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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19일조회 8

불법원인급여, 돌려달라고 못 하게 되는 선

떳떳하지 못한 일에 돈이 오갔다가 사이가 틀어지면 한쪽이 반환을 구합니다. 법률상 원인이 없으니 당연히 돌려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민법은 그 문 앞에 빗장 하나를 걸어 두었습니다. 스스로 어긋난 일에 재산을 밀어 넣은 사람에게는 법원의 손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빗장에는 열쇠 구멍이 하나 나 있습니다. 그것이 언제 내려오고 어디서 풀리는지를 조문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원칙은 돌려받는 쪽이 아닌가

출발점은 제741조입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남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 때문에 손해를 입힌 사람은 이익을 반환해야 합니다.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면 주고받은 것이 이 조문을 타고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도박 자금이든 뇌물이든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같으니, 문언만 보면 반환 청구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제746조가 길을 막습니다.

어떤 원인이라야 불법으로 평가되나

제746조 본문은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은 형벌 조항을 어겼다는 뜻보다 넓게도 좁게도 읽힙니다.

기준을 잡아 주는 조문은 제103조입니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되어 있고, 제746조의 불법은 이 반사회성과 맞물려 있습니다. 단속 규정 하나를 어겼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급여의 목적 자체가 사회질서에 정면으로 어긋나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약의 이름이 아니라 돈이 향한 목적을 봅니다. 같은 대여금이라도 사업 자금으로 건넸는지, 도박판에 쓰일 줄 알고 건넸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급여와 이익의 반환
제746조가 말하는 급여는 재산을 넘기는 행위만이 아니라 노무를 제공한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무엇을 건넸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상대의 재산을 늘려 주었느냐가 판단의 축입니다. 등기나 인도가 끝난 뒤에는 되돌릴 수단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받은 쪽만 나쁜 경우에도 막히나

막히지 않습니다. 제746조에는 단서가 붙어 있고, 실제 사건의 상당수가 이 단서에서 결판납니다.

단서는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 본문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준 사람에게 비난할 사정이 없고 받은 쪽에만 있다면 빗장이 풀린다는 뜻입니다. 협박에 눌려 건넨 경우, 취업을 미끼로 한 사람에게 속아 보낸 경우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흠이 있을 때는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를 따집니다. 받은 쪽의 잘못이 현저히 크다면 단서에 준하여 반환이 허용될 여지가 생깁니다. 준 쪽의 사정이 더 나쁘면 문은 닫힙니다.

부당이득이 막히면 손해배상이나 소유권에 기한 반환으로 우회하려는 시도가 나옵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제746조를 둔 이유는 어긋난 거래에 법원의 조력을 붙이지 않겠다는 데 있습니다. 청구의 이름만 바꾸면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면 그 조문은 빈 껍데기가 됩니다. 그래서 판단의 초점은 소장의 청구원인이 아니라 급여의 실질에 놓입니다.

남는 길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기망이나 강박이 따로 성립하고 그 위법성이 급여 자체의 성질과 분리된다면 별개의 청구가 설 수 있습니다. 이 분리가 가능한지를 먼저 봅니다.

알고 갚은 돈과는 무엇이 다른가

제746조 앞에도 반환을 막는 조문이 몇 개 있습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니 한자리에 놓고 보겠습니다.

조문막히는 상황열려 있는 부분
제742조빚이 없음을 알면서 변제한 때몰랐다면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제743조변제기 전에 미리 갚은 때착오였다면 상대가 얻은 이익만큼은 돌려받습니다.
제744조착오로 갚았으나 도의관념에 맞는 때도의관념에 맞지 않으면 이 조문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745조남의 빚을 착오로 갚고 채권자가 증서를 없앤 때원래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제746조불법한 목적으로 재산이나 노무를 건넨 때불법원인이 받은 쪽에만 있으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742조와 제746조를 섞어 쓰는 서면을 종종 봅니다. 앞의 것은 알고 있었는지를 묻고, 뒤의 것은 목적이 어긋났는지를 묻습니다. 물음이 다르니 준비할 자료도 달라집니다.

돌려받는 경우에는 어디까지 받나

단서로 문이 열렸다면 그다음은 범위의 문제입니다. 제747조 제1항은 받은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을 때 그 가액을 반환하도록 합니다. 제2항은 수익자가 반환할 수 없는 경우에 그로부터 무상으로 목적물을 넘겨받은 악의의 제삼자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액수는 상대의 인식에 따라 갈립니다. 제748조 제1항은 선의의 수익자에게 현존하는 이익까지만 책임을 지우고, 제2항은 악의라면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까지 배상하게 합니다.

선의가 언제 깨지는지는 제749조가 정합니다. 원인이 없음을 뒤늦게 안 때에는 그때부터 악의로 다루고, 선의의 수익자라도 소송에서 지면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였던 것으로 봅니다. 소장을 일찍 접수해 두는 실익이 여기에 있습니다.

계약 자체는 어떻게 남나

반환이 막힌다고 그 거래가 유효해지지는 않습니다. 제103조에 걸린 법률행위는 무효이고 그 상태가 그대로 남습니다. 이미 건너간 것을 되돌릴 수단이 없을 뿐입니다.

한 계약의 일부만 문제 되는 사안도 있습니다. 제137조는 일부분이 무효이면 전부를 무효로 하되, 그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 인정되면 나머지는 효력을 잃지 않게 합니다.

궁박한 처지를 이용당한 사안이라면 각도를 달리 볼 수 있습니다. 제104조는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므로, 불법성의 무게를 상대 쪽으로 기울이는 근거가 됩니다.

소를 내기 전에 정리할 것

이 유형은 사실관계의 정리 순서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1. 돈이 건너간 시점과 방법을 이체 내역으로 특정합니다.
  2. 그 무렵의 대화 기록에서 목적이 드러나는 문장을 찾아 표시합니다.
  3. 상대가 먼저 제안했는지 본인이 요구했는지 시간순으로 적습니다.
  4. 협박이나 기망이 있었다면 그 정황을 따로 묶어 둡니다.
  5. 이행이 어디까지 끝났는지를 등기부나 인수증으로 확인합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승부처입니다. 단서의 적용은 결국 누가 어긋난 판을 만들었는지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정리

제741조가 열어 둔 반환의 길을 제746조가 가로막고, 그 단서가 다시 좁은 통로를 냅니다. 통로의 폭은 불법성이 어느 쪽에 실려 있는지로 정해집니다. 받은 쪽의 흠이 현저히 무거우면 반환을 구할 여지가 남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행이 끝난 뒤의 회복이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안일수록 감정이 앞선 내용증명 한 장이 불리한 자백으로 남습니다. 문서를 보내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문장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03조, 제104조, 제137조, 제741조, 제742조, 제743조, 제744조, 제745조, 제746조, 제747조, 제748조, 제74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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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도박 자금으로 빌려준 돈은 아예 못 받습니까?

그 목적을 알고 건넸다면 제746조 본문에 걸려 반환 청구가 막힙니다. 용도를 모른 채 사업 자금으로 알고 빌려준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지므로, 대화 기록에 자금의 용처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협박에 못 이겨 건넨 돈도 불법원인급여가 되나요?

준 사람에게 비난할 사정이 없다면 제746조 단서가 적용될 여지가 큽니다. 불법원인이 받은 쪽에만 있어 본문의 적용이 배제되며, 강박의 정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자료가 핵심이 됩니다.

부당이득이 막히면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면 되지 않나요?

청구의 이름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넘기 어렵습니다. 조문의 취지가 어긋난 거래에 법원의 조력을 붙이지 않겠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기망이나 강박이 급여의 성질과 분리되어 성립하는지를 먼저 따져 보십시오.

돌려받게 되면 이자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까?

상대가 악의였다면 제748조 제2항에 따라 이자를 붙여 반환하게 되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도 구할 수 있습니다. 제749조 제2항은 선의였던 수익자도 패소하면 소 제기 시점부터 악의로 보므로 제소 시기가 금액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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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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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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