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 가게를 넓히겠다는 사촌에게 2천만원을 빌려주고 매달 이자를 받기로 했습니다. 갚기로 한 날은 2015년 3월 말이었는데, 그 무렵부터 연락이 뜸해지더니 이자도 원금도 끊겼습니다. 집안 일이라 독촉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올해 사촌 형편이 나아졌다는 말을 듣고 원금은 오래돼 어렵더라도 최근 3년치 이자만큼은 받아 내려고 합니다. 이 계산은 생각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원금과 이자는 시효가 따로 흐르나
따로 흐르는 것은 맞습니다.
개인끼리 빌려준 돈의 원금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반면 매달 받기로 한 이자처럼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채권은 제163조 제1호에 따라 3년이면 시효가 끝납니다.
| 채권 | 시효 기간 | 근거 |
|---|---|---|
| 개인 간 대여금 원금 | 10년 | 민법 제162조 제1항 |
| 매달·매년처럼 1년 이내 주기로 정한 이자 | 3년 | 민법 제163조 제1호 |
| 판결로 확정된 채권 | 단기 시효라도 10년 | 민법 제165조 제1항 |
| 상인 사이 거래에서 생긴 채권 | 상법이 따로 정한 기간 | 상법 |
이 표만 보면 오래된 원금은 놓쳐도 최근 3년 사이에 생긴 이자는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두 조문이 그 계산을 뒤집습니다.
원금 시효가 끝나면 이자는 어떻게 되나
함께 끝납니다.
제183조는 주된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에는 종속된 권리에 그 효력이 미친다고 정합니다. 이자는 원금이 있어야 생기는 권리입니다. 원금이라는 뿌리가 시효로 말라 버리면 거기에 매달린 이자도 따로 버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자 시효가 3년이라는 규정은 원금이 살아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원금은 10년 안에 청구해 두었는데 이자를 받는 일만 4년째 미뤄 두었다면, 그때 3년이 지난 이자분만 떨어져 나갑니다. 원금 쪽 시효가 먼저 끝난 사안에서는 이 계산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최근 3년 사이에 생긴 이자까지 사라지는 이유는
시효의 효력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제167조는 소멸시효가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위 사례에서 원금의 기산일은 갚기로 한 2015년 3월 말입니다. 10년이 지난 2025년 3월 말에 시효가 완성되면, 원금은 그 기산일로 돌아가 처음부터 소멸한 것처럼 다뤄집니다. 원금이 없던 기간에 이자가 생길 수는 없으므로, 그 뒤에 쌓인 지연손해금도 함께 근거를 잃습니다. 2023년분이든 2024년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로 놓고 보면 차이가 큽니다. 이자를 한 달에 10만원씩 받기로 했다면 최근 3년치는 360만원입니다. 원금 시효가 2025년 3월 말에 끝났다면 이 360만원도, 원금 2천만원도 같은 날을 기준으로 청구할 근거를 잃습니다.
주의
원금은 포기하고 이자만 떼어 소송을 내는 방법은 대개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원금의 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이자 청구도 같은 이유로 막힙니다. 소장을 내기 전에 원금의 기산일과 그 사이 시효를 멈춘 사정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시효가 끝나기 전이라면 무엇으로 막나
제168조가 시효를 중단시키는 사유를 세 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청구, 압류나 가압류·가처분, 그리고 승인입니다. 중단되면 제178조에 따라 그때까지 흐른 기간은 지워지고 중단 사유가 끝난 때부터 새로 셉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문자나 내용증명만 보내 놓고 안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재판 밖의 청구, 즉 최고에 해당합니다. 제174조는 최고 뒤 6개월 안에 소 제기나 압류 같은 강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 원금의 기산일을 확인합니다. 갚기로 한 날이 있으면 그날이 출발점입니다.
- 시효 만료가 가깝다면 내용증명으로 먼저 최고해 6개월의 시간을 법니다.
- 그 6개월 안에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내거나, 상대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합니다.
-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다시 10년이 흐르므로 판결문 확정일을 기록해 둡니다.
사촌이 중간에 몇 번 이자를 보냈다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빚을 진 사람이 그 빚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동을 하면 제168조의 승인이 되고, 시효는 그날부터 새로 흐릅니다. 통장에 찍힌 한 줄이 10년을 다시 여는 셈입니다. 이자를 보낸 것을 원금 채무까지 인정한 승인으로 볼지가 다툼이 되는데, 실무에서는 그렇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통장을 다시 넘겨 봐야 합니다. 2017년에 사촌이 이자 명목으로 30만원을 한 번 보낸 기록이 있다면 원금 시효는 그날부터 다시 10년입니다. 제177조에 따라 승인에는 처분 능력이나 권한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은행에서 과거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확인하십시오.
송금만 승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촌이 조금씩이라도 갚겠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면 그 메시지도 빚을 인정한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날짜가 보이게 화면을 저장하고,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에 백업해 두십시오.
이미 완성됐는데 사촌이 갚겠다고 한다면
받아도 됩니다.
제184조 제1항은 시효의 이익을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고 정할 뿐, 완성된 뒤에 그 이익을 버리는 것까지 막지는 않습니다. 사촌이 시효를 알고도 갚겠다고 나선다면 그 의사를 날짜가 적힌 서면으로 받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계라는 길도 있습니다. 제495조는 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상계를 허용합니다. 내가 사촌에게 갚을 돈이 있었고 두 채무가 시효 완성 전에 마주 서 있었다면, 그 범위에서는 시효를 넘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종속된 권리
다른 권리가 있어야만 생기고 그 권리와 운명을 같이하는 권리입니다. 이자채권이 원금채권에 대해 갖는 관계가 대표적이며, 원금이 시효로 소멸하면 이자도 따라서 소멸합니다.
정리
원금 시효가 완성되면 이자 청구도 막힙니다. 제183조가 이자를 원금에 묶어 두고, 제167조가 그 효과를 기산일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치 이자라는 계산은 원금이 살아 있을 때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볼 것은 이자가 아니라 원금의 시효입니다. 중간에 받은 송금이나 사촌이 보낸 메시지 하나가 결론을 바꿀 수 있으므로, 자료를 모은 뒤 변호사와 함께 시효 계산부터 다시 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83조, 제167조, 제166조, 제162조, 제163조, 제165조, 제168조, 제174조, 제177조, 제178조, 제184조, 제495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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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원금 시효가 지났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차용증이나 메시지에서 갚기로 한 날을 먼저 찾으십시오. 그날이 기산일이 됩니다. 이어 그 뒤에 상대가 일부라도 갚았거나 빚을 인정한 기록, 내가 소송이나 가압류를 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면 시효가 새로 흐른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갚기로 한 날을 정하지 않고 빌려준 돈은 언제부터 시효가 흐르나요?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합니다.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은 대여금은 사안마다 기산점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처음 돈을 건넨 날과 반환을 요구한 날을 모두 기록해 두고 계산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시효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알아서 기각하나요?
시효는 그 이익을 받는 쪽이 주장해야 다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상대가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답변서를 내면 거의 빠짐없이 주장되므로, 주장되지 않을 것을 기대하고 소송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자 약정 없이 빌려준 돈인데 지연손해금은 받을 수 있나요?
이자 약정이 없더라도 갚기로 한 날이 지나면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지연손해금 역시 원금에 딸린 권리여서, 원금 시효가 완성되면 함께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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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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