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사업을 하던 지인에게 3천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갚기로 한 날은 그해 6월 말이었습니다. 몇 해를 미루던 지인에게 지난해 가을 아파트 가압류를 걸었더니 곧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집을 팔아야 돈이 생기는데 가압류 때문에 매수인이 나서지 않는다, 풀어 주면 잔금에서 바로 갚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올봄 가압류를 풀어 주었고, 집은 팔렸지만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소송을 준비하자 지인 쪽에서 시효가 이미 끝났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가압류를 해 두었으니 괜찮을 거라 믿었다면 다시 계산해 봐야 합니다.
가압류는 어떻게 시효를 붙잡아 두나
민법은 소멸시효를 멈추는 사유로 청구, 승인과 함께 압류·가압류·가처분을 꼽습니다. 가압류 결정이 나고 집행되면 그때까지 흐른 시효 기간은 없던 것으로 치고, 중단 사유가 끝난 때부터 다시 처음부터 셉니다.
가압류는 판결이 아직 없는 채권자가 채무자 재산을 묶어 두는 절차입니다. 재산을 묶는 효과와 시효를 멈추는 효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어,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채권자에게 특히 쓸모가 큽니다.
채무자 본인이 아닌 사람의 재산에 가압류를 한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때는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린 뒤에야 채무자에 대한 시효 중단 효과가 생깁니다.
풀어 주면 멈췄던 시효는 어떻게 되나
처음부터 멈추지 않은 것이 됩니다.
민법은 압류, 가압류, 가처분이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취소되거나 법률의 규정을 따르지 않아 취소된 때에는 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채권자가 스스로 풀어 준 경우가 바로 앞의 경우입니다.
처음 사례로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대여금 채권의 시효는 10년이고, 갚기로 한 2016년 6월 말부터 흐릅니다. 지난해 가을의 가압류가 살아 있었다면 그때 시효가 멈췄겠지만, 올봄 풀어 주면서 그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다른 중단 사유가 없다면 시효는 멈춘 적 없이 흘러 2026년 6월 말에 끝난 셈입니다.
주의
가압류를 풀어 준 날부터 시효가 새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조문의 결과는 그 반대입니다. 가압류로 멈췄던 시간이 모두 되살아나 원래 계산대로 흘러간 것이 되므로, 풀어 준 그날 이미 시효가 끝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취하서를 낸 것과 집행을 해제한 것은 다른가
가압류를 푸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가압류 신청 자체를 취하하는 것, 그리고 이미 한 집행을 풀어 달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가압류라면 대개 두 서류를 함께 내고 법원이 등기소에 말소를 촉탁합니다.
이름은 달라도 결과를 가를 만한 차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 다 권리자인 채권자가 스스로 원해서 가압류를 없앤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도 채권자의 취하나 집행해제 신청으로 가압류가 풀린 경우에는 시효 중단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가압류가 끝난 모습 | 시효를 멈춘 효과 | 채권자가 볼 것 |
|---|---|---|
| 가압류를 유지한 채 본안 소송 진행 | 남아 있음 | 본안 판결까지 가압류 유지 |
| 채권자가 신청해 가압류를 풀어 줌 |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됨 | 원래 기산점부터 다시 계산 |
|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이 취소 |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됨 | 흠이 무엇이었는지 확인 |
| 풀어 주기 전 채무자에게 채무 인정서를 받음 | 가압류 효과는 사라지나 인정서 날짜부터 새로 진행 | 인정서 원본 보관 |
| 본안을 미루다 채무자 신청으로 취소 |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움 | 본안 소송을 늦추지 않기 |
표의 넷째 줄이 채권자가 붙잡을 수 있는 길입니다. 가압류와 별개로 채무자의 승인도 독립된 중단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풀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무엇을 먼저 받아 두나
채무자가 사정을 호소하며 가압류 해제를 부탁하는 일은 흔합니다. 들어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풀기 전에 가압류를 대신할 무언가를 손에 쥐어야 합니다.
- 채무 금액과 날짜를 적고 채무자가 서명한 채무 인정서를 받습니다. 이 서면의 날짜부터 시효가 새로 흐릅니다.
- 가능하면 공증 사무실에서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를 작성합니다. 판결 없이도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 매매대금에서 갚겠다는 약속이라면 잔금 일부를 채권자 계좌로 직접 보내도록 매수인까지 포함한 합의서를 씁니다.
- 가압류 결정문에 적힌 해방금액을 채무자가 공탁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압류는 풀리지만 돈이 공탁소에 남습니다.
이 중 하나도 받지 못한 채 말로 한 약속만 믿고 풀어 주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미 풀어 버렸다면 되살릴 방법은 없나
우선 시효 계산을 원래 기산점부터 다시 해 보십시오. 아직 기간이 남아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내거나 새로 가압류를 거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미 기간이 지났다면 가압류 말고 다른 중단 사유가 없었는지를 뒤져야 합니다. 채무자가 해제를 부탁하며 보낸 문자에 빌린 돈이 얼마 남았다는 말이 들어 있는지, 그 사이 이자 명목으로라도 일부를 보낸 적이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이런 흔적은 채무를 인정한 승인으로 볼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그 날짜부터 시효가 다시 흐른 것이 됩니다.
휴대전화의 대화 기록과 통장 입금 내역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십시오.
풀어 주지 않았는데도 가압류가 사라질 수 있나
있습니다. 채무자는 법원에 채권자가 본안 소송을 내도록 명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2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제소를 명합니다. 그 안에 소를 내지 않으면 가압류는 채무자의 신청으로 취소됩니다. 가압류를 집행한 뒤 3년 동안 본안 소송을 내지 않은 경우에도 채무자는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취소된 때 시효 중단의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채권자가 안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가압류는 본안 소송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버는 수단일 뿐입니다. 걸어 두었다면 본안도 함께 준비하십시오.
정리
가압류는 시효를 멈추지만, 채권자가 스스로 풀어 주면 그 효과는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됩니다. 풀어 준 날부터 새로 세는 것이 아니라 원래 기산점으로 돌아가 계산해야 합니다.
해제를 부탁받았다면 채무 인정서나 공정증서처럼 가압류를 대신할 장치를 먼저 받으십시오. 이미 풀어 버렸다면 남은 기간을 계산하고 채무자의 승인 흔적을 모으는 것이 급합니다. 시효 완성 여부가 아슬아슬하다면 소송을 내기 전에 변호사와 날짜를 함께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62조, 제168조, 제175조, 제176조, 제178조 · 민사집행법 제56조, 제282조, 제287조, 제28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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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가압류 금액 일부만 줄여 달라는 부탁을 들어줬습니다. 이것도 시효 중단 효과가 사라지나요?
채권자 스스로 가압류의 일부를 풀어 준 것이라면 그 풀린 부분에 관해서는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가압류 범위와 청구 금액을 비교해 부족한 부분은 따로 시효를 관리하십시오.
채무자가 해방금액을 공탁해서 가압류가 취소됐습니다. 제가 풀어 준 것과 같나요?
해방금액 공탁에 따른 취소는 채권자가 원해서 가압류를 없앤 경우와는 모양이 다릅니다. 다만 시효 문제를 어떻게 볼지 단정하기는 어려우니, 공탁금에 대한 권리 행사와 본안 소송을 서둘러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압류를 풀어 줄 때 채무자가 문자로 꼭 갚겠다고 했습니다. 승인으로 인정되나요?
갚아야 할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라면 승인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금액이나 채무의 내용이 드러나는 표현일수록 유리하니 문자를 캡처하고 원본 휴대전화도 보관해 두십시오.
시효가 지난 뒤에 채무자가 일부를 갚았습니다. 나머지도 받을 수 있나요?
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가 이를 알고도 갚았다면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포기로 인정되는지는 경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입금 전후의 대화 내용을 함께 정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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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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