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방에 원목 식탁을 주문하고 계약금 100만원을 보냈습니다. 약속한 인도일은 4월 5일이었는데 공방은 마감 칠이 덜 말랐다며 일주일만 더 달라고 했고, 그 일주일이 또 미뤄졌습니다. 4월 19일 새벽 옆 건물에서 번진 불이 공방까지 태웠고 식탁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공방 주인은 불은 자기 잘못이 아니니 계약금만 돌려주면 끝이라고 말합니다. 약속한 날을 넘긴 상태였다는 사실이 이 결론을 바꾸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불이 공방 탓이 아니라면 책임도 없는 것 아닌가
약속한 날 이전에 불이 났다면 공방 주인의 말에 가깝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물건을 넘길 수 없게 되면 제537조에 따라 공방은 대금을 청구하지 못하고, 주문한 쪽은 받은 돈을 돌려받는 선에서 정리됩니다. 손해배상까지 묻기는 어렵습니다.
이 사례는 다릅니다. 불이 난 날은 인도일로부터 2주가 지난 뒤였습니다.
민법 제392조 본문은 채무자가 자기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약속을 어기고 물건을 붙들고 있던 동안 생긴 위험은 붙들고 있던 쪽이 진다는 것입니다. 화재의 원인이 옆 건물이었다는 사정은 이 조문 앞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합니다.
언제부터 지체였다고 볼 수 있나
출발점을 정확히 잡아야 제392조를 쓸 수 있습니다. 제387조 제1항은 확정한 기한이 있으면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4월 5일이라는 날짜가 계약서나 문자에 남아 있다면 그 날이 지나면서 지체가 시작됩니다.
공방이 일주일 더 달라고 했을 때 주문자가 좋다고 답했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집니다. 인도일을 새로 합의한 것으로 볼지, 단순히 사정을 봐준 것인지에 따라 지체의 시작점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새 기한마저 지났다면 결론은 같습니다.
거꾸로 된 경우도 생각해 둬야 합니다. 공방이 4월 5일에 식탁을 싣고 왔는데 주문자가 집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받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제461조는 변제의 제공이 있으면 그때부터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한다고 정합니다. 이어 제538조 제1항은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양쪽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되면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 뒤 화재로 식탁이 사라졌다면 주문자는 손해배상은커녕 잔금까지 치러야 할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누가 먼저 약속을 어겼는지가 위험의 주인을 정하는 셈입니다.
| 불이 난 시점 | 공방의 책임 | 근거 |
|---|---|---|
| 인도일 전, 양쪽 모두 책임 없음 | 대금 청구 불가, 받은 돈 반환.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없음 | 제537조 |
| 인도일이 지나 지체 중 | 과실이 없어도 지체 중 생긴 손해 배상 | 제392조 본문 |
| 지체 중이지만 제때 넘겼어도 같은 손해가 났을 경우 | 배상 책임 면제 | 제392조 단서 |
| 공방이 제때 넘기려 했는데 주문자가 안 받은 뒤 | 공방은 불이행 책임을 면함 | 제461조, 제538조 |
제때 넘겼어도 불탔을 것이라면 결론이 바뀌나
바뀔 수 있습니다. 제392조 단서는 채무자가 이행기에 이행하여도 손해를 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단서가 들어맞기 어렵습니다. 4월 5일에 식탁이 배송되었다면 식탁은 주문자의 집에 있었을 것이고, 공방 화재와는 무관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주문자가 집 공사 때문에 식탁을 공방 창고에 몇 주 더 맡겨 두기로 미리 정해 두었다면, 제때 인도했더라도 같은 화재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성립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 단서는 책임을 피하려는 공방 쪽이 내세우는 사정입니다. 주문자는 배송 주소와 당시 계획을 보여 주는 자료를 갖춰 두면 충분합니다.
계약금 말고 무엇을 더 받을 수 있나
식탁을 넘겨받을 길이 사라졌으므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흐름이 일반적입니다. 지체 중에 생긴 불능은 제392조에 따라 공방이 책임을 지는 불능으로 다뤄지므로, 제546조의 해제 요건과도 맞물립니다.
- 계약금 100만원과 그 돈을 받은 날부터의 이자 (제548조 제2항)
- 같은 사양의 식탁을 다른 곳에서 사느라 더 든 비용 같은 통상의 손해 (제393조 제1항)
- 공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 (제393조 제2항)
해제를 한다고 손해배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제551조가 분명히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란 예를 들어 이사 날짜에 맞춰 식탁이 꼭 필요하다는 사정을 주문 때 미리 알렸고, 그 때문에 임시 가구를 빌려야 했던 경우를 말합니다. 영수증이 없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불이 나기 전, 지체만 길어질 때 쓸 수 있는 수단은
화재 같은 사고가 없더라도 미뤄지기만 하는 거래는 흔합니다. 이때 쓰는 조문이 제395조입니다.
-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합니다. 예컨대 '4월 25일까지 인도해 달라'는 문자나 내용증명입니다.
-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주문자는 뒤늦은 인도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 물건 대신 그 가치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곧 전보배상을 청구합니다.
최고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395조 후단은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도 수령을 거절하고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결혼식 답례품처럼 날짜가 지나면 쓸모가 없어지는 물건이 대표적입니다.
확인할 것
· 인도일이 계약서나 문자에 날짜로 남아 있는지
· 연기 요청에 동의한 적이 있다면 새 기한이 언제였는지
· 인도받을 장소가 주문자 쪽이었다는 자료가 있는지
· 주문 때 용도나 필요한 날짜를 알렸는지
· 화재 뒤 공방이 보험금을 받았는지 여부
정리
약속한 날을 넘긴 순간부터 물건에 생기는 위험은 넘기지 않은 쪽으로 옮겨 갑니다. 그래서 지체 중에 일어난 화재라면 공방에 과실이 없어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생기고, 계약금 반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때 넘겼어도 똑같이 피해를 입었을 사정이 있을 때에만 공방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인도일과 연기 경위, 배송 장소가 결론을 가르는 사실입니다. 문자와 계약서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시고, 손해 범위를 어디까지 주장할지는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87조, 제392조, 제393조, 제395조, 제461조, 제537조, 제538조, 제546조, 제548조, 제551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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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공방이 화재보험금을 받았다면 그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나요?
보험금 자체를 바로 넘겨 달라고 할 근거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공방이 배상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때 보험금 수령 사실은 협상에서 중요한 사정이 되므로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인도일이 정해지지 않고 다 되면 연락 준다고만 했습니다.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생깁니다. 완성 예정이라던 시기가 지났다면 날짜를 정해 인도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 두어야 그 뒤의 위험을 공방 쪽에 지울 수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 연기에 동의한 것이 불리한가요?
연기에 동의했다면 그 기간 동안은 지체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연기된 날짜마저 지난 뒤에 화재가 났다면 그때부터는 다시 지체 중이므로 제392조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만 받고 끝내자는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합니다.
서명하면 나머지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든 비용이 있다면 그 금액을 정리해 함께 정산을 요구하고, 합의서 문구를 서명 전에 꼼꼼히 확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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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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