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목수가 동업으로 꾸리는 김해의 공방이 가구 판매점에 맞춤 진열장을 납품했습니다. 대금은 1,500만 원인데 두 달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습니다. 독촉 전화를 받은 판매점 사장은 뜻밖의 계산서를 내밉니다. 동업자 중 한 사람에게 작년에 1,0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으니 그걸 빼고 500만 원만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돈을 빌린 동업자는 그렇게 하자고 하는데 다른 동업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 민법 제715조는 이 계산법을 정면으로 막습니다. 그 이유와 각자 쓸 수 있는 다른 길을 따져 봅니다.
판매점이 갚을 돈은 누구의 것인가
두 사람이 출자해 공동사업을 하기로 약정하면 조합이 되고, 출자와 그 밖의 조합재산은 조합원의 합유가 됩니다. 진열장 대금 1,500만 원도 공방 운영으로 생긴 채권이므로 이 합유 재산에 속합니다.
합유자의 권리는 합유물 전부에 미칩니다. 동업자 한 사람이 그 채권의 절반을 따로 떼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판매점 사장이 내민 계산서는 이 구조를 무시합니다. 조합 전체가 받을 돈에서 한 조합원 개인의 빚을 빼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합채무자의 상계 금지
조합에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은 그 채무를, 자기가 어느 조합원 개인에게 받을 돈과 맞비겨 없애지 못한다는 원칙입니다. 민법 제715조가 한 문장으로 정합니다.
상계 요건부터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맞는 지적입니다. 상계는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있을 때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판매점은 조합에 빚을 지고 있고, 동업자 한 사람은 판매점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엇갈려 서로 마주 보는 관계가 아닙니다. 일반 원칙만으로도 상계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판매점 쪽에서 보면 1,500만 원을 갚을 상대와 1,000만 원을 받을 상대가 서로 다른 셈입니다.
그런데도 별도 조문을 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합이 법인처럼 독립된 인격을 갖지 않기 때문에, 조합원 각자가 조합 채권에 대해 몫을 가진 것처럼 보일 여지가 생깁니다. 제715조는 그 여지를 처음부터 닫아 두는 규정입니다.
어떤 계산은 되고 어떤 계산은 안 되나
| 판매점이 맞비기려는 것 | 가능 여부 | 이유 |
|---|---|---|
| 조합에 갚을 대금과, 동업자 한 사람에게 받을 대여금 | 불가 | 제715조가 직접 금지 |
| 조합에 갚을 대금과, 조합에서 받을 반품 환급금 | 제715조의 대상 아님 | 상계 요건을 갖추었는지로 판단 |
| 동업자 개인에게 갚을 돈과, 그 동업자에게 받을 대여금 | 일반 원칙대로 | 조합재산과 무관한 개인 간 관계 |
두 번째 줄을 눈여겨보십시오. 조합 자체에 대해 판매점이 받을 돈이 있다면 그것은 같은 조합을 상대로 한 채권이라 제715조가 막는 구조가 아닙니다. 막히는 것은 조합의 돈과 조합원 개인의 돈을 섞는 계산뿐입니다.
빚진 동업자가 동의하면 달라지나
달라지지 않습니다.
돈을 빌린 동업자는 자기 빚이 줄어드니 반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줄어드는 것은 조합 전체의 채권이고, 손해는 다른 동업자에게 돌아갑니다. 진열장을 함께 만들었는데 조합에 들어오는 돈은 대금의 3분의 1로 줄어듭니다. 제715조가 지키려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조합에 돈을 빌려준 다른 채권자도 같은 처지입니다. 조합재산은 조합의 빚을 갚는 밑천인데, 개인 빚 정리에 쓰이면 그 몫이 사라집니다. 조합원 지분을 압류해도 장래의 이익배당과 지분반환 청구권에만 효력이 미치게 한 제714조와 같은 방향의 설계입니다.
판매점이 빌려준 1,000만 원은 어떻게 받나
막힌 것은 맞비기기라는 지름길뿐입니다. 받을 권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순서만 바뀝니다.
- 진열장 대금 1,500만 원은 조합에 전액 지급합니다.
- 동업자 개인에 대한 대여금은 그 사람에게 따로 청구하고, 필요하면 판결이나 지급명령을 받아 둡니다.
- 그 집행권원으로 동업자의 개인 재산이나 조합원 지분을 압류합니다.
- 지분 압류는 장래 이익배당과 지분반환 청구권에 미치므로, 그 동업자가 배당을 받거나 탈퇴할 때 회수합니다.
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지만, 이 순서를 건너뛰면 대금 미지급으로 지연손해금까지 물게 될 수 있습니다.
공방 쪽은 무엇을 챙겨야 하나
대금 청구서와 내용증명은 조합 이름, 또는 조합원 전원의 이름으로 보내는 편이 깔끔합니다. 업무를 집행하는 조합원에게는 그 업무에 관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업무집행자로 정해진 사람이 조합을 대표해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청구서에는 대금 1,500만 원과 함께 변제기가 지난 다음 날부터의 지연손해금도 적어 두십시오.
주의
판매점이 돈을 빌린 동업자의 개인 계좌로 500만 원만 보내고 나머지는 정산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금 입금 계좌를 조합 명의 통장으로 서면에 못 박아 두고, 개인 계좌 입금은 받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남기십시오.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조합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동업자 한 사람이 판매점과 따로 무슨 약속을 했는지 의심된다면 장부와 거래 기록부터 확인하십시오. 이 검사에는 다른 조합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리
조합에 돈을 갚을 사람은 그 채무를 조합원 개인에게 받을 돈과 맞비기지 못합니다. 조합 채권이 조합원 전원의 합유 재산이기 때문이고, 빚진 동업자가 동의해도 결론은 같습니다.
상대방은 대금을 전액 치른 뒤 개인 채권을 따로 받아야 하고, 지분 압류를 통해 그 동업자의 장래 몫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공방 쪽은 청구 명의와 입금 계좌를 조합 기준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판매점이 개인 빚을 빼겠다고 보낸 문자도 지우지 말고 보관하십시오. 이미 일부만 입금된 상태라면 남은 금액과 지연손해금 청구를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71조, 제492조, 제703조, 제704조, 제709조, 제710조, 제712조, 제713조, 제714조, 제715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부산 해운대 사무소 · 영남권/제주 중심, 서울·경기·충청·호남·강원 의뢰 대응
상담 신청하시면 담당자가 연락드려 상담료를 안내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판매점이 이미 500만 원만 보내고 상계했다고 통지했습니다.
제715조에 반하는 상계는 조합에 대해 효력이 없으므로 남은 1,000만 원은 여전히 미지급 대금입니다. 상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과 잔액 지급 기한을 적어 내용증명으로 회신하십시오.
동업자 개인 빚을 조합 돈으로 대신 갚아 줘도 되나요?
조합재산을 쓰는 일이므로 조합원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고, 다른 조합원이 반대하면 할 수 없습니다. 합의로 처리하더라도 그 금액을 해당 동업자의 몫에서 차감하는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 두어야 나중에 정산이 꼬이지 않습니다.
조합에 돈을 빌려준 쪽은 동업자 개인에게도 받을 수 있나요?
조합 채권자는 채권 발생 당시 조합원의 손실부담 비율을 몰랐다면 각 조합원에게 균분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중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부분은 나머지 조합원이 균분하여 갚을 책임을 집니다.
공방이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결론이 다른가요?
법인이라면 대금 채권은 법인 자체의 재산이고 대표나 주주 개인의 채권이 아닙니다. 상계의 상호성 요건부터 맞지 않으므로 결론은 비슷하지만, 근거는 조합 규정이 아니라 법인과 개인이 별개의 주체라는 점이 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해운대 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대표 변호사 한병철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초안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고, 담당 변호사가 검토·수정한 뒤 게시합니다.
민사 분야 전문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전문변호사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