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준비하는 동안 상대가 부동산을 팔아 버릴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래처가 계약을 어기고 다른 곳과 일을 시작했는데, 판결을 기다리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쓰는 것이 보전처분입니다. 그런데 가압류를 해야 할지 가처분을 해야 할지에서 막힙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내가 상대에게서 받아 내려는 것이 돈인지, 아니면 돈이 아닌 무엇인지입니다.
무엇을 받아 내려는지가 갈림길이다
민사집행법 제276조의 가압류는 금전채권의 집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상대의 재산을 묶는 절차입니다. 제300조의 가처분은 돈이 아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현재 상태를 붙잡아 두거나, 다툼이 있는 법률관계를 임시로 정해 두는 절차입니다. 이름이 비슷할 뿐 쓰임새는 전혀 다릅니다.
목적이 돈이면 가압류입니다. 특정한 물건이나 상대의 행위가 목적이면 가처분입니다.
| 구분 | 가압류 | 가처분 |
|---|---|---|
| 근거 | 민사집행법 제276조 | 민사집행법 제300조 |
| 지키려는 권리 | 금전채권 | 금전 외의 권리 |
| 전형적인 예 | 대여금, 물품대금, 손해배상 | 소유권이전등기, 인도, 공사 중지 |
| 붙잡는 것 | 상대의 재산 | 물건의 현상 또는 법률관계 |
손해배상과 등기 이전을 함께 구하는 사건이라면 둘을 같이 신청하기도 합니다. 청구의 성격이 처분의 종류를 정하는 것이지, 사건의 크기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신청서를 쓰기 전에 청구취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가압류는 무엇을 묶고, 무엇을 소명해야 하나
대상은 넓습니다. 부동산, 예금, 급여, 자동차, 매출채권, 주식처럼 판결 뒤에 집행할 만한 재산이면 됩니다.
가압류가 되면 상대가 그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채권자에게는 그 처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판결을 받은 뒤 그 재산에 그대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신청할 때는 두 가지를 소명합니다. 금전채권이 있다는 점과, 지금 묶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집행이 어려워진다는 보전의 필요성입니다. 상대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감추려는 정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증명이 아니라 소명입니다. 법정에서 다투어 확정할 필요는 없고, 서류로 개연성을 보이면 됩니다. 계약서와 차용증, 거래 내역, 상대가 보낸 문자 같은 것이 그 자료가 됩니다.
실제로 가장 어려운 일은 묶을 재산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등기부와 거래 내역, 상대가 보냈던 세금계산서 같은 자료에서 단서를 모읍니다. 급여처럼 생활에 직결되는 채권은 법이 압류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해 두고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셔야 합니다.
가처분에는 두 종류가 있다
민사집행법은 가처분을 둘로 나눕니다.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
특정 물건의 현재 상태를 고정합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부동산의 처분금지가처분, 인도를 구할 물건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다툼이 있는 법률관계를 판결 전에 임시로 정합니다. 직무집행정지, 공사중지, 경업금지처럼 상대의 행위를 멈추게 하는 처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앞의 유형은 효과가 분명합니다. 가처분 뒤에 상대가 물건을 넘겨도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본안에서 이기면 제3자 명의를 넘어 등기와 인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뒤의 유형은 성격이 다릅니다. 판결까지 기다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는 경우에 한해, 법원이 미리 권리관계를 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안의 결론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어 요건이 훨씬 엄격합니다.
두 유형은 신청서의 모양부터 다릅니다. 무엇을 고정해 달라는 것인지, 무엇을 임시로 정해 달라는 것인지를 처음부터 나누어 적어야 합니다.
얼마나 빠르고, 상대는 언제 아나
가압류와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서면 심리로 진행됩니다. 상대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며칠 안에 결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알리고 나서 묶으려 하면 이미 재산이 옮겨진 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제304조에 따라 변론기일이나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여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대의 반론을 듣고 판단하므로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립니다.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이라도 사안에 따라 심문을 거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기를 막는 처분은 상대의 재산권을 곧바로 제약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신청서의 소명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일정을 짜면 낭패를 봅니다.
담보는 왜 걸어야 하나
보전처분은 아직 판결로 확정되지 않은 권리를 근거로 상대의 재산과 행동을 묶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상대가 입을 손해에 대비해 담보를 요구합니다.
담보는 현금을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합니다. 가압류에서는 보증보험이 널리 쓰이고,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서는 현금 비중이 높아집니다.
담보의 액수는 청구 금액과 처분의 성격을 보아 법원이 정합니다. 상대가 입게 될 손해가 클수록 요구되는 담보도 무거워집니다.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결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결정이 난 뒤에 벌어지는 일
가압류와 처분금지가처분은 등기부에 적히거나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서 효력이 생깁니다. 재산이 묶였다는 사실 자체가 압박이 되어, 이 단계에서 협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결정은 판결이 아닙니다. 권리를 확정해 주는 것이 아니므로 본안 소송을 따로 제기해야 합니다.
- 상대는 제283조의 이의신청으로 결정 자체의 당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 가압류라면 법원이 정한 해방금액을 공탁하고 재산을 풀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제287조의 제소명령을 신청하면 채권자는 정해진 기간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 기간 안에 소를 내지 않거나 사정이 달라지면 제288조에 따라 보전처분이 취소됩니다.
본안에서 이기면 걸어 두었던 담보는 돌려받습니다. 다만 담보취소 결정을 따로 받아야 하므로, 소송이 끝났다고 그대로 두면 공탁금이 잠긴 채 남습니다.
그러니 신청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잘못 걸면 내가 물어낸다
보전처분은 상대에게 실제 손해를 입힙니다. 계좌가 묶이고 공사가 멈추면 그만큼의 손실이 생깁니다.
그래서 본안에서 패소하면 신청인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판례는 보전처분을 해 둔 채권자가 본안에서 패소하여 확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나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봅니다. 상대가 손해를 따로 증명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앞서 걸어 둔 담보가 바로 이 배상에 쓰입니다.
그렇다고 겁을 먹고 미룰 일은 아닙니다. 근거가 있는 청구라면, 보전처분을 하지 않아 집행할 재산을 놓치는 쪽이 훨씬 큰 손해입니다. 위험은 청구의 근거가 약할 때 생깁니다.
주의
근거가 약한 청구로 일단 묶어 두고 보자는 식의 신청은 위험합니다. 본안에서 지면 상대가 입은 손해를 물어 주게 되고, 그 액수가 애초에 받으려던 돈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청 전에 청구 자체가 서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언제 신청해야 하나
시기가 실효를 정합니다.
보전처분은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 상대를 자극해 놓으면, 정작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묶을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실무의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본안 소송을 준비하면서 보전처분을 먼저 신청하거나, 늦어도 소 제기와 같은 시점에 함께 넣습니다. 어떤 재산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두는 작업도 이 단계에서 함께 합니다.
재산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십시오. 묶을 것이 없는 상대에게는 가장 잘 쓴 신청서도 소용이 없습니다.
확인할 것
· 받아 내려는 것이 돈인지, 물건이나 행위인지
· 상대에게 묶을 만한 재산이 실제로 있는지
· 청구를 뒷받침할 서류가 지금 손에 있는지
· 담보로 넣을 현금이나 보증보험을 마련할 수 있는지
정리
가압류는 돈을 받기 위해 상대의 재산을 미리 묶는 절차이고, 가처분은 등기와 인도, 행위의 금지처럼 돈이 아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현상을 고정하거나 임시 지위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무엇을 청구하는지가 종류를 정합니다.
가압류와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서면 심리로 빠르게 결정되지만,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심문기일을 거칩니다. 어느 쪽이든 담보가 필요합니다.
결정 뒤에는 이의신청과 해방공탁, 제소명령과 사정변경에 따른 취소가 기다립니다. 본안에서 지면 손해를 물어 주게 되므로, 청구가 서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상대가 알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참조 조문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277조, 제279조, 제280조, 제282조, 제283조, 제287조, 제288조, 제300조, 제301조, 제304조, 제305조 · 민사소송법 제122조 · 민법 제75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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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돈을 받으려는데 가압류와 가처분 중 무엇을 하나요?
금전채권이면 가압류입니다. 상대의 부동산, 예금, 급여, 매출채권을 묶어 판결 후 집행할 재산을 확보합니다. 등기나 인도를 함께 청구한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을 같이 합니다.
가압류하면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가압류는 재산을 묶는 것이고 실제 회수는 본안 판결 후 강제집행으로 합니다. 다만 재산이 묶이면 상대가 협상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금이 부담됩니다.
가압류는 보증보험으로 대신하는 것이 널리 허용되어 현금 부담이 적습니다. 임시의 지위 가처분은 현금 비율이 높으므로 미리 준비합니다.
가압류를 당했는데 풀 방법이 있나요?
이의신청으로 결정을 다투거나 청구 금액을 해방공탁하고 재산을 풀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제소명령을 신청해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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