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살 집을 지으려고 군 외곽의 밭 600제곱미터를 샀습니다. 잔금을 치르고 설계사무소에 측량을 맡겼더니, 땅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이웃 과수원 주인이 쓰는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존속기간은 아직 20년 가까이 남아 있습니다. 매도인은 계약 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집을 지을 수 없다면 계약을 무를 수 있을지, 아니면 돈으로 보상받는 데서 그쳐야 할지가 궁금해집니다. 민법은 이 선택지를 한 조문 안에 나란히 두고, 어느 쪽으로 갈지를 하나의 기준으로 가릅니다.
어떤 권리가 숨어 있을 때 매도인에게 따질 수 있나
민법 제575조 제1항은 매매 목적물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또는 유치권의 목적이 된 경우를 다룹니다. 소유권은 넘어왔지만 남이 그 땅을 쓰거나 붙잡아 둘 권리가 남아 있어, 매수인이 온전히 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범위를 조금 넓힙니다. 그 땅을 위해 존재한다던 지역권이 실제로는 없는 경우, 그리고 그 부동산에 등기된 임대차계약이 있는 경우에도 제1항을 준용합니다. 맹지가 아니라며 통행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통행 권리가 없었다면 이 규정이 문제 됩니다.
저당권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저당권이 실행되어 소유권을 잃은 경우는 바로 다음 조문이 따로 다룹니다.
| 땅에 걸려 있던 것 | 적용되는 규정 | 매수인이 할 수 있는 것 |
|---|---|---|
|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유치권 | 제575조 제1항 |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면 해제, 그 밖에는 손해배상 |
| 있다던 통행 지역권이 실제로 없음 | 제575조 제2항 | 위와 같음 |
| 등기된 임대차 | 제575조 제2항 | 위와 같음 |
|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실행되어 소유권을 잃음 | 제576조 | 해제, 출재로 지킨 경우 상환 청구, 손해배상 |
계약을 무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두 가지가 겹쳐야 합니다. 매수인이 그 권리를 알지 못했을 것, 그리고 그 권리 때문에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매수인은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샀고, 지상권이 대지 한가운데를 차지해 건축 자체가 막혔다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반면 지상권이 땅 가장자리 10제곱미터에 그쳐 집을 앉히는 데 지장이 없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같은 권리라도 매수 목적과 권리가 차지한 위치, 남은 존속기간이 결론을 가릅니다.
그래서 해제를 주장하는 쪽은 매수 목적을 계약 당시부터 드러내 두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계약서 특약, 중개 과정의 문자, 건축 상담 기록이 그 증거가 됩니다.
해제가 안 되면 무엇이 남나
손해배상입니다.
조문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해제를 허용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고 못 박습니다. 대금 감액이라는 선택지는 이 조문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권리의 일부가 남의 것이거나 수량이 모자란 경우에 감액을 인정하는 다른 조문들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배상의 크기는 그 권리 때문에 줄어든 가치와 추가로 든 비용으로 따집니다. 청구서를 꾸릴 때 흔히 들어가는 항목은 이렇습니다.
- 남이 쓰는 면적만큼 떨어진 토지 가치, 감정평가서로 뒷받침
- 권리를 피해 설계를 다시 하거나 측량을 새로 하며 든 비용
- 공사가 늦어지며 늘어난 임시 거처 비용이나 대출 이자
- 권리자와 협의해 권리를 사들이는 데 든 금액이 있다면 그 금액
항목마다 영수증과 견적서를 붙여야 금액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막연히 땅값이 떨어졌다는 주장만으로는 배상액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정말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여기서 많은 분들이 막힙니다. 해제든 배상이든 매수인이 그 권리를 몰랐어야 합니다.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은 보통 등기사항증명서에 올라 있습니다. 계약 전에 등기부를 확인했다면 그 권리를 몰랐다고 주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유치권은 등기 없이 점유로 성립하므로 서류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대금을 못 받은 업자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땅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권리는 현장을 직접 가 봐야 드러납니다.
확인할 것
· 계약 직전 날짜로 발급한 등기사항증명서 을구에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등기가 있었는지
· 현장에 다른 사람의 점유 흔적, 공사 중단 표지, 출입 통제가 있었는지
· 매도인이나 중개사가 권리관계를 설명한 기록이 있는지
· 매수 목적을 계약서나 문자로 밝혀 두었는지
언제까지 주장해야 하나
제575조 제3항은 이 권리를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도록 합니다. 계약일이나 잔금일이 아니라 숨은 권리를 알게 된 날이 기준입니다.
측량 결과를 받은 날, 이웃이 지상권을 내세우며 공사를 막은 날처럼 알게 된 날짜를 증거로 남겨 두십시오. 매도인과 협의가 길어지는 사이 1년이 흘러가는 일이 적지 않으므로 해제 통지나 청구는 서면으로 먼저 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당권이 붙은 땅이었다면
제576조가 따로 규율합니다. 매수한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실행되어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잃은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자기 돈으로 빚을 갚아 소유권을 지켰다면 매도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도 구할 수 있습니다.
앞의 경우와 달리 이 조문에는 매수인이 몰랐어야 한다는 요건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저당권은 대개 잔금 때 말소하기로 약정하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경매로 넘어간 경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정리
산 땅에 숨은 제한물권이 있을 때 계약 목적을 이룰 수 없으면 해제, 그렇지 않으면 손해배상입니다. 어느 쪽이든 매수인이 몰랐어야 하고, 안 날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등기부에 올라 있던 권리라면 몰랐다는 주장부터 막힐 수 있으니, 자신의 사정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먼저 따져 보십시오. 해제를 택할지 배상으로 갈지는 매수 목적의 증거와 권리의 위치에 달려 있으므로 변호사와 함께 자료를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48조, 제551조, 제575조, 제576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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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등기부에 지상권이 있었는데 중개사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등기부에 올라 있던 권리라면 매도인을 상대로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중개 과정에서 권리관계 설명이 빠졌다면 중개사 쪽 책임을 따로 따져 볼 수 있으므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당시 대화 기록을 확보해 두십시오.
해제하면 낸 대금을 이자까지 돌려받나요?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원상회복 의무를 지고, 반환할 금전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야 합니다. 매수인은 땅을 돌려주고 매도인은 대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구조이며, 그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는 줄 모르고 샀습니다.
유치권도 이 조문이 정한 제한물권에 포함됩니다. 유치권 때문에 땅을 쓸 수 없어 매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면 해제를, 그렇지 않다면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자체가 다툼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 점유 경위를 함께 확인하십시오.
1년이 지나면 아무 방법도 없나요?
이 조문에 따른 해제나 손해배상은 안 날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그 기간이 지났다면 매도인이 권리관계를 속였는지 등 다른 법적 근거를 따져 봐야 하므로, 계약 경위와 매도인의 설명 내용을 정리해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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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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