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거래처 사장에게 운영자금을 빌려주면서 계약서에 한 줄을 넣었습니다. 「차주는 채권자가 승낙하는 보증인을 세운다.」 그래서 그 사장의 오랜 지인이 보증인으로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그 보증인이 운영하던 가게가 문을 닫았고,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빌려준 돈의 만기는 아직 2년이 남았습니다. 이 상태로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보증인을 세우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보증인을 세운다」는 약정은 어떤 의무인가
빌리는 사람이 보증인을 데려오기로 약속하면 그 약속도 채무가 됩니다. 돈을 갚을 의무와 별개로, 보증인을 세울 의무가 채무자에게 생기는 것입니다.
민법 제431조 제1항은 이 의무의 내용을 정합니다. 채무자가 보증인을 세울 의무가 있는 경우 그 보증인은 행위능력 및 변제자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무나 서명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채권자가 실제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빚이 많거나 미성년인 사람을 데려왔다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보증인이 빈털터리가 되면 무엇을 할 수 있나
바꿔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431조 제2항은 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게 된 때 채권자가 보증인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계약 당시에는 자격을 갖추었더라도 그 뒤 재산 상태가 무너졌다면, 채무자에게 새로운 보증인을 세우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문은 파산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기준은 변제자력입니다. 파산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그 자력이 사라졌다는 강한 정황이지만, 파산선고가 내려지기 전이라도 재산이 바닥났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파산 소문만 있고 실제 재산 상태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요구하기 전에 자료부터 모으는 편이 낫습니다.
변제자력
보증한 빚을 실제로 갚을 수 있을 만한 재산이나 수입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서류상 명의만 있는 재산이나 이미 담보로 잡혀 남는 것이 없는 재산은 자력을 뒷받침하기 어렵습니다.
채권자가 직접 고른 보증인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431조 제3항은 채권자가 보증인을 지명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채권자가 「이 사람을 보증인으로 세워라」하고 직접 골랐다면, 그 사람의 자력에 대한 위험도 채권자가 떠안은 것으로 보는 구조입니다. 앞의 사례처럼 계약서에 「채권자가 승낙하는 보증인」이라고만 적혀 있었다면 어떨까요. 채무자가 데려온 사람을 채권자가 받아들인 것인지, 채권자가 처음부터 특정 인물을 요구한 것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가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 구분 | 채무자가 데려온 보증인 | 채권자가 지명한 보증인 |
|---|---|---|
| 처음 세울 때 자격 요건 | 행위능력과 변제자력 필요 | 적용되지 않음 |
| 나중에 자력을 잃은 경우 | 보증인 변경 청구 가능 | 변경 청구 불가 |
| 다른 담보로 바꾸는 것 | 채무자가 상당한 담보로 갈음 가능 | 약정에 따름 |
| 다툼이 생길 때 볼 자료 | 보증인 선정 경위, 재산 자료 | 지명 사실을 보여 주는 문서 |
채무자는 다른 담보로 대신할 수 있나
제432조가 채무자에게 출구를 줍니다. 채무자는 다른 상당한 담보를 제공함으로써 보증인을 세울 의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새 보증인을 구하지 못하는 채무자라면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예금이나 물건에 질권을 잡아 주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 쪽에서도 사람보다 물건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담보의 가치가 빌려준 돈에 걸맞은지가 「상당한」의 판단 기준이 되므로 감정가와 선순위 담보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고르는 쪽은 채무자입니다. 채권자가 사람을 원한다고 해서 채무자가 내민 상당한 담보를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협의할 때는 어느 쪽이 더 나은지보다, 제시된 담보가 빚을 덮기에 충분한지를 숫자로 따지는 편이 생산적입니다.
채무자가 끝내 응하지 않으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제388조 제2호는 채무자가 담보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보증인을 세우거나 바꿀 의무도 인적 담보를 제공할 의무로 볼 여지가 있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만기 전이라도 빌려준 돈 전액을 청구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결은 계약서 문구와 경위에 따라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순서를 밟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보증인의 자력 상실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읍니다. 파산신청 사실, 폐업 사실, 경매 진행 기록 같은 것입니다.
- 채무자에게 내용증명으로 보증인 변경을 청구하고 상당한 기한을 정합니다. 다른 담보로 갈음해도 된다는 점을 함께 적어 둡니다.
- 기한 안에 응하지 않으면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다는 취지와 함께 전액 변제를 청구합니다.
- 채무자의 재산이 빠져나갈 염려가 있다면 가압류를 함께 검토합니다.
기존 보증인에게는 더 청구할 수 없나
보증 계약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보증인은 제428조에 따라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지고, 보증인을 바꿔 달라는 청구가 이 의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보증인에 대해 파산절차가 진행된다면 보증채권도 그 절차 안에서 채권으로 신고해 배당을 받는 방식이 되고, 개별적으로 소송을 내 집행하는 길은 막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절차의 세부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정하므로 법원에서 송달되는 통지서의 기한을 놓치지 마십시오.
확인할 것
· 계약서의 보증인 조항 문구와 보증인 선정 경위
· 보증 계약서가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되어 있는지
· 보증인의 파산신청 사건번호와 법원에서 온 통지서
· 채무자가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담보의 종류와 가치
정리
보증인을 세우기로 약속한 채무자는 자력 있는 보증인을 세울 의무를 지고, 그 보증인이 자력을 잃으면 채권자는 보증인을 바꿔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는 다른 상당한 담보로 이를 갈음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직접 지명한 보증인이었다면 이 청구는 쓸 수 없습니다. 만기 전에 움직여야 할 사안인지, 기한의 이익 상실까지 주장할 수 있는지는 계약서 문구에 달려 있으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88조, 제428조, 제428조의2, 제431조, 제432조, 제43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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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보증인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보증 책임이 없어지나요?
파산선고만으로 보증채무가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후 면책 결정이 나면 그 범위에서 보증인에게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법원에서 오는 채권신고 안내와 이의 기간을 챙기셔야 합니다.
채무자가 새 보증인으로 가족을 데려왔습니다.
가족이라도 행위능력과 변제자력이 있다면 요건을 갖춘 것입니다. 재산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를 요청해 확인하고, 자력이 의심되면 다른 담보를 함께 요구할 수 있는지 협의해 보십시오.
보증인 변경 청구에 기한이 있나요?
조문에 따로 정해진 청구 기간은 없습니다. 다만 자력 상실을 알고도 오래 두면 그 사이 채무자 사정도 나빠질 수 있으므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서면으로 청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연대보증이어도 똑같이 적용되나요?
보증인을 세울 의무와 변경 청구는 보증의 종류와 관계없이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문제입니다. 연대보증은 보증인이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하라는 항변을 못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므로, 자력 상실에 따른 변경 청구는 같은 구조로 검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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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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