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동호회에서 알게 된 회원과 차를 맞바꾸기로 했습니다. 제 세단이 그쪽 SUV보다 두 해 늦게 나온 차라서, 상대가 300만원을 얹어 주기로 하고 돈은 다음 달 말일까지 보내기로 했습니다. 차와 서류는 그 주 토요일에 서로 넘겼습니다. 약속한 날이 지나도 돈은 오지 않았습니다. 물건끼리 바꾸면서 현금이 조금 섞인 거래는 매매가 아니라 교환입니다. 그런데 섞여 들어간 그 현금에는 매매대금의 규칙이 그대로 따라붙습니다.
현금이 섞여도 매매가 아니라 교환인가
민법 제596조는 교환을 당사자 쌍방이 금전 이외의 재산권을 서로 넘기기로 약정하는 계약으로 정의합니다. 차와 차를 바꾸기로 한 순간 계약은 성립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300만원입니다. 제597조는 한쪽이 재산권을 넘기면서 금전을 보충해 지급하기로 약정한 때, 그 금전에 대해서는 매매대금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계약 전체의 이름은 교환으로 남고, 현금 부분만 매매의 옷을 입는 구조입니다.
짧게 말하면 차는 교환의 규칙으로, 돈은 매매의 규칙으로 봅니다.
보충금
교환하는 두 물건의 값이 맞지 않을 때 차이를 메우려고 한쪽이 더 얹어 주는 돈입니다. 조문은 금전의 보충지급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 돈의 지급 시기와 장소, 이자,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매매대금의 규정을 따라 판단합니다.
보충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규칙이 붙나
매매대금에 관한 조문은 여럿입니다. 차액 거래에서 실제로 쓰이는 것만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조문 | 내용 | 차 교환에 옮기면 |
|---|---|---|
| 제585조 | 한쪽 의무에 기한이 있으면 상대 의무에도 같은 기한이 있는 것으로 추정 | 차를 넘길 날만 정했다면 보충금도 그날 주기로 한 것으로 봄 |
| 제586조 | 목적물 인도와 동시에 대금을 줄 때는 인도장소에서 지급 | 차를 건네받는 그 자리에서 차액을 건네는 것이 원칙 |
| 제587조 | 인도받은 날부터 대금 이자 지급, 대금 지급 기한이 있으면 예외 | 지급일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차를 받은 날부터 이자가 붙음 |
| 제588조 |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 권리를 잃을 염려가 있으면 그 위험 한도에서 지급 거절 | 받은 차에 압류가 걸려 있으면 차액 지급을 멈출 수 있음 |
| 제589조 | 지급을 거절당한 쪽은 대금 공탁을 청구 | 돈을 받을 쪽은 차액을 법원에 맡기라고 요구할 수 있음 |
위 사례는 지급일을 다음 달 말일로 따로 정했으므로 제585조의 추정은 쓰이지 않습니다. 제587조 단서에 따라 차를 넘긴 날부터 말일까지는 이자도 붙지 않습니다.
차는 넘겼는데 차액이 오지 않으면
날짜를 못 박아 둔 빚은 그날이 지나는 순간 이행지체가 됩니다. 돈을 주지 않은 경우라 손해를 따로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397조가 금전채무의 지연손해금을 법정이율로 정하고, 따로 정한 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을 쓰게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약정이 없다면 연 5푼으로 계산합니다.
돈 대신 차를 돌려받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제544조의 순서를 밟습니다.
- 내용증명으로 3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언제까지 보내라고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합니다.
- 그 기간 안에 돈이 오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뜻을 다시 통지합니다.
- 해제 뒤에는 서로 받은 차를 되돌려야 하므로, 내 차의 현재 상태와 주행거리를 사진으로 남겨 둡니다.
해제는 마지막 카드입니다. 이전등록까지 끝난 차를 되돌리는 일은 번거로워서, 대개는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받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받은 차에 하자가 있으면 누구에게 따지나
교환에서는 두 사람 모두 자기 차를 넘긴 쪽이라, 각자가 상대에게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집니다. 제567조가 매매에 관한 규정을 매매 이외의 유상계약에도 준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받은 SUV에 숨은 고장이 있었다면 제580조로 갑니다. 그 하자 때문에 계약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면 해제할 수 있고, 그 정도가 아니면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받는 쪽이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면 이 책임은 생기지 않습니다.
기간이 짧습니다. 제582조는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권리를 행사하도록 합니다. 경고등이 들어온 날, 정비소에서 원인을 들은 날을 기록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돈을 보낼 쪽이라면 언제 지급을 멈출 수 있나
입장을 바꿔 보겠습니다. 차액을 보내야 하는 사람이 받은 차의 자동차등록원부를 떼어 보니 압류가 여러 건 걸려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588조가 답을 줍니다. 목적물에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 산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잃을 염려가 있는 때에는 그 위험의 한도에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보충금도 매매대금처럼 다루므로 같은 방패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상당한 담보를 내놓으면 거절할 수 없습니다.
거절당한 쪽에도 길이 있습니다. 제589조에 따라 차액을 공탁하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돈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도록 묶어 두는 장치입니다.
계약할 때 무엇을 적어 두면 다툼이 줄어드나
동호회나 지인 사이 거래일수록 구두로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남는 것은 서로 다른 기억뿐입니다.
교환 계약서에 넣을 것
· 두 차의 차량번호와 차대번호, 주행거리
· 보충금 액수, 지급일, 계좌, 늦을 때의 지연이율
· 이전등록 서류를 서로 넘기는 날짜와 장소
· 이미 알고 있는 고장이나 사고 이력을 각자 적은 고지란
· 압류나 저당이 있으면 누가 언제까지 말소하는지
고지란이 특히 중요합니다. 알고 있던 하자를 적어 두면 그 부분은 나중에 다툼거리가 되지 않고, 적지 않은 하자는 상대가 몰랐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정리
차와 차를 바꾸는 계약은 교환이지만, 차액으로 얹은 돈은 매매대금처럼 다룹니다. 지급일이 지나면 지연손해금이 붙고,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뒤에는 해제도 가능합니다. 받은 차의 하자는 매도인의 담보책임 규정으로 따지되 안 날부터 6개월이라는 시한을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이전등록까지 마쳤거나 압류가 얽혀 있다면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해제와 청구 중 무엇이 나은지는 변호사와 함께 등록원부와 계약 내용을 놓고 정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596조, 제597조, 제567조, 제580조, 제582조, 제585조, 제586조, 제587조, 제588조, 제589조, 제387조, 제397조, 제379조, 제54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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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 없이 말로만 차를 바꾸기로 했는데 계약이 성립한 건가요?
교환은 서로 재산권을 넘기기로 약정하는 것만으로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보충금 액수나 지급일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증명이 어려우므로, 주고받은 메시지와 송금 기록을 모아 두시고 지금이라도 확인서를 받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보충금 지급일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달라고 할 수 있나요?
차를 넘길 날을 정했다면 보충금도 같은 날 주기로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 날짜도 없었다면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상대가 지체책임을 지므로, 날짜를 적은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지급을 요구해 두십시오.
받은 차가 고장 났는데 상대는 몰랐다고 합니다.
담보책임은 넘긴 쪽이 하자를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받은 쪽이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면 책임이 생기지 않으므로, 거래 당시 그 고장을 알아챌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차액 대신 다른 물건을 받기로 바꿀 수 있나요?
두 사람이 합의하면 가능합니다. 다만 그때부터 그 부분은 금전 보충이 아니라 또 다른 재산권의 교환이 되므로, 바꾼 내용과 날짜를 서면으로 남겨 두어야 기존 약정과 혼동이 생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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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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