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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10월 12일조회 0

주문서만 받고 바로 발송했다면 계약 성립

수제 도마를 만들어 파는 작은 공방에 단골 식당이 메일로 발주서를 보냈습니다. 「이번 주 안에 20개, 확인 회신 없이 바로 보내 주셔도 됩니다」라는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사장은 이튿날 포장을 마쳐 택배로 부쳤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식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싸게 구했으니 없던 일로 하자, 우리는 승낙 답장을 받은 적이 없으니 계약도 없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답장 한 줄이 없었다는 이유로 정말 계약이 없던 것이 될까요.

답장이 없었는데 계약이 생길 수 있나

생길 수 있습니다.

계약은 보통 청약과 승낙이 맞아떨어질 때 성립하고, 승낙은 말이나 글로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민법 제532조는 이 원칙에 길을 하나 더 냈습니다. 청약한 쪽의 의사표시나 관습에 비추어 승낙의 통지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승낙의 의사로 볼 수 있는 사실이 생긴 때에 계약이 성립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 성립이라고 부릅니다.

앞의 공방 사례에서 발주서에는 회신 없이 보내도 된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청약자가 스스로 통지를 면제한 셈입니다. 그 상태에서 물건을 포장해 발송했다면, 그 발송이 승낙의 의사를 보여 주는 사실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 성립
승낙한다는 말을 상대에게 보내는 대신, 승낙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계약이 맺어지는 방식입니다. 주문받은 물건을 보내거나, 예약 요청을 받고 객실을 비워 두거나, 보내온 물건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흔히 거론되는 예입니다.

통지가 필요 없는 경우는 어떻게 가려지나

조문이 든 기준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청약자가 직접 밝힌 뜻이고, 다른 하나는 그 거래 영역의 관습입니다.

앞의 것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발주서나 주문 메시지에 「바로 출고 바랍니다」, 「회신은 생략합니다」 같은 문장이 있으면 청약자가 통지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서로 남습니다. 뒤의 것은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몇 달 동안 같은 품목을 같은 방식으로 주문하고 받아 왔다면 그 관행이 관습으로 주장될 수 있지만, 거래 이력이 한두 번뿐이라면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상황승낙 통지가 필요한가계약이 성립하는 때
발주서에 회신 없이 출고하라고 적힘필요 없음출고나 발송처럼 승낙으로 볼 사실이 생긴 때
같은 방식의 반복 주문이 이어져 옴관습에 따라 필요 없다고 볼 여지위와 같음, 다만 관행의 증명이 필요
아무 언급 없는 첫 주문원칙대로 필요함승낙의 통지에 따라 정해짐
같은 조건의 주문서와 판매 제안이 엇갈림별도 승낙 불요두 청약이 각각 상대에게 도달한 때

주문한 쪽은 언제까지 거둘 수 있었나

식당 쪽이 기댈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제527조는 계약의 청약을 철회하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발주서가 공방에 닿은 순간부터 식당은 그 주문에 묶입니다.

물론 청약이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승낙 기간을 정했다면 제528조에 따라 그 기간 안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하면 효력을 잃고,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제529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효력을 잃습니다. 이 사례는 이번 주 안이라는 기한을 둔 주문이었고 공방은 바로 다음 날 발송했습니다. 기한 안입니다. 사흘 뒤의 취소 통보는 이미 맺어진 계약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접겠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 통보만으로 계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해제하려면 계약이나 법률이 정한 해제 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조건의 주문서가 엇갈려 오갔다면

이번에는 순서가 다른 경우입니다. 공방이 단골 식당에 「도마 20개를 개당 얼마에 드리겠다」는 제안서를 보냈고, 같은 날 식당도 그 사실을 모른 채 같은 수량과 같은 가격의 주문서를 공방에 보냈습니다. 두 서류가 길에서 엇갈렸습니다.

제533조가 이 장면을 따로 다룹니다. 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내용의 청약이 상호교차된 경우 두 청약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계약이 성립합니다. 누가 먼저 승낙했느냐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내용이 같다는 점이 핵심이므로 수량이나 단가, 납기 중 하나라도 다르면 이 조문으로는 계약이 생기지 않습니다.

도달 시점이 둘이라면 뒤에 닿은 쪽이 기준입니다. 메일이라면 수신 서버에 들어온 시각, 우편이라면 상대 사업장에 배달된 날이 증거가 됩니다.

수량이나 값을 바꿔 보냈다면 어떻게 되나

주문은 20개였는데 재고가 15개뿐이라 15개만 보냈다면 어떨까요. 또는 원목 값이 올라 단가를 올린 명세서를 함께 넣었다면요.

이때는 승낙이 아닙니다. 제534조는 승낙자가 청약에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원래 청약을 거절하고 새로 청약한 것으로 봅니다. 바뀐 내용으로 보낸 택배는 공방 쪽의 새 청약이 되고, 이제 식당이 그것을 받아들일지 정할 차례가 됩니다. 식당이 상자를 열어 도마를 쓰기 시작했다면 그 사용이 다시 승낙으로 볼 사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용을 바꿔 보낼 때는 바꾼 사실을 따로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툼이 생기면 무엇이 증거가 되나

의사실현으로 성립한 계약은 계약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증거를 처음부터 모아 두지 않으면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확인할 것
· 발주서 원문과 회신 생략을 요청한 문장 (메일 원본, 메시지 캡처)
·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 과거 주문 내역과 입금 기록
· 포장과 출고 일시, 운송장 번호, 배송 완료 기록
· 취소 통보가 온 날짜와 그 내용
· 주문 내용과 실제 발송 내용이 같은지 대조한 자료

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되면 다음은 대금입니다. 상대가 물건을 돌려보내며 지급을 거부할 때 밟는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1. 발주서와 발송 기록을 붙여 계약이 성립했다는 취지와 대금 액수를 정리합니다.
  2. 내용증명으로 대금 지급을 최고하고 기한을 정해 둡니다.
  3. 기한이 지나도 응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 절차를 검토합니다.
  4. 상대가 반품한 물건은 함부로 처분하지 말고 보관하면서 그 사실을 알려 둡니다.

금액이 작다고 증거 정리를 건너뛰면 둘째 단계에서 막힙니다.

정리

승낙의 답장이 없어도 계약은 맺어질 수 있습니다. 청약자가 통지를 면제했거나 그런 관습이 있는 거래라면, 물건을 발송하는 것처럼 승낙으로 볼 행동이 생긴 때가 성립 시점입니다. 같은 내용의 주문서와 제안서가 엇갈렸다면 둘 다 도달한 때에 계약이 생깁니다.

반대로 내용을 바꿔 보냈다면 그것은 새로운 제안일 뿐입니다. 주문서 문구, 거래 이력, 발송 기록 세 가지가 결론을 가르므로, 분쟁이 시작되면 그 자료부터 한데 묶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27조, 제528조, 제529조, 제532조, 제533조, 제534조

관련 안내: 부산 민사변호사 · 민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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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구두로 전화 주문을 받고 바로 보냈는데도 같은가요?

전화로 받은 주문이라도 청약자가 바로 보내 달라고 했다면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말로 한 요청은 남지 않으므로, 통화 직후 문자로 주문 내용과 발송 예정일을 보내 두면 나중에 증거가 됩니다.

발송 전에 주문 취소 연락을 받았다면요?

청약은 원칙적으로 철회하지 못하므로 취소 연락만으로 청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래 관계를 이어 갈 생각이라면 합의로 주문을 정리하는 편이 현실적이고, 그 경우에도 이미 들인 재료비 정산을 함께 이야기해 두십시오.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님이 결제만 하고 확인 메일은 안 보냈습니다.

쇼핑몰 거래는 결제와 주문 확인 절차가 약관과 화면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이 따로 적용됩니다. 의사실현 조문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약관과 그 법률의 청약 철회 규정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소송에서 불리하지 않나요?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발주서, 메시지, 운송장, 입금 내역처럼 주문과 이행을 보여 주는 자료가 계약서 역할을 합니다. 자료가 흩어져 있다면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도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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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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