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직거래 앱에서 2019년식 SUV를 1,450만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 150만원을 먼저 보냈습니다. 잔금을 치르고 명의를 옮기는 날은 다음 주 토요일로 잡았습니다. 수요일 밤, 판매자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더 쳐주겠다는 사람이 있어 어제 넘겼으니 계약금은 돌려주겠다는 내용입니다. 등록원부를 떼어 보니 소유자 칸에는 이미 낯선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약속한 토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재촉하는 내용증명부터 보내야 하는지, 계약금 말고 더 받을 것은 없는지를 순서대로 짚어 봅니다.
약속한 날이 오기 전인데 벌써 계약을 깰 수 있나
깰 수 있습니다.
민법 제546조는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졌을 때 채권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은 이행기가 왔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넘겨줄 수 없는 상태가 이미 굳어졌다면 날짜를 기다리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두고 이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보느냐입니다. 이 거래는 같은 모델 아무 차나 받기로 한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보고 시운전까지 한 바로 그 한 대를 사기로 한 것입니다. 그 차가 다른 사람 앞으로 이전등록까지 마쳤다면, 판매자가 새 주인에게서 웃돈을 주고 되사 오지 않는 한 약속을 지킬 길이 없습니다. 실무에서도 이런 경우는 이행불능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임 있는 사유도 어렵지 않게 인정됩니다. 더 높은 값을 받으려고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판 것은 과실을 넘어 고의에 가깝습니다.
재촉하는 내용증명부터 보내야 하지 않나
많은 분들이 계약을 끝내려면 먼저 기한을 주고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고 알고 계십니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 절차는 제544조의 몫입니다. 상대가 이행을 미루기만 하는 이행지체라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재촉하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을 때 비로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아직 넘겨줄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한 번 더 기회를 주라는 취지입니다. 같은 조문 단서는 상대가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경우에는 이 재촉을 생략하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이행불능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기회를 줘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이므로 최고 없이 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의 판매자는 이미 넘겼다고 스스로 밝혔으니 어느 쪽으로 보아도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 상황 | 먼저 할 일 | 해제 시점 |
|---|---|---|
| 약속한 날이 지났는데 아직 안 넘겨줌 | 기한을 정해 이행을 재촉 | 그 기한이 지나도 이행이 없을 때 |
| 넘기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함 | 재촉 없이 해제 통지 가능 | 통지가 상대에게 닿을 때 |
| 차가 이미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감 | 재촉 없이 해제 통지 가능 | 통지가 상대에게 닿을 때 |
| 판매자 잘못 없이 차가 불에 탐 | 해제 대신 대금 지급 거절 | 계약금은 돌려받는 방향 |
해제한다는 뜻은 어떻게 전하면 되나
법원에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543조는 해제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도록 정하고, 한 번 한 해제는 거두어들이지 못한다고 덧붙입니다. 말 한마디로 효력이 생기는 대신 되돌릴 수도 없다는 뜻이니 보내기 전에 내용을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 자동차등록원부를 떼어 소유자가 바뀐 날짜를 확인하고 출력본을 남깁니다.
- 판매자가 보낸 문자, 계좌이체 내역, 거래 앱의 대화 화면을 캡처해 날짜순으로 묶습니다.
- 계약을 해제한다는 문장, 돌려받을 계약금과 이자, 따로 청구할 손해의 항목을 적어 문자와 내용증명으로 함께 보냅니다.
- 지급 기한을 넉넉히 정하고, 넘기면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이어 가겠다고 적어 둡니다.
문자만 보내도 효력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받지 못했다는 말을 막으려면 내용증명을 겹쳐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돌려받을 돈에는 무엇이 붙나
해제가 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던 일로 정리됩니다. 제548조 제1항은 각 당사자에게 상대방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의무를 지우고, 제2항은 반환할 돈에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이도록 합니다.
위 사례라면 판매자는 150만원만 돌려주고 끝낼 수 없습니다. 계약금을 받은 날부터 실제로 돌려주는 날까지의 이자를 함께 내야 합니다. 이율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민법의 법정이율인 연 5%를 기준으로 셈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자 액수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판매자가 계약금마저 미룰 때는 압박 수단이 됩니다.
계약금 말고 더 받을 수 있는 돈은 무엇인가
제551조는 해제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계약을 없던 일로 돌리는 것과 그 때문에 생긴 손해를 메우는 것은 별개라는 뜻입니다. 청구의 근거는 제390조입니다.
대표적인 손해는 시세 차액입니다. 같은 연식, 비슷한 주행거리의 차를 다시 찾았더니 1,550만원이었다면 100만원의 차이가 생깁니다. 판매자가 약속을 지켰다면 들지 않았을 돈이므로 통상의 손해로 다툴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제398조는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므로, 그 금액을 실제 손해와 따로 증명하지 않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크면 법원이 줄일 수 있습니다.
주의
판매자가 계약금 두 배를 돌려주겠다고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돈을 받으면서 아무 말 없이 영수증에 서명하면, 모든 정산이 끝난 것으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세 차액을 따로 청구할 생각이라면 받는 금액이 어떤 명목인지 문자로 남기십시오.
판매자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버티면
판매자에게 잘못이 없었다면 배상 책임을 정한 제390조가 단서에서 그 경우를 빼 주고, 해제를 허용하는 제546조 역시 판매자 쪽 귀책을 전제로 합니다. 판매자 쪽에서 할 수 있는 항변은 결국 이 한 가지입니다.
주차해 둔 차가 옆 건물 화재로 타 버렸다면 판매자를 탓하기 어렵습니다. 그때는 해제와 배상 대신 제537조가 적용되어 판매자가 잔금을 청구하지 못하고, 받은 계약금도 돌려주는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판 경우에는 이 항변이 설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자기 손으로 넘겼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것
· 등록원부상 소유자 변경일이 계약일보다 뒤인지
· 판매자가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인정한 문자가 있는지
· 비슷한 매물의 가격을 캡처해 두었는지
· 계약서나 대화에 위약금 문구가 있는지
정리
사기로 한 바로 그 차가 남의 명의로 넘어갔다면 약속한 날을 기다릴 필요도, 재촉하는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습니다. 해제한다는 뜻을 전하는 순간 계약은 정리되고, 판매자는 계약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합니다. 그것과 별도로 더 비싼 차를 사게 된 차액은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원래 하자 있는 차였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증거 정리가 결과를 가릅니다. 청구 금액을 정하는 단계에서 변호사와 함께 항목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90조, 제398조, 제537조, 제543조, 제544조, 제546조, 제548조, 제551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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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판매자가 계약금만 돌려주면 끝이라고 합니다.
해제에 따른 반환과 손해배상은 별개입니다. 계약금과 그 이자를 돌려받는 것과 함께, 비슷한 차를 더 비싸게 산 차액처럼 판매자의 약속 위반으로 생긴 손해를 증빙과 함께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없이 문자로만 거래를 약속했습니다.
매매는 차와 값이 정해지고 사고팔겠다는 뜻이 맞으면 서면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차량 사진, 가격 합의 문자, 계약금 이체 내역이 함께 남아 있다면 계약 내용을 증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판매자가 해제 통지를 받고도 연락을 끊었습니다.
해제의 효력은 통지가 도달하면 생기므로 상대의 답과 관계가 없습니다. 이후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내야 하며, 판매자의 주소를 모른다면 휴대전화 번호나 계좌 정보로 인적 사항을 찾는 절차를 함께 검토합니다.
새로 산 사람에게 차를 넘겨달라고 할 수는 없나요?
새 매수인은 판매자와 별도의 계약으로 정상적으로 등록을 마친 사람이어서, 원칙적으로 그 사람을 상대로 차를 내놓으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안의 해법은 대부분 판매자에 대한 해제와 금전 배상으로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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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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