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제조업체 경리 담당자가 월말 정산을 하다 손이 굳었습니다. 지난달 그만둔 직원에게 마지막 급여가 두 번 나간 것입니다. 연락하니 돌려주겠다던 그는 며칠 뒤 말을 바꿨습니다. 그 돈은 이미 누나 전세금에 보태라고 줬고, 자기 앞으로는 남은 재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로서는 돈이 누나 통장에 그대로 있을 텐데 손을 못 대는 셈입니다. 받은 사람이 빈손이 되었을 때 그 돈을 공짜로 넘겨받은 사람에게까지 갈 수 있는지, 민법 제747조가 그 답을 쥐고 있습니다.
돌려줄 사람은 누구이고 무엇을 돌려주나
출발점은 퇴직한 직원입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그 이익을 반환하도록 합니다. 두 번째로 들어간 급여에는 아무 원인이 없으니 전형적인 부당이득입니다.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줄 수 없다면 값으로 갚습니다. 제747조 제1항이 수익자가 받은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반환하도록 정했기 때문입니다. 돈은 원래 값 그 자체여서 이 구분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물건이 오간 사건에서는 이 조문이 반환의 형태를 정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반환 의무가 있어도 갚을 재산이 없으면 판결은 종이에 그칩니다.
받은 사람이 남에게 넘긴 돈은 원래 손댈 수 없다
원칙부터 보면 누나는 이 관계의 바깥에 있습니다. 부당이득은 이익을 얻은 사람과 손해를 입은 사람 사이의 문제이고, 누나는 동생과 맺은 증여라는 원인에 따라 돈을 받았습니다. 회사와 누나 사이에는 아무 계약도, 직접적인 이익의 이동도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동생에게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누나 통장에 그 돈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원칙을 그대로 두면 받은 돈을 가족에게 넘기기만 하면 반환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제747조 제2항은 바로 그 빈틈을 막으려고 둔 예외입니다.
제3자가 책임지는 세 가지 조건
제2항의 문장을 풀면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누나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 요건 | 조문의 표현 | 이 사례에서 볼 점 |
|---|---|---|
| 수익자가 반환하지 못함 | 수익자가 그 이익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 | 동생의 재산 상태, 압류할 재산이 남아 있는지 |
| 대가 없이 넘겨받음 |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 | 전세금 보태라는 명목의 증여인지, 빌려준 돈을 갚은 것인지 |
| 사정을 알았음 | 악의의 제삼자 | 회사 돈이 잘못 들어간 것임을 누나가 알았는지 |
첫째 요건은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조문은 반환할 수 없는 경우라고만 적었는데, 동생에게 재산이 없어 사실상 받아 낼 수 없는 상태가 여기에 들어가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동생에 대한 집행이 실패했다는 기록을 먼저 만들어 두면 이 요건을 보여 주기 쉬워집니다.
공짜였는지는 어떻게 가려지나
제2항은 무상으로 넘겨받은 경우만 잡습니다. 값을 치르고 산 사람은 보호됩니다.
그래서 상대는 대개 무상이 아니었다고 다툽니다. 예전에 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이번에 돌려받은 것이라고 하는 식입니다. 정말 빚을 갚은 것이라면 그 돈은 대가가 있는 변제가 되어 이 조문 밖으로 나갑니다. 따라서 송금 메모, 두 사람 사이의 과거 거래 내역, 차용증 같은 자료가 결론을 가릅니다. 반대로 「전세금에 보태」라는 메시지가 남아 있다면 증여였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싸게 넘겨받은 경우는 어떨까요. 조문은 무상만 적었으므로 그대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런 사안은 아래에서 볼 채권자취소권으로 다루는 편이 맞습니다.
알았는지는 무엇으로 보여 주나
가장 어려운 요건입니다. 악의란 동생이 받은 그 돈이 법률상 원인 없이 들어온 돈이라는 사실을 누나가 알았다는 뜻입니다.
가족 사이라 오히려 증거가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 회사에서 반환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동생이 누나에게 알린 메시지
- 잘못 들어온 돈이 입금된 날과 누나에게 송금된 날의 간격
- 평소 두 사람 사이에 그만한 돈이 오간 적이 있는지
- 회사가 누나에게 직접 사정을 알린 내용증명과 그 도달일
마지막 항목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넘겨받은 뒤에 알게 된 것만으로 이 조문의 악의가 채워지는지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점 이후 누나가 돈을 다시 옮긴다면 그 행동 자체가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책임을 진다면 얼마까지인가
제2항은 제3자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제1항의 가액반환을 끌어온 문장입니다. 누나는 넘겨받은 이익의 가액을 한도로 책임을 집니다. 동생이 받은 돈 전부가 아니라 누나에게 건너간 몫만큼입니다.
동생이 일부는 쓰고 일부만 넘겼다면 넘긴 부분까지만 누나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동생과의 문제입니다. 청구액을 정할 때 송금 내역을 한 줄씩 대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러 번에 나누어 보냈다면 회사 돈이 들어온 날 이후의 송금만 따로 추려야 합니다. 그 전부터 오가던 생활비까지 섞어 청구하면 상대에게 반박할 빌미를 줍니다.
주의
제3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도 돈이 다시 옮겨지면 소용이 없습니다. 소를 내기 전에 그 계좌의 예금채권을 가압류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하십시오. 가압류에는 청구 근거와 보전의 필요를 소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채권자취소권과는 무엇이 다른가
회사는 동생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진 채권자이기도 합니다. 동생이 빚을 갚을 재산을 일부러 누나에게 빼돌렸다면 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도 후보가 됩니다.
둘은 겨누는 지점이 다릅니다. 제747조 제2항은 넘겨받은 사람의 직접 책임을 묻고, 채권자취소권은 넘긴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았어야 하고,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안에 소를 내야 합니다. 제407조에 따라 그 효과는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해 생깁니다. 대가를 받고 싸게 넘긴 경우까지 다룰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사안에 따라 둘을 함께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
법률상 원인 없이 받은 돈은 받은 사람이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고, 그것을 넘겨받은 사람은 보통 이 관계 밖에 있습니다. 다만 받은 사람이 반환할 수 없고, 넘겨받은 사람이 대가 없이 받았으며 사정을 알았다면 그 사람도 가액을 한도로 반환 책임을 집니다.
세 요건 가운데 무상과 악의는 결국 증거 싸움입니다. 송금 기록과 메시지가 지워지기 전에 확보하고, 채권자취소권과 어느 쪽이 유리한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406조, 제407조, 제741조, 제747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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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넘겨받은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 지인이어도 같은가요?
관계는 요건이 아닙니다. 무상으로 넘겨받았고 사정을 알았다면 지인도 같은 책임을 집니다. 다만 가족 사이보다 악의를 보여 줄 자료가 적은 경우가 많아 입증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누나가 그 돈을 이미 전세금으로 써 버렸다면요?
제3자의 책임은 가액반환이므로 돈의 형태가 바뀌었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 회수는 누나의 재산에 대한 집행으로 이루어지므로, 전세보증금반환채권처럼 압류할 대상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해 두셔야 합니다.
동생에게 먼저 소송을 내야 하나요?
조문이 순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수익자가 반환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야 하므로, 동생에 대한 청구와 집행 시도 기록이 있으면 유리합니다. 두 사람을 함께 피고로 삼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잘못 보낸 돈을 은행에서 되돌려 받을 방법은 없나요?
은행은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의 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수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은행이 임의로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착오송금 반환을 돕는 공적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니 이용 요건을 확인해 보시고, 맞지 않으면 민사 절차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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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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