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사업자금을 빌리는 자리에 은행 직원이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기에 그 자리에서 서명했습니다. 조카는 부탁한 적이 없고 오히려 괜찮다고 말렸습니다. 두 해 뒤 조카가 이자를 못 내자 은행이 보증인에게 청구했고, 원금과 연체이자까지 3천만원 가까이 대신 갚았습니다. 이제 조카에게 돌려 달라고 하면 전액을 받을 수 있을까요. 민법은 보증을 누가 원해서 섰느냐에 따라 되받을 범위를 세 단계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부탁 없이 선 보증인이 어느 단계에 놓이는지, 그 차이가 금액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짚었습니다.
보증을 선 경위가 왜 금액을 가르나
채권자와의 관계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부탁을 받았든 아니든 보증인은 민법 제428조에 따라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갚을 의무를 집니다.
차이는 갚은 뒤 주채무자를 상대로 돌아설 때 나타납니다. 주채무자가 부탁해서 선 보증인은 주채무자와 사이에 위임과 비슷한 관계가 있어 지출한 비용을 온전히 돌려받을 지위에 섭니다. 부탁 없이 선 보증인은 주채무자 입장에서 보면 시키지 않은 일을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되받을 범위가 주채무자가 실제로 이익을 본 만큼으로 줄어듭니다.
부탁받은 보증인은 얼마를 돌려받나
기준점부터 보겠습니다.
제441조 제1항은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가 과실 없이 변제 기타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 주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 제425조 제2항을 준용합니다. 준용 결과 갚은 날 뒤에 붙는 법정이자, 어쩔 수 없이 든 비용과 그 밖의 손해도 돌려받을 범위에 들어갑니다.
갚은 원리금에 그날부터의 이자가 붙고, 갚느라 든 비용까지 얹어 받는 구조입니다.
부탁 없이 섰다면 어디까지 줄어드나
제444조가 두 단계로 나눕니다.
제1항은 주채무자의 부탁 없이 보증인이 된 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 주채무자가 그 당시에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배상하도록 합니다. 변제한 시점을 기준으로 주채무자가 얼마나 빚을 덜었는지를 셈합니다. 그러나 변제일 이후의 법정이자나 보증인이 따로 쓴 비용은 조문에 없습니다.
제2항은 한 단계 더 내려갑니다. 주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보증인이 된 자는 현존이익의 한도에서만 배상받습니다. 변제 당시가 아니라 구상하는 시점에 주채무자에게 남아 있는 이익이 기준입니다. 그 사이 이익이 사라졌다면 받을 금액도 줄어듭니다.
| 보증을 선 경위 | 되받는 범위 | 근거 |
|---|---|---|
|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 변제액 + 면책일 이후 법정이자 + 피할 수 없는 비용·손해 | 제441조, 제425조 제2항 |
| 부탁 없이 (의사에 반하지는 않음) | 변제 당시 주채무자가 받은 이익 | 제444조 제1항 |
| 주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 구상 시점에 남아 있는 이익 | 제444조 제2항 |
부탁 없음과 의사에 반함은 어떻게 다른가
조문은 둘을 구별하지만 경계를 적지는 않았습니다.
부탁이 없다는 것은 주채무자가 보증을 서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뜻입니다. 주채무자가 몰랐거나, 알았지만 가만히 있었던 경우가 여기 들어갑니다. 의사에 반한다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채무자가 보증을 서지 말라는 뜻을 밝혔는데도 섰다는 뜻입니다. 앞의 사례에서 조카가 괜찮다고 말린 사실이 있다면 제2항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증거로 갈립니다. 보증을 서던 날 주고받은 문자, 은행 창구에서 오간 말을 들은 사람, 주채무자가 보증인에게 보낸 감사 표시나 반대 표시가 모두 단서가 됩니다.
현존이익
어떤 행위로 받은 이익 가운데 지금 그 사람에게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을 말합니다. 보증인이 대신 갚아 빚이 사라졌더라도, 주채무자가 그 사실을 모른 채 다시 갚았거나 그 이익이 다른 손실로 상쇄되었다면 남아 있는 이익은 그만큼 작아집니다.
주채무자가 상계할 것이 있었다면
제444조 제3항이 뜻밖의 장치를 붙여 둡니다.
의사에 반하여 보증인이 된 경우에 주채무자가 구상한 날 이전에 상계원인이 있음을 주장한 때에는 그 상계로 소멸할 채권이 보증인에게 이전됩니다.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받을 돈이 따로 있어서 원래는 상계로 빚을 없앨 수 있었다면, 보증인이 끼어들어 갚아 버린 탓에 그 기회를 잃은 셈입니다. 그래서 주채무자는 그 상계를 주장해 구상을 줄이고, 대신 채권자에게 받을 그 채권은 보증인에게 넘겨 보증인이 채권자를 상대로 받아 가게 합니다.
갚기 전후에 알리지 않으면 더 줄어든다
제444조와 별개로 제445조가 걸립니다.
제1항은 보증인이 주채무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변제한 경우에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항할 사유가 있었다면 그 사유로 보증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합니다. 주채무자가 이미 일부를 갚았거나 시효를 주장할 수 있었는데 보증인이 묻지도 않고 전액을 갚았다면, 그 부분은 구상에서 빠집니다. 제2항은 갚은 뒤에도 알리지 않아 주채무자가 모르고 다시 갚으면 그 두 번째 변제를 유효하다고 보게 합니다.
부탁 없이 선 보증인은 안 그래도 받을 범위가 좁습니다. 여기에 통지까지 빠뜨리면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갚기 전에 한 번, 갚은 뒤에 한 번, 내용증명으로 알리는 것이 금액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확인할 것
· 보증을 서던 날 주채무자가 요청했는지, 말렸는지를 보여 주는 문자나 증인
· 변제한 날짜와 금액, 원금·이자·비용의 내역
· 변제 전후에 주채무자에게 보낸 통지의 사본
·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받을 돈이 따로 있었는지
· 변제 뒤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다시 돈을 냈는지
구상액을 지키려면 어떤 순서로 움직이나
- 채권자의 청구를 받으면 갚기 전에 주채무자에게 서면으로 알리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사유가 있는지 묻습니다.
- 변제한 뒤 바로 영수증과 송금 내역을 받아 두고, 같은 날 주채무자에게 변제 사실을 통지합니다.
- 보증을 서게 된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제441조와 제444조 가운데 어느 쪽인지 정리합니다.
- 주채무자가 상계를 주장하면 그 채권의 이전을 요구하고 채권자에게 행사할 준비를 합니다.
-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구상금 청구로 넘어가되, 청구 범위를 조문에 맞게 좁혀 적습니다.
정리
보증인이 되받을 금액은 보증을 선 경위에 따라 세 단계로 갈립니다. 부탁받은 보증인은 변제액에 이자와 비용까지 받고, 부탁 없이 선 보증인은 변제 당시 주채무자가 받은 이익까지, 의사에 반해 선 보증인은 지금 남아 있는 이익까지만 받습니다.
어느 단계인지는 보증 당시의 사정을 보여 주는 증거로 정해지고, 통지를 빠뜨리면 그 범위가 다시 줄어듭니다. 대신 갚기 전에 통지부터 하고,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은 뒤 청구 범위를 정하는 단계에서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25조, 제428조, 제441조, 제444조, 제445조, 제448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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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부탁 없이 섰더라도 주채무자가 나중에 고맙다고 했으면 달라지나요?
보증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 사정은 적어도 의사에 반한 보증은 아니라는 근거가 됩니다. 사후에 명시적으로 부탁한 것과 같은 뜻을 밝혔다면 제441조에 가깝게 볼 여지도 생기므로, 그 말이 남은 문자나 녹음을 보관하십시오.
변제 당시의 이익에 연체이자도 들어가나요?
보증인이 갚아 준 연체이자만큼 주채무자의 빚이 사라졌다면 그 부분도 변제 당시 받은 이익에 해당합니다. 다만 변제일 이후 보증인에게 붙는 법정이자는 제444조에 없으므로 청구 범위에서 빼는 편이 다툼을 줄입니다.
주채무자가 제가 갚은 줄 모르고 은행에 또 갚았습니다.
보증인이 변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제445조 제2항에 따라 주채무자 쪽 변제가 유효하다고 다루어지고, 보증인은 은행에 자기가 낸 돈의 반환을 구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통지를 했다면 반대로 주채무자가 은행에 반환을 구할 문제가 됩니다.
보증인이 여러 명인데 저만 전액 갚았습니다.
제448조 제1항은 공동보증인 가운데 한 사람이 자기 부담부분을 넘어 변제한 때에 제444조를 준용합니다. 다른 보증인에게는 그가 받은 이익의 한도에서 구상하게 되므로, 주채무자에 대한 구상과 다른 보증인에 대한 구상을 나누어 계산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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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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