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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0일조회 0

남을 해칠 뜻으로 끼친 손해, 상계로는 못 갚는다

동업을 정리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상대가 가게 간판과 집기를 밤중에 부수고 갔습니다. 수리비와 영업 손실로 1천2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하자, 상대는 예전에 빌려준 돈 1천5백만원이 있으니 그걸로 퉁치자고 합니다. 받을 돈이 서로 있으면 맞비겨 없애는 것이 상계이고 보통은 허용됩니다. 그러나 민법은 일부러 남을 해쳐 생긴 배상채무를 그런 식으로 지우지 못하게 막아 두었습니다. 월급이나 퇴직금처럼 압류가 금지된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쪽이 막히고 어느 쪽이 열려 있는지를 조문으로 가르겠습니다.

상계가 보통 허용되는 이유부터

제492조 제1항은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그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 각 채무자가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서로 줄 돈을 오가게 하지 않고 한 번에 정리하는 편이 간단하고, 상대가 갚을 능력이 없을 때 자기 채권을 담보처럼 확보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제493조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하고, 효력은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게 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편리한 제도에 민법은 몇 개의 출입구를 막아 두었습니다. 그 가운데 둘이 제496조와 제497조입니다.

자동채권과 수동채권
상계를 하는 쪽이 상대에게 받을 채권을 자동채권, 상계를 당하는 쪽이 받을 채권(상계하는 쪽이 갚아야 할 채무)을 수동채권이라고 부릅니다. 제496조와 제497조는 모두 수동채권, 즉 상계로 지워지는 쪽의 채권이 어떤 성질이면 안 되는지를 정한 조문입니다.

일부러 해친 배상채무는 왜 막히나

제496조는 한 문장입니다.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상계가 허용되면 상대에게 받을 돈이 있는 사람은 그 돈을 받아 내는 수단으로 상대를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어도 됩니다. 어차피 배상채무가 생겨도 자기 채권과 맞비기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결과를 두지 않기 위해 고의로 저지른 불법행위의 배상채무는 반드시 현실로 갚게 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돈을 손에 쥐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앞의 사례에서 집기를 부순 쪽은 빌려준 돈 1천5백만원이 있어도 그것으로 배상채무 1천2백만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배상금을 따로 내야 하고, 빌려준 돈은 별도로 청구해야 합니다.

고의와 과실의 경계는 어디인가

조문이 고의로 한정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교통사고처럼 과실로 생긴 배상채무는 이 조문에 걸리지 않습니다.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상대로 한 채권이 있다면 그 배상채무와 상계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폭행, 사기, 횡령, 고의로 물건을 부순 경우처럼 결과를 알고 저지른 행위에서 비롯한 배상채무는 상계의 수동채권이 될 수 없습니다.

경계에 서는 사안이 있습니다. 중대한 과실은 어떨까요. 조문은 고의라고만 적었으므로 문언상 중과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실관계에 따라 미필적 고의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가 있어, 가해 당시의 인식이 어땠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수동채권의 성질상계로 지울 수 있나근거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채무없음제496조
과실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채무있음제492조
압류하지 못하는 채권 (급여의 일정 부분, 부양료 등)없음제497조
지급금지명령 뒤에 취득한 채권으로 하는 상계명령을 신청한 채권자에게 대항 못 함제498조

월급과 퇴직금은 왜 함께 묶이나

제497조는 채권이 압류하지 못할 것인 때에 그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합니다.

압류를 금지하는 이유는 그 돈이 받는 사람의 생계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은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같은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과 퇴직금의 2분의 1, 법령에 규정된 부양료, 일정한 보장성보험금 등을 압류하지 못하게 합니다. 압류로 가져가지 못하는 돈을 상계로 가져갈 수 있다면 금지의 뜻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두 제도를 같은 선에 세운 것입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받을 돈이 있다고 월급에서 전부 떼는 경우가 여기 걸립니다. 직원이 회사 물건을 망가뜨려 배상채무가 있더라도, 압류가 금지되는 범위의 급여에서는 상계가 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은 별도로 적용됩니다.

상계는 안 돼도 청구는 된다

오해하기 쉬운 지점입니다.

제496조와 제497조는 상계라는 방법을 막을 뿐, 상계하려던 쪽의 채권 자체를 없애지 않습니다. 집기를 부순 동업자가 빌려준 돈 1천5백만원은 그대로 살아 있고, 따로 청구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청구와 배상채무를 한 번에 맞비기지 못할 뿐입니다.

그래서 실제 결과는 이렇게 됩니다. 가해자는 배상금 1천2백만원을 먼저 현실로 지급하고, 빌려준 돈은 별도의 소송이나 집행으로 받아 냅니다. 피해자가 자력이 없다면 가해자는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조문은 그 위험을 가해자 쪽에 지운 것입니다.

주의
반대로 피해자 쪽에서 상계하는 것은 막히지 않습니다. 제496조는 고의 불법행위의 가해자가 상계하는 것을 막는 조문이므로, 피해자가 자기 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가해자에게 갚을 돈과 맞비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누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뒤집히니 서면을 보내기 전에 방향을 확인하십시오.

상대가 상계를 주장해 올 때 대응 순서

  1. 상대의 상계 통지가 어느 채권을 지우려는 것인지 확인합니다. 수동채권이 배상채무라면 그 배상채무의 원인이 고의인지 과실인지를 정리합니다.
  2. 고의가 드러나는 자료를 모읍니다. 형사 고소가 되어 있다면 수사기록과 판결문, 그렇지 않다면 현장 사진과 당시 대화 기록이 됩니다.
  3. 수동채권이 급여나 퇴직금이라면 민사집행법 제246조의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 압류가 금지되는 범위가 얼마인지를 계산합니다.
  4.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을 서면으로 회신하고, 배상금 지급을 다시 청구합니다.
  5. 상대의 채권이 진정하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갚을 준비를 하되, 상대가 먼저 배상금을 내도록 순서를 요구합니다.

정리

상계는 편리한 정리 수단이지만 두 종류의 채무 앞에서는 멈춥니다. 고의로 남을 해쳐 생긴 배상채무와 압류가 금지된 채권은 가해자나 채무자가 자기 채권으로 맞비겨 지울 수 없습니다. 피해자와 생계가 걸린 사람이 실제로 돈을 받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상계가 막혀도 상대의 채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별도 청구는 가능하고, 피해자 쪽에서 하는 상계는 열려 있습니다. 고의인지 과실인지, 누가 상계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니 상계 통지를 받으셨다면 회신 전에 변호사와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92조, 제493조, 제496조, 제497조, 제498조 · 민사집행법 제24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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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과실이라고 우기는데 어떻게 고의를 보이나요?

형사 고소를 하여 수사 결과를 받는 방법이 가장 직접적입니다. 고소가 어렵다면 행위 전후의 메시지, 현장 CCTV, 목격자 진술로 결과를 알고 저질렀다는 점을 보입니다. 고의 여부는 민사재판에서도 증거로 판단되므로 자료를 미리 모아 두어야 합니다.

회사가 제 과실로 생긴 손해를 월급에서 뗐습니다.

배상채무가 과실에 따른 것이라도 급여 가운데 압류가 금지되는 부분은 제497조에 따라 상계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압류 가능한 범위를 넘어 공제했다면 그 부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의 임금 전액 지급 원칙 위반도 함께 문제됩니다.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에게 갚을 돈이 있는데 상계해도 되나요?

됩니다. 제496조는 고의 불법행위의 채무자가 상계하는 것을 막을 뿐이므로, 피해자가 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상계의 의사표시를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그 도달일을 남겨 두십시오.

상계가 안 되면 상대가 빌려준 돈은 어떻게 되나요?

그 채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상대는 별도로 청구하여 받을 수 있고, 판결을 받으면 집행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상금과 한 번에 맞비기지 못하므로 상대는 배상금을 먼저 현실로 지급하여야 하고, 그 뒤 자기 채권을 따로 회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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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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