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지으려고 밭 한 필지를 샀습니다. 잔금을 치르고 측량을 넣었더니 울타리 안쪽 귀퉁이 80평이 옆집 소유로 나왔습니다. 매도인은 자기도 몰랐다며 미안하다고만 합니다. 산 땅의 일부가 처음부터 남의 것이었던 상황입니다. 민법은 이런 매수인에게 모자란 만큼 값을 깎아 달라고 할 권리를 주되, 그 권리에 1년이라는 짧은 시한을 붙여 두었습니다. 어디서부터 1년을 세는지, 깎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전부 무를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부가 남의 것이면 어떤 권리가 생기나
민법 제572조가 세 가지를 차례로 적었습니다.
제1항은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함으로 인하여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매수인이 그 부분의 비율로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1천평을 1억원에 샀는데 80평이 남의 땅이라면 대금의 8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 달라고 하는 구조입니다.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이 청구는 열려 있습니다.
제2항과 제3항은 선의의 매수인에게만 주어집니다. 남은 부분만이었다면 사지 않았을 경우에 계약 전부를 해제할 수 있고, 감액이나 해제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창고 부지로 쓰려 했는데 빠진 귀퉁이가 진입로였다면 남은 땅만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으니 해제 쪽을 검토하게 됩니다.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
매매 목적물 전체를 매도인 소유로 알고 샀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소유였고, 매도인이 그 부분을 사들여 넘겨줄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전부가 남의 것인 제569조·제570조의 경우와 구별되며, 매수인은 모자란 비율만큼 값을 깎거나 사정에 따라 전체를 무를 수 있습니다.
1년은 언제부터 세나
제573조가 기산점을 둘로 나눕니다.
매수인이 선의인 경우에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악의인 경우에는 계약한 날로부터 1년 안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합니다. 몰랐던 매수인은 측량 결과를 받아 본 날, 옆집에서 경계를 넘었다는 통보를 받은 날처럼 일부가 남의 것임을 알게 된 날이 출발점입니다. 알고 산 매수인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이 출발점이라 더 빨리 닫힙니다.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단이나 정지가 없고, 그 안에 권리를 행사했다는 사실을 매수인이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안 날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 구분 | 선의의 매수인 | 악의의 매수인 |
|---|---|---|
| 대금 감액 청구 | 가능 | 가능 |
| 계약 전부 해제 | 남은 부분만이면 사지 않았을 때 가능 | 불가 |
| 손해배상 청구 | 감액·해제와 별도로 가능 | 불가 |
| 1년의 출발점 | 사실을 안 날 | 계약한 날 |
1년 안에 무엇을 해야 행사한 것이 되나
소를 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액청구와 해제는 상대방에게 의사표시가 닿으면 효력이 생기는 권리입니다. 1년 안에 매도인에게 감액을 청구한다는 뜻이 도달하면 권리는 행사된 것이고, 그 뒤 돈을 받아 내는 절차는 일반 채권처럼 진행됩니다. 다만 도달 사실과 날짜를 매수인이 증명해야 하므로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내용증명에는 어느 부분이 남의 소유인지, 그 비율이 얼마인지, 그에 따라 얼마를 돌려 달라는 것인지를 적습니다. 비율을 바로 계산하기 어려우면 측량 결과에 따라 확정하겠다는 취지로 적어도 행사 자체는 됩니다. 손해배상 청구도 같은 서면에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감액 비율은 어떻게 셈하나
조문은 그 부분의 비율이라고만 합니다.
면적 비율이 출발점이지만 땅은 위치마다 값이 다릅니다. 도로에 접한 귀퉁이와 안쪽 자투리가 같은 평수라도 가치가 같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빠진 부분의 가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셈하는 쪽이 조문 취지에 맞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툼이 생기면 감정평가로 정하게 됩니다.
또 하나 짚을 것이 있습니다. 매도인이 그 부분을 사들여 넘겨줄 수 있다면 감액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제572조는 취득하여 이전할 수 없는 때를 요건으로 합니다. 매도인이 옆집과 협의해 그 땅을 사서 등기를 넘겨준다면 매수인은 감액 대신 그 이행을 받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수량이 모자란 경우와는 어떻게 다른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조문이 적용됩니다.
제574조는 수량을 지정한 매매의 목적물이 부족한 경우와 일부가 계약 당시 이미 멸실된 경우에 제572조와 제573조를 준용하되, 매수인이 그 부족 또는 멸실을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합니다. 평당 얼마로 값을 정하고 등기부 면적을 믿었는데 실측이 모자란 사안이 여기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악의의 매수인에게는 아예 권리가 없습니다.
남의 땅이 섞인 경우는 소유권의 문제이고, 수량 부족은 면적의 문제입니다. 측량 결과를 받았을 때 모자란 부분이 다른 사람 명의인지, 아니면 그냥 면적이 적게 나온 것인지를 먼저 구분하여야 어느 조문으로 갈지 정해집니다.
주의
매도인과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1년을 흘려보내는 사례가 많습니다. 협의는 기간을 멈추지 못합니다. 측량 결과를 받은 날부터 달력을 세고, 협의가 길어지면 결론과 상관없이 기간 안에 내용증명으로 감액청구와 손해배상 청구의 뜻을 보내 두어야 합니다.
어떤 자료를 모아야 하나
- 매매계약서와 면적·대금 산정 방식이 드러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 지적측량 성과도와 경계 표시 사진
- 남의 소유로 드러난 부분의 등기사항증명서와 지적도
- 일부가 남의 땅임을 처음 알게 된 날을 보여 주는 측량 결과 통보서, 문자, 이웃의 통고
- 매도인이 그 부분을 사들일 수 없다는 사정(소유자의 거절 등)을 보여 주는 자료
- 남은 부분만으로는 계약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점(건축 계획, 진입로 여부)을 보여 주는 자료
정리
산 땅의 일부가 남의 것이라면 매수인은 그 비율만큼 값을 깎을 수 있습니다. 몰랐던 매수인이라면 전부를 무르거나 손해배상까지 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권리는 1년 안에 행사하여야 하며, 몰랐던 매수인은 안 날부터, 알았던 매수인은 계약일부터 셉니다.
행사는 소 제기가 아니라 의사표시의 도달로 충분하므로 기간 안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액 비율과 해제 가능 여부는 사안마다 달라지니, 측량 결과를 받으셨다면 날짜를 적어 두고 변호사와 청구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69조, 제570조, 제572조, 제573조, 제57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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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매도인도 몰랐다고 하는데 그래도 청구할 수 있나요?
있습니다. 제572조는 매도인의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몰랐다는 사정은 감액청구를 막지 못하고, 다만 손해배상 범위를 다툴 때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을 뿐입니다.
1년이 지나면 아무것도 못 하나요?
제572조에 따른 감액·해제·손해배상은 제573조의 기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남의 땅임을 알고 속였다면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처럼 다른 근거를 검토할 여지가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감액 대신 그 땅을 사서 넘겨 달라고 할 수 있나요?
매도인이 그 부분을 취득하여 이전할 수 있다면 애초에 담보책임이 아니라 본래의 이행 문제입니다. 매도인에게 먼저 취득해 이전하라고 요구하고, 소유자가 팔지 않아 이전이 불가능해지면 그때 감액으로 돌아서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남은 땅만으로도 쓸 수는 있는데 해제가 가능한가요?
제572조 제2항은 잔존한 부분만이면 매수인이 이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때로 한정합니다. 남은 땅으로 계약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해제는 어렵고 감액과 손해배상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진입로가 빠졌거나 건축이 불가능해진 정도라야 해제가 논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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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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