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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9월 30일조회 4

맡긴 일의 보수와 들어간 돈 정산

남의 사무를 대신 처리해 주기로 했다면 그 값은 얼마이고 들어간 돈은 누가 부담할까요. 민법은 위임을 규율하면서 보수와 비용을 전혀 다른 원리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값은 약속이 있어야 생기지만 비용은 약속이 없어도 맡긴 쪽이 집니다. 이 갈래를 모른 채 일부터 시작하면 정산할 무렵에 꼭 다툼이 붙습니다. 제686조부터 제688조까지 세 조문을 차례로 읽어 보겠습니다.

맡아 준 일에는 원래 값이 붙지 않는다

의외라고 느끼실 대목입니다.

제686조 제1항은 수임인이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위임인에게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위임을 무상이 원칙인 계약으로 짠 것입니다. 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위임은 친분과 신뢰로 부탁하는 일이었고, 값을 매기는 쪽이 오히려 예외였습니다.

그렇다고 오늘날 모든 위임이 공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맡겼다면 보수를 주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약정의 존재를 증명할 책임은 값을 달라는 쪽에 있습니다.

그러니 액수를 적어 두십시오. 구두로 대략 얼마라고 말해 둔 사이일수록 나중에 숫자가 어긋납니다.

위임이란
제680조는 한쪽이 사무의 처리를 맡기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물건을 만들어 내는 도급과 달리 결과가 아니라 사무의 처리 자체를 목적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제681조는 수임인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처리할 것을 요구합니다.

언제부터 값을 달라고 할 수 있나

약정이 있더라도 청구 시점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제686조 제2항 본문은 위임사무를 완료한 후가 아니면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후불이 기본이라는 뜻입니다. 일을 끝내야 값이 나온다는 구조는 맡긴 쪽을 보호합니다.

단서가 이 원칙을 뒤집습니다.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그 기간이 지난 뒤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월 단위 자문료나 분기별 관리 보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도 한 달이 지나면 그 달치를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쓸 때 이 차이가 실익으로 드러납니다. 총액으로 적으면 완료 전까지 한 푼도 청구할 수 없고, 월액으로 적으면 매달 청구가 열립니다.

무엇을 구하나근거약정이 필요한가청구 시점
보수제686조 제1항, 제2항필요함사무 완료 후, 기간제면 기간 경과 후
비율에 따른 보수제686조 제3항필요함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이 끝난 때
비용 선급제687조필요 없음비용이 들 일이 생긴 때
필요비와 이자제688조 제1항필요 없음지출한 날 이후
손해의 배상제688조 제3항필요 없음과실 없이 손해를 입은 때

중간에 끊기면 한 푼도 못 받나

받을 수 있습니다.

제686조 제3항은 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이 종료된 때,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완료를 전제로 한 제2항의 예외입니다.

관문은 책임의 소재입니다. 맡긴 쪽이 마음을 바꿔 그만두게 했거나, 당사자 한쪽이 사망해 제690조에 따라 위임이 끝난 경우라면 이 조항으로 갑니다. 수임인이 일을 방치해 신뢰가 깨진 끝에 해지되었다면 비율 보수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비율을 어떻게 잡느냐가 분쟁의 중심입니다. 어디까지 진행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그대로 금액이 되므로, 제683조가 정한 보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두시면 그 기록이 근거로 남습니다.

일에 들어가는 돈은 누가 먼저 내는가

여기서 원리가 바뀝니다.

제687조는 위임사무의 처리에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위임인이 수임인의 청구에 의하여 이를 선급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약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맡긴 쪽이 부담한다는 것이 법이 정한 기본값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무에서 생기는 이익이 위임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아래와 같은 돈이 여기에 듭니다.

  • 소송과 등기에 드는 인지대, 송달료, 등록면허세
  • 감정과 측량을 맡기며 내는 수수료
  • 현장을 확인하러 오가는 교통비와 숙박비

선급을 구했는데 주지 않는다면 비용이 드는 절차를 멈추고 서면으로 다시 청구합니다.

확인할 것
· 보수 약정이 서면에 남아 있는지
· 총액인지 기간 단위인지
· 중도 종료 시 정산 방식을 적어 두었는지
· 비용을 선급으로 받을지 나중에 정산할지
· 지출 영수증과 처리 경과 기록을 모으고 있는지
· 맡긴 쪽 이름으로 떠안은 채무가 있는지

이미 쓴 돈과 떠안은 빚은 어떻게 되나

선급을 받지 못한 채 먼저 지출했다면 제688조가 뒤를 받칩니다.

제1항은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비를 지출한 때, 위임인에게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원금을 돌려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 돈이 묶여 있던 기간의 이자까지 붙는다는 뜻입니다.

제2항은 돈을 쓰지 않고 채무만 진 경우를 다룹니다. 사무 처리에 필요한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위임인에게 자기에 갈음하여 변제하게 할 수 있고, 아직 변제기가 오지 않았다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수임인이 채권자에게 쫓기는 상황을 미리 막아 주는 장치입니다.

두 항 모두 필요비라는 문턱을 둡니다.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지출이어야 하므로,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돈이었다면 그 필요성을 설명하셔야 합니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손해를 입었다면

제688조 제3항이 가장 넓게 뻗은 조항입니다.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과실 없이 손해를 받은 때에는 위임인에게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임인에게 잘못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맡긴 쪽도 잘못이 없고 맡은 쪽도 잘못이 없는데 손해가 났다면, 그 부담을 이익이 돌아가는 쪽에 지운 것입니다.

반대 방향도 법이 정해 두었습니다. 제685조는 인도할 금전을 자기를 위해 쓴 경우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와 그 외의 손해를 물리고, 제684조는 받은 금전과 물건, 수취한 과실을 인도하고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를 넘기라고 명합니다.

정산이란 이 두 방향을 한 자리에서 맞추는 일입니다.

주의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게 합니다. 다만 제2항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일을 접는 시점 하나로 배상 책임이 갈릴 수 있으니 통지 전에 상황을 살피셔야 합니다.

정리

세 조문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값은 약속에서 나오고 비용은 법에서 나옵니다.

보수는 약정이 있어야 생기고 원칙적으로 완료 후에 청구하며, 기간제라면 기간이 지날 때마다 청구가 열립니다. 책임 없는 사유로 중간에 끝났다면 처리한 비율만큼 받습니다. 비용은 약정이 없어도 위임인이 부담하고 선급을 구할 수 있으며, 이미 지출했다면 이자까지 붙습니다.

액수가 크거나 사무가 오래 이어진 사안일수록 정산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계약서 문구와 보유 자료를 들고 변호사와 방향을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80조, 제681조, 제683조, 제684조, 제685조, 제686조, 제687조, 제688조, 제689조, 제690조

관련 안내: 부산 민사변호사 · 민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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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보수를 정하지 않고 일을 맡겼는데 값을 달라고 합니다.

제686조 제1항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그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맡겼다면 묵시적 약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어떤 대화와 자료가 오갔는지를 먼저 정리해 보셔야 합니다.

일이 끝나기 전인데 매달 보수를 청구해도 되나요?

기간으로 보수를 정했다면 제686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그 기간이 지난 뒤 청구할 수 있습니다. 총액으로만 정했다면 완료 전 청구는 어려우니 계약서의 표현을 확인하십시오.

위임인이 사망해 일이 중단되었습니다.

제690조에 따라 위임이 종료되고, 수임인에게 책임 없는 사유이므로 제686조 제3항의 비율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처리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금액을 좌우합니다.

인지대와 감정료를 제가 먼저 냈습니다.

제688조 제1항의 필요비에 해당한다면 원금과 함께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영수증과 함께 그 지출의 필요성을 설명할 자료를 갖추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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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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