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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8일조회 0

조건 달성을 고의로 방해하면 달성한 것으로 본다

상가 공실을 채워 주면 수수료를 받기로 한 임대 대행사가 두 달 만에 병원 한 곳을 데려왔습니다. 도장만 남았을 때 건물주가 대행 계약을 끝내자는 문자를 보냈고, 2주 뒤 그 병원은 건물주와 직접 계약하고 입주했습니다. 대행 계약서에는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면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건물주는 대행사를 거친 계약이 없으니 줄 돈도 없다고 합니다. 민법은 바로 이런 장면을 위해 짧은 조문 하나를 두었습니다.

조건이 붙은 약속은 언제 효력이 생기나

조건이 이뤄진 때부터입니다.

임대차가 체결되면 수수료를 준다는 약속은 전형적인 정지조건입니다. 조건이 이뤄지기 전에는 수수료 채권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조건이 이뤄지는 순간 효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해제조건이 붙었다면 조건이 이뤄지는 때에 효력을 잃습니다. 당사자가 그 효력을 앞으로 당기기로 따로 정했다면 그 뜻을 따릅니다.

정지조건과 해제조건
정지조건은 그 일이 일어나야 계약의 효력이 생기는 조건입니다 (임대차가 체결되면 수수료를 준다). 해제조건은 그 일이 일어나면 이미 생긴 효력이 사라지는 조건입니다 (허가가 안 나면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한다). 방해 금지의 원칙은 두 조건 모두에 적용됩니다.

조건이 아직 걸려 있는 동안에도 보호는 이미 시작됩니다. 민법은 조건의 성부가 정해지지 않은 동안 당사자가 조건 성취로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조건부 권리는 처분하거나 상속할 수도 있습니다. 법이 이 권리를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지켜 줄 만한 재산적 지위로 본다는 뜻입니다.

방해한 쪽을 두고 법은 무엇을 허락하나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성취를 방해했다면,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수수료를 내야 하는 건물주는 조건이 이뤄지면 손해를 보는 쪽입니다. 그런 사람이 대행사가 데려온 임차인과 몰래 직접 계약하려고 대행을 끊었다면, 대행사는 체결 조건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도 됩니다. 조건 성취로 이익을 받을 사람이 신의에 반해 억지로 조건을 이뤄 냈다면, 상대방은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하자가 생기면 보증금을 몰취한다는 약정에서 몰취로 이득을 볼 쪽이 일부러 하자를 만들었다면, 보증금을 맡긴 사람은 하자 조건이 없었던 것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결과를 뒤집는 힘은 상대방에게 있습니다. 방해한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를 쓸 수 없습니다.

장면조건누가 막았나상대방이 할 수 있는 주장
임차인 유치 대행소개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 시 수수료건물주가 대행 해지 뒤 같은 임차인과 직접 계약체결된 것으로 보고 수수료 청구
성과 보수분기 매출 목표 달성 시 보너스회사가 이미 받은 주문을 일부러 다음 분기로 미룸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보고 보너스 청구
토지 매매건축허가가 나오면 잔금 지급매수인이 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허가가 난 것으로 보고 잔금 청구
반대 방향하자가 생기면 보증금 몰취보증금을 챙기려는 쪽이 하자를 일부러 만듦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주장

어떤 행동이 신의에 반한 방해가 되나

조문은 고의라는 단어 대신 신의성실이라는 기준을 씁니다. 그래서 따지는 것은 방해한 사람의 행동 전체입니다. 실제 분쟁에서 주로 보는 지점은 이렇습니다.

  • 시점: 조건이 이뤄지기 직전에 관계를 끊었는가. 도장만 남은 때의 해지는 의심을 삽니다.
  • 결과의 동일성: 끊은 뒤 같은 상대, 같은 조건으로 거래를 마쳤는가.
  • 다른 이유의 유무: 가격 조건이 크게 바뀌었거나 임차인 신용에 문제가 드러난 것처럼 설명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가.
  • 의사 표현: 수수료를 아끼려 했다는 취지의 말이나 문자가 남아 있는가.

정당한 사정이 있으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주의
상대방이 조건을 이루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보는 사람이 그 일을 막았고, 그 방식이 신의에 어긋난다는 점까지 보여야 합니다. 건물주가 소개받은 임차인의 신용이 나빠 거절한 것이라면 방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조건은 언제 이뤄진 것으로 보나

수수료를 청구하려면 금액만큼이나 날짜도 중요합니다. 지연손해금이 언제부터 붙는지,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는지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법문은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만 할 뿐 그 시점을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는 방해가 없었다면 조건이 이뤄졌을 무렵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사례라면 건물주가 병원과 직접 계약한 날이 유력한 후보입니다. 청구서에는 그 날짜를 뒷받침하는 계약 체결일, 입주일 자료를 함께 붙여 두는 편이 좋습니다.

조건 성취를 주장하려면 무엇을 준비하나

  1. 조건이 적힌 계약서와 그 문구를 특정합니다. 체결 시인지, 입주 시인지, 잔금 시인지에 따라 증명할 사실이 달라집니다.
  2. 방해가 없었다면 조건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흐름을 보여 줄 자료를 모읍니다. 임차인과 주고받은 조건표, 계약서 초안, 방문 일지가 해당합니다.
  3. 방해 행위의 날짜와 경위를 정리합니다. 해지 통보 문자, 같은 상대와 맺은 계약의 등기나 사업자 등록 주소 변경이 증거가 됩니다.
  4. 상대방에게 조건 성취를 주장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응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청구합니다.

조건 성취 의제로 가기 어렵다면 조건부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두 주장을 나란히 적어 두면 한쪽이 막혀도 다른 쪽이 남습니다.

정리

조건이 붙은 약속에서 손해를 볼 사람이 그 조건을 스스로 막았다면, 상대방은 조건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득을 볼 사람이 억지로 조건을 만들었다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관건은 방해가 신의에 반했느냐입니다. 끊은 시점과 그 뒤의 거래, 다른 이유의 유무를 자료로 보여 줘야 합니다. 대행이나 성과 보수 약정이 도장 직전에 끊겼다면 해지 문자와 거래 기록부터 보관하고, 청구 금액과 기준일은 변호사와 함께 맞춰 보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147조, 제148조, 제149조, 제1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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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조건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문구가 없습니다. 그래도 주장할 수 있나요?

조건 성취 방해에 관한 규정은 민법에 직접 있으므로 계약서에 따로 적혀 있지 않아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방해가 신의성실에 반했다는 사정은 주장하는 쪽이 보여야 합니다.

건물주가 대행 계약을 정식으로 해지했는데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나요?

해지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그 해지가 조건 성취를 막으려는 목적이었고 곧이어 같은 임차인과 계약했다면 조건 성취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해지 시점과 그 뒤 거래 경위가 판단의 중심이 됩니다.

회사가 매출 목표 달성을 막으려고 주문을 미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주문 접수 시점과 처리 시점, 내부 메신저나 이메일, 같은 기간 다른 거래의 처리 속도를 비교할 자료가 도움이 됩니다. 평소 방식과 달라진 점을 보여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건 성취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따로 있나요?

조건 성취 방해 규정 자체에 따로 정한 기간은 없습니다. 다만 수수료나 보수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방해 경위를 보여 줄 자료도 흩어지므로 방해를 안 때부터 서두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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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7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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