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해외 파견으로 2년 동안 한국을 비우면서 고등학교 동창에게 통장과 카드를 맡겼습니다. 월세 받기와 대출 이자 내기 같은 일을 부탁했고 따로 사례는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와 보니 잔액이 예상보다 1,200만원 적은데, 동창은 쓸 데 썼다며 지출 명세를 보여 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본인 사안은 대가 없이 돈 관리를 부탁한 위임 관계에서 맡은 사람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창은 요구가 있으면 처리 상황을, 일이 끝나면 그 전말을 보고할 의무가 있어 명세를 감추는 것 자체가 의무 위반입니다.
■ 말로 맡겼어도 위임이고, 보고는 의무입니다
민법 제680조는 한쪽이 사무 처리를 맡기고 상대가 이를 승낙하면 위임이 성립한다고 정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통장과 카드를 건네며 부탁했고 동창이 받아들였다면 위임입니다. 제683조는 수임인이 위임인의 청구가 있으면 처리 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끝나면 지체 없이 그 전말을 보고하도록 정합니다. 쓸 데 썼다는 한마디는 보고가 아닙니다. 날짜와 금액, 쓴 곳이 드러나야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가를 주지 않았어도 주의 의무는 가볍지 않습니다
제681조는 수임인이 위임의 취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사무를 처리하도록 정하고, 보수가 있는지에 따라 기준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친구 사이 호의로 맡은 일이라도 남의 돈을 다루는 사람에게 기대되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월세 입금을 확인하지 않아 밀린 금액을 놓쳤거나, 대출 이자를 늦게 내 연체 이자가 붙었다면 그 손해도 따져 볼 수 있습니다.
■ 동창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겼다면
제682조 제1항은 위임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수임인이 제3자에게 자기 대신 사무를 처리하게 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동창이 바쁘다며 배우자나 동생에게 카드를 넘겨 쓰게 했다면 그 자체로 위임의 취지를 벗어난 것입니다. 그 사람이 쓴 돈도 동창에게 설명을 요구할 대상에 들어갑니다.
■ 개인적으로 쓴 돈이 있다면 이자까지 붙습니다
제684조 제1항은 사무 처리로 받은 금전을 위임인에게 넘기도록 하고, 제685조는 넘겨야 할 돈이나 위임인을 위해 쓸 돈을 자기를 위해 써 버린 때에는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를 지급하고 그 밖의 손해도 배상하게 합니다. 모자란 1,200만원 가운데 동창이 개인 용도로 쓴 부분이 확인되면 원금에 이자를 더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환을 끝내 거부한다면 형법 제355조의 횡령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관계를 끝내고 남은 것을 돌려받는 순서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위임은 언제든 해지할 수 있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본인 명의 통장이라면 은행에서 2년치 거래내역을 직접 발급받아 출금 내역을 정리합니다. ② 해지 통지와 함께 날짜를 정해 전말 보고와 영수증 제출, 카드와 통장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③ 기한까지 답이 없으면 설명되지 않은 출금액을 정리해 지급명령이나 반환 청구 소송을 검토합니다. ④ 동창의 해명은 문자로 받아 보관합니다. 금액이 크거나 해명이 엇갈리면 거래내역을 들고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80조, 제681조, 제682조, 제683조, 제684조, 제685조, 제689조, 형법 제355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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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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