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계획이 바뀌거나 자금이 막혀 진행 중인 공사를 멈추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그만두자고 해도 되는지가 첫 번째 물음입니다. 민법은 이 경우를 위해 조문 하나를 따로 두었고, 조건은 사유가 아니라 돈입니다. 언제까지 쓸 수 있는 권리인지, 배상해야 할 손해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이미 만들어진 부분은 어떻게 정산하는지를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사유가 없어도 그만둘 수 있게 한 조문
민법 제673조는 한 문장입니다.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에는 상대의 잘못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공정이 늦어졌다거나 품질이 나쁘다는 사정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최고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이 바뀌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대신 값을 치릅니다. 배상이 해제의 대가로 붙어 있기 때문에, 이 권리는 공짜로 계약을 벗어나는 장치가 아니라 돈을 내고 사는 통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다툼은 해제가 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물어야 하느냐에 집중됩니다.
도급이 무엇인가
제664조는 도급을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정의합니다. 시간을 파는 고용과 달리 결과를 파는 계약이라는 점이 뒤에 나오는 정산 기준을 정합니다.
언제까지 쓸 수 있는 권리인가
경계는 완성입니다.
조문이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고 적어 두었으므로, 일이 끝난 뒤에는 이 조문을 꺼낼 수 없습니다. 완성 후에 남는 것은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결과물에 결함이 있는지를 놓고 담보책임 조문으로 옮겨 가야 하고, 그 무대에서는 건축물에 관한 별도의 제한이 따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완성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먼저입니다.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마쳤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며, 마무리가 덜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완성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정률과 준공계, 검수 기록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날짜부터 확인하십시오.
배상해야 할 손해에는 무엇이 들어가나
수급인이 계약이 끝까지 갔더라면 있었을 상태로 맞추어 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배상의 폭이 좁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계산되는 항목은 대체로 세 덩어리로 나뉩니다. 첫째는 해제 시점까지 실제로 들어간 기성 부분의 값입니다. 둘째는 계약이 이어졌다면 얻었을 이익, 즉 남은 공사의 대금에서 앞으로 들어갔을 비용을 뺀 부분입니다. 셋째는 해제 때문에 따로 생긴 손실로, 발주해 둔 자재의 처분 손실이나 투입 인력의 대기 비용이 여기에 듭니다.
다만 수급인이 일을 그만두게 되어 아끼게 된 비용과 다른 현장에서 얻은 수입은 공제 대상이 됩니다. 그대로 두면 이중으로 얻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 항목 | 처리 |
|---|---|
| 기성 부분 | 공정률에 따라 산정해 지급합니다. |
| 잔여 공사의 이익 | 남은 대금에서 들어갔을 비용을 뺀 금액입니다. |
| 자재·장비 손실 | 반품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됩니다. |
| 절약된 비용 | 배상액에서 빼고 계산합니다. |
| 다른 현장 수입 | 대체 수익이 확인되면 공제합니다. |
이미 만들어진 부분은 어떻게 정산하나
중간에 멈춘 공사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대목입니다. 통째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보수를 언제 주어야 하는지는 제665조가 정합니다.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하여야 하고, 인도를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을 완성한 후 지체 없이 지급해야 합니다. 이 조문은 완주를 전제로 짜여 있으므로, 중간에 끊긴 사건에서는 그 취지를 기성 부분에 맞추어 옮겨 적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해제 통지를 보내기 전에 현장 상태를 고정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며칠 뒤에 찍은 사진으로는 그 시점의 공정률을 다투기 어렵습니다.
- 해제 의사를 밝히기 전에 현장 사진과 실측 자료를 확보합니다.
- 양쪽이 함께 공정률을 확인하고 서면에 서명을 받습니다.
- 반입된 자재의 수량과 소유 관계를 목록으로 정리합니다.
- 하도급 업체가 있다면 정산 대상에 포함되는지 확인합니다.
- 해제 통지는 도달 시점이 남는 방식으로 보냅니다.
수급인은 대금을 어떻게 지킬 수 있나
공사가 끊기면 받을 돈이 붕 뜹니다. 그래서 민법은 부동산 공사에 관해 담보 장치를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제666조는 부동산 공사의 수급인이 보수에 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부동산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의 설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청구권이므로 저절로 담보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도급인에게 설정을 요구해 등기까지 마쳐야 힘이 붙습니다. 도급인이 응하지 않으면 소로 구하게 됩니다.
대상이 부동산 공사로 한정된다는 점에는 유의하셔야 합니다. 기계 제작이나 프로그램 개발 도급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도급인이 파산하면 어떻게 되나
돈을 내겠다는 쪽이 무너진 경우에는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제674조 제1항은 도급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때 수급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수급인은 일의 완성된 부분에 대한 보수 및 보수에 포함되지 아니한 비용에 대하여 파산재단의 배당에 가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제2항은 이 경우 각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임의 해제에는 배상이 따르지만 파산에 따른 해제에서는 어느 쪽도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점이 갈림길입니다.
확인할 것
· 계약서에 중도 해지와 위약금 조항이 있는지
· 해제 시점의 공정률을 증명할 자료가 있는지
· 발주된 자재의 반품 가능 여부와 위약 조건
· 하도급 계약의 정산 방식과 연쇄 책임
· 선급금과 보증증권의 처리 방법
계약서 조항이 조문을 대신할 수 있나
도급 계약서에는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을 얼마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약정이 있으면 배상액을 새로 계산하지 않고 그 금액으로 정리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문제는 액수가 실제 손해와 크게 동떨어질 때입니다.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문구가 애매하면 결국 해석 싸움이 됩니다. 금액이 크다면 통지서를 보내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문안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제673조는 일이 완성되기 전이라면 도급인이 이유를 대지 않고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하되,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건을 붙여 두었습니다. 사유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대신 값을 치르는 구조입니다.
배상의 범위는 기성 부분과 남은 공사에서 얻었을 이익, 해제로 생긴 부수 손실을 더하고 절약된 비용과 대체 수입을 빼는 방식으로 잡힙니다. 그러므로 통지보다 기록이 먼저이고, 공정률과 자재 목록을 그 시점에 고정해 두어야 합니다. 부동산 공사라면 수급인에게 제666조의 저당권설정청구권이 남고, 도급인이 파산한 국면에서는 제674조가 배상 없는 해제를 따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98조, 제664조, 제665조, 제666조, 제673조, 제674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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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면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사유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배상 의무가 함께 따라온다는 점이 전제입니다.
배상액에 남은 공사의 이익까지 포함되나요?
계약이 끝까지 진행되었다면 수급인이 얻었을 이익도 산정 대상에 들어갑니다. 남은 대금에서 앞으로 들어갔을 비용을 뺀 금액이 기준이 되며, 아끼게 된 비용이나 다른 현장에서 얻은 수입은 공제됩니다.
이미 시공된 부분의 값은 어떻게 정하나요?
해제 시점의 공정률로 산정합니다. 나중에는 다투기 어려우므로 통지 전에 현장 사진과 실측 자료를 확보하고 양쪽이 함께 확인한 서면을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계약서에 위약금이 정해져 있으면 그대로 따르나요?
원칙적으로는 그 금액으로 정리됩니다. 다만 실제 손해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배상액 예정은 감액될 수 있으므로, 조항의 문언과 산정 근거를 함께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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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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