로 잡힐 수 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처럼 제삼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는 원칙이 작동하면 등기만으로 돌려받기 어려워집니다. 지급이 끊긴 사실을 확인한 즉시 처분금지가처분을 검토하셔야 합니다.
상대가 숨지거나 내가 먼저 떠나면
정기금을 받는 사람의 생존이 기준이면 그 사람이 사망한 때 계약은 끝납니다. 제729조 제1항은 그 사망이 정기금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생긴 때에는 법원이 채권자나 상속인의 청구로 상당한 기간 채권의 존속을 선고할 수 있게 하고, 제2항은 그 경우에도 제727조의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유언으로 정한 경우도 같습니다.
제730조는 유증으로 생긴 종신정기금채권에도 이 절의 규정을 준용합니다. 유언으로 자녀 한 사람에게 집을 주면서 다른 자녀에게 평생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한 경우, 지급이 끊기면 같은 조문으로 다투게 됩니다.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되나
-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입금 내역을 모아 받은 금액을 월별로 정리합니다
- 내용증명으로 밀린 금액과 기한을 적어 지급을 독촉하고 발송 기록을 남깁니다
- 기한 안에 답이 없으면 원본 반환을 청구한다는 뜻을 다시 서면으로 보냅니다
- 집의 처분을 막기 위한 가처분을 변호사와 검토합니다
- 원본의 이자 계산 자료로 등기 당시의 시가 자료를 준비합니다
제543조에 따라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고, 한 번 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합니다. 반환을 청구하는 서면은 보내는 순간 돌이킬 수 없으니 금액 정리와 가처분 준비가 끝난 뒤에 보내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집을 넘기고 평생 매달 돈을 받기로 한 약속은 제725조의 종신정기금계약입니다. 지급이 끊기면 제727조에 따라 넘긴 집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밀린 돈과 손해는 따로 청구합니다.
다만 돌려받을 때는 그동안 받은 정기금에서 집의 이자를 뺀 잔액을 상대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이 잔액과 집은 동시이행 관계에 놓입니다. 이자 계산이 다툼의 중심이 되므로 입금 내역과 당시 시가 자료가 소송의 바탕입니다.
집이 팔려 나가기 전에 가처분부터 검토하시고, 반환 청구 서면을 보내기 전에 민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금액 정리를 마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36조, 제543조, 제548조, 제725조, 제726조, 제727조, 제728조, 제729조, 제73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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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두 달 밀린 것으로도 집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나요?
제727조 제1항은 지급을 해태한 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기간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독촉한 뒤에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남겨 해태를 분명히 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돌려받으면 그동안 받은 생활비를 전부 돌려줘야 하나요?
아닙니다. 같은 조 단서는 받은 금액에서 원본의 이자를 공제한 잔액만 돌려주도록 정합니다. 집이 상대에게 있던 기간의 이자만큼은 본인 몫으로 남습니다.
조카가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합니다. 막을 수 있나요?
제삼자가 권리를 얻으면 등기만으로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급 중단을 확인한 즉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집의 처분을 막는 방법을 변호사와 검토하십시오.
집을 넘기지 않고 매달 받기로만 했는데도 같은가요?
원본을 넘기지 않았다면 제727조의 원본 반환 청구는 쓸 수 없습니다. 밀린 정기금의 지급 청구와 손해배상, 일반적인 계약 해제 규정으로 다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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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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